“강제입원 과정에서 경찰은 수갑을 채웠고 저는 도움받을 곳이 없었어요”
“강제입원 과정에서 경찰은 수갑을 채웠고 저는 도움받을 곳이 없었어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7.19 19: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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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정신 중복장애 최종진 씨 이야기...정신병원의 기만과 폭력성의 성찰
자신의 이야기보다 계부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찰 태도에 분노
금방 퇴원시켜준다더니 응급입원을 보호의무자입원으로 바꾼 병원 관계자
친누나에게 빌려준 2500만 원 ‘족쇄’돼...경찰 “사기 혐의 적용 어려워”
최종진 씨. (c)마인드포스트.
최종진 씨. (c)마인드포스트.

최종진(30) 씨는 지난 3월, 인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시각장애와 정신장애 등 중복장애를 가진 그에게 정신병원 입원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나흘간 있었다고 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네 살 터울의 친누나가 오랜 시간에 걸쳐 그에게서 빌려가고 갚지 않은 돈이 2500만 원이 넘었다. 종진 씨는 누나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워 같이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을 개통해주고 두 군데의 은행에서 신용대출, 소액결제를 도왔다. 사금융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까지 받았다.

더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는 한계에 이르렀을 때 누나는 태도를 바꿨다.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투신해서 자살할까”라고 했다. 종진 씨는 그걸 ‘협박’이자 ‘사기’로 생각했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순간이었다. 

3월 초, 종진 씨는 자신이 사는 관할 경찰서에 상담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경찰관과 상담 도중 지구대에서 경찰 두 명이 찾아왔다. 옆에는 어머니도 함께였다. 경찰관이 통화 중 종진 씨의 심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의 엄마가 거주하는 관할 지구대에 연락해 함께 종진 씨 집을 찾은 것이다.

종진 씨는 찾아온 경찰에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장황하다고 느낀 경찰은 한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병상이 있다는 확인 후에 종진 씨를 방금 도착한 구급차에 태우려 했다. 그게 사설구급대였는지 아니면 공공 이송 구급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저항했다.

그러자 경찰은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저항할수록 수갑은 점점 더 손목을 조였다. 아팠다. 그는 괴성을 질렀다. 경찰은 인천의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침대에 손발이 묶여 하루를 보냈고 나흘 후 그는 퇴원했다. 엄마와 계부가 종진 씨를 찾아와 “한 번만 더 그러면 6개월이든, 1년이든 안 풀어줄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종진 씨는 퇴원 후 바로 경찰서에 상담전화를 걸었다. 경찰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계부와 엄마가 함께 왔다. 경찰이 계부에게 관계를 물었고 계부는 “저희 안사람 아들이다. 정신적으로 좀 아픈 애다. 입원을 시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종진 씨는 “이 사람 내 아빠 아니다. 나는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라고 고함쳤다. 경찰이 3층 계단에서 그를 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저항하자 계부까지 달려들어 경찰을 도왔다.

종진 씨는 “나중에 보건복지부에 알아보니까 계부가 됐든, 계모가 됐든 피 한 방울 안 섞여서도 입원을 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종진 씨. (c)마인드포스트.
최종진 씨. (c)마인드포스트.

첫 퇴원 후 이틀 뒤인 4월 초, 그는 그렇게 경기 고양시의 한 정신병원에 재차 입원했다. 이 병원에서 묶이지는 않았다. 다만 간호사가 주는 수면제 비슷한 약을 먹고 안정실에서 잠에 빠졌다.

그는 퇴원 시기를 알고 싶었다. 병원 원무과의 한 직원이 병실에 들어와 종진 씨에게 “나흘 후에 퇴원시켜줄 테니까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회유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그는 직원이 시키는 서명란에 사인을 했다. 종진 씨는 “원무과 직원이 나를 속였다”라고 말했다.

4일이 지나도 퇴원 이야기가 없자 간호사실에 있던 남자 보호사에게 언제 퇴원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호사는 “너 퇴원 아니니까 빨리 방으로 들어가. 독방 들어가기 싫으면”하고 반말로 호통을 쳤다.

나중에 알았다. 원무과 직원이 요청한 사인은 응급입원에서 보호의무자에의한입원으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것을. 보호의무자입원은 퇴원을 늦출 수 있다. 그는 그곳에서 한 달 반을 지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주치의도 마찬가지였다. 종진 씨는 주치의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의사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치의는 “이러면 퇴원이 더 늦어질 거고 좋을 게 없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병원생활도 원활하게 못 할 거”라고 말했다. 병원 질서에 저항하면 퇴원만 더 늦어질 거라는 ‘경고’였다. 종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병원에서는 엄마가 넣어준 간식비도 늦게 지급했고 전화카드를 신청하면 사나흘이 걸려야 받을 수 있었다. 또 주치의랑 보호의무자인 엄마가 소통을 해야 하는데 엄마 말로는 “병원에서 연락이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주말에 면회가 당연히 되는데도 원무과에서는 주말 면회가 안 된다고 거짓말을 했다. 엄마는 병원에 오면 물품과 간식비만 원무과에 넣어주고 돌아섰다. 면회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 내에서 보호사에 의한 폭행은 없었다. 다만 보호사는 환자들을 윽박지르고 구박했다. 종진 씨가 원무과 직원과 상담하고 싶다고 하면 “왜 자꾸 왔다갔다하냐. 너 때문에 머리 아프다. 사람 귀찮게 하지 마”라고 반말로 야단을 쳤다.

이따금 주치의에게 퇴원하고 싶다고 말하면 주치의는 “더 있어야 한다. 말 안 들으면 퇴원이 더 길어질 거 같다”고 답했다. 이후 종진 씨는 조용히 병원 질서에 순응하며 지냈다. 그리고 한 달 반 후, 퇴원했다.

퇴원 후 관할 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경찰서 민원실의 형사는 “누나랑 같이 동행해 휴대폰을 개설했고 같이 행동했기 때문에 사기 혐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녹취한 것도 아니고 문자 내역이 있는 것도 아니”라며 “대출금을 종진 씨가 고의로 준 건지, 아니면 누나를 돕고 싶어 준 건지, 협박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 사기라고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억울했다. 인권변호사에게 전화를 했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마인드포스트>를 찾은 이유다.

시각장애 때문에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왔다는 종진 씨는 자신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종진 씨의 손. (c)마인드포스트.
최종진 씨의 손. (c)마인드포스트.

종진 씨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학교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한다. 집단따돌림 역시 견뎌야 했다. 친아버지는 자신의 초등학교 졸업 이틀을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 요양원에 있다. 이후 엄마는 계부를 만나 재혼했다.

시각장애가 온 건 21살 때였다. 갑자기 왼쪽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3개월 후에 오른쪽 눈마저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뿐이어서 모르는 길을 함부로 나설 수 없다고 한다. 그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이유다.

기자는 그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종진 씨는 “병원에 부당하게 강제입원 당한 거, 경찰이 수갑을 채운 거, 과잉진압, 계부가 불법 입원을 도운 것에 대해 자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 앞으로 서류뭉치를 건넸다. 거기에는 ‘채무상환 촉구 및 채권추심 확정 통지서’, ‘부채증명원’ 등의 서류들이 깊은 상처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기자도 안다. 종진 씨는 이 세계의 폭력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걸. 그래서 그 폭력의 구조 안에 묶여 있는 자신의 현재를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초월자가 나타나 그의 아픔을 위로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사진 촬영을 허락한 종진 씨의 얼굴을 찍으며 기자는 어떤 정신의 고통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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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3-09-15 21:26:04
저래서 타인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폐재되야하는겁니다. 저딴 강제입원이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네요.

ㅇㅇㅇ 2023-07-22 14:44:13
좋은 기사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