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대담] “찬 바람이 쌩하고 불고 따뜻한 차를 마실 때 포근함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껴요.”
[당사자 대담] “찬 바람이 쌩하고 불고 따뜻한 차를 마실 때 포근함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껴요.”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23.09.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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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한 생활팀(도토리, 별이, 팡팡)

저희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정신질환을 경험하며 느낀 감정과 생활 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도 기록하려 합니다. 같은 정신질환 당사자분들은 공감, 비당사자분들은 오해가 아닌 이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나만의 가을나기 방법]

도토리: 안녕하세요. 별이, 팡팡님.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는데 두 분은 가을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가요?

팡팡: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식개선 활동가로 근무하면서,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도 업로드했어요. 글도 기고하고 캠페인, 강연, 교육에 참여하면서 장마와 뜨거운 여름을 지나왔습니다.

별이: 열심히 일하며 잘 지내고 있고요. 건강을 위해 헬스장에 등록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도토리: 가을이 시작되었는데, 두 분에게 가을은 어떤 느낌인가요? 나만의 가을 나기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별이: 가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가을이 오면 쓸쓸하고 외로움을 느껴요.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가을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요. 군밤, 군고구마 같이 따뜻한 것들이죠.

팡팡: 날씨 변화에 따른 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요. 환절기에는 감정조절을 잘해야 해요. 저는 해바라기 씨를 먹는데 그러면 우울감에 도움이 돼요. 가을이 오면 견과류를 많이 먹어요.

도토리: 군밤이랑 군고구마는 이해되는데, 해바라기 씨를 먹으면 진짜 우울감에 도움이 되나요?

팡팡: 2015년 즈음에 신문에서 환절기 우울증에 먹으면 좋은 것으로 해바라기 씨가 있길래 마트에 가서 해바라기 씨를 사 먹게 되었죠. 좀 비싸지만, 아몬드랑 호두도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하더라구요. 더 우울해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도토리. 취미는 인문학 강좌 듣기와 독서. 목표는 인생을 즐기기, 나비처럼 가볍고 즐겁게 살기. 

별이: 가을이 오면 또 좋은 것이 낙엽을 밟으면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거죠.

팡팡: 낙엽 밟을 때 사부작사부작하는 소리가 좋아요.

도토리: “시몬, 듣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있죠. 요즘은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너무 열심히 낙엽을 치워서 낙엽을 밟으려면 산에 가야 해요.

별이: 코스모스도 볼 수 있고 단풍놀이도 갈 수 있어요.

도토리: 저는 가을이 되면 긴 소매 옷을 입었을 때 팔을 스치는 옷감의 감촉이 좋더라고요.

팡팡: 긴 소매 옷을 입으면 따뜻하고 안정감이 들어서 좋죠.

도토리: 별이님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좋아하고 울긋불긋한 단풍놀이도 좋아하는데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요?

별이: 설악산을 추천합니다. 단풍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풍경이 예뻤어요.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었고요.

도토리: 설악산은 가기에 너무 먼데 좀 더 가까운 장소가 있을까요?

팡팡: 청풍문화재단지가 있는 충북 제천이 괜찮을 것 같아요. 단풍도 보고 문화재 구경도 할 수 있잖아요.

별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꽃 축제가 열리는 일산 호수공원을 추천할게요. 봄과 가을에 축제를 연다고 하네요.

별이. 취미는 산책과 틱톡(SNS). 목표는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기.  

도토리: 저는 국화 향을 좋아해요. 그래서 따뜻한 국화차도 마시고 무엇보다도 국화에 물이 닿으면 국화꽃이 피어나면서 국화 향도 맡을 수 있어서 좋죠.

별이: 먹을 것이 풍부해지는 가을이죠.

팡팡: 천-고-마-비!!

별이: 따뜻한 차와 호빵 생각이 많이 나요.

도토리: 별이님은 다이어트를 한다더니 천고마비의 흐름을 타는 것 같은데요?(웃음)

별이: 그런가요? 먹고 싶은 건 먹으면서 즐거운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팡팡: 저도 살을 빼는 중인데, 잘 안 되네요. 식욕이 조절되지 않아서 가을에는 다이어트를 하기 힘들어요.

[2. 가을, 그 쓸쓸함에 관하여]

도토리: 쓸쓸함에 관해 이야기를 더 해 볼까요? 가을이 되면 왜 쓸쓸해질까요?

별이: 소위 ‘가을을 탄다’라고 하잖아요? 서늘해진 날씨 탓인지, 왠지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팡팡: 봄은 여자가 타고 가을은 남자가 탄다고 하죠. 저도 가을이 되면 왠지 옆구리가 시리고 많이 외로웠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은 거의 없어지고 집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이를 먹었으니 현실적으로 돈을 버는 생각을 하죠. 도토리님과 별이님은 어떨 때 쓸쓸하신가요? 날씨의 영향을 받으시나요?

도토리: 혼자 있을 때, 평소 읽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할 일 없이 시간이 붕 뜨는 느낌을 받을 때 그런 것 같아요. 그게 꼭 가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별이: 찬 바람이 쌩하고 불고 따뜻한 차를 마실 때 포근함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껴요.

팡팡: 어느 SNS에서 제가 어떤 나무인지 테스트했는데 단풍나무라고 나왔어요. 함께 공부하기 좋은 친구로는 은행나무, 집중하기 좋은 장소로는 아늑한 카페가 나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혼자 카페에 가지 못해요. 사람들이 많은 데에 못 가거든요.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에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은 제가 원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팡팡. 취미는 만화책 읽기와 스마트폰 게임하기. 목표는 건강하게 행복하게!

[3. 나만의 가을]

도토리: 가을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별이: 남자친구와 같이 영화를 많이 봤어요. 구체적인 작품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요.

팡팡: 작년 가을 8월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니면서 원예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꽃을 갖다 드리면 부모님이 좋아하셨죠. 미술 활동과 우쿨렐레 활동에도 참여했는데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도토리: 저도 친구와 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중의 한 사람이 별이님이네요. 같이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도토리: 팡팡님이 그리는 풍경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별이님과 저는 덜 쓸쓸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랄게요. 두 분 오늘 감사합니다.

별이, 팡팡: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한 가을 맞으시길 바라요.

*도토리, 별이, 팡팡의 더 많은 이야기는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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