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신보건 예산 132% 증가...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증원 실효성은 ‘글쎄’
내년도 정신보건 예산 132% 증가...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증원 실효성은 ‘글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8.30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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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민 정신건강 중요성 당부하며 ‘정신건강’ 예산 늘어나
정신복지센터 인력 102명 늘리고 39억 증액하면...임금 빼고 사업비는 ‘0’
정부, 사법입원제 검토...정신장애계 “당장 철회하고 지역사회 인프라 조성” 요구
보건복지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 중 정신건강 관련 예산이 올해 대비 132% 증가했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예산은 122조5000억 원이며 이중 정신보건 예산은 올해(550억 원) 대비 132.9%(732억 원) 증가해 1천282억 원으로 편성됐다. 내년도 정부 예산(총지출)은 656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정부의 정신건강 대책은 기존의 치료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조기 발견에 집중하는 기조로 변했다. 하지만 정신건강 예산에서 정신응급 대응 위기개입팀을 확대해 신규 인력을 100여 명 충원한다고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이 39억 원에 불과해 실제 운영이 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우선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의 일환인 심리상담 서비스에 539억 원을 책정했다. 국민 누구나 필요할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또 2027년까지 서비스 이용자를 100만 명으로 확대해 국민 마음 돌봄을 일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범국민적 정신건강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정신건강에 관한 새로운 인프라 도입과 예산 반영을 적극 추진해달라”는 당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국민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정부가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2억 원에 불과했던 정신건강 홍보 및 인식개선 예산은 31억 원으로 편성된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신건강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을 기존 204명에서 102명을 더 확대해 306명이 팀별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응급상황에 상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2개소를 더 늘려 12개로 확충한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 인력 지원에 39억 원을 더 늘려 모두 791억 원을 편성했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은 올해 26억 원에서 10억 원을 더 늘려 36억 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 인력을 102명 더 늘리고 예산을 39억 원 증액하면 이들의 급여를 제하면 ‘사업비’ 자체가 ‘0원’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사진=연합뉴스]
정신건강복지센터.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위기개입팀 102명의 인력은 가장 고급인력이어야 한다”며 “망상과 환청이 들리고 나를 죽이겠다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정신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인력은 석사 학위를 기본으로 가지고 현장에서 ‘잔뼈’가 최소 5년은 돼야 출동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39억 원 예산으로 102명을 추가 고용하면 1인당 연봉이 3000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정도 돈으로 정신보건 고급 인력을 고용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고용은 하더라도 사업비는 거의 없는 위기개입팀에서 일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의 연봉이 평균 3800만 원 정도이지만 이 경우 위기개입팀의 독자적 사업비는 없다는 결론이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건강서비스를 혁신하는 방안을 연내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노후한 정신재활시설을 개보수해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법무부, 행안부와 TF를 꾸려 사법입원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제도 개편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이상동기 범죄를 충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현행 입원제도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개편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미국과 독일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법입원제도와 관련해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등 정신장애 운동 단체들은 지난 29일 정부의 사법입원제 도입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현재 한국의 정신병동은 저항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장기입원으로 이미 포화상태”라며 “사법입원 제도 하의 국가들은 평균 입원일수가 20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200일 가까이 입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위기 상황 시에도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사법입원 도입을 철회하고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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