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현역 흉기난동 이후 보름간 683건의 응급입원 진행...지난해 대비 2.3배 급증
경찰, 서현역 흉기난동 이후 보름간 683건의 응급입원 진행...지난해 대비 2.3배 급증
  • 조유진 기자
  • 승인 2023.09.01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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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특별치안활동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강화...잠재적 범죄자로 왜곡될 수 있어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의 증설 필수적...전체 정신질환자의 2%만 이용 가능해
“응급입원 강조보다 빠르게 입·퇴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필요”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일 발생한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같은 달 4일부터 18일까지 보름간 진행된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에서 정신질환자 700여 명이 응급입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45.5건 수준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평균 약 20건이었던 응급입원의 2.3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여파로 경찰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응급입원 조치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된 보름 동안 전국에서 683건의 응급입원이 진행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응급입원 조항에 따르면 경찰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고 자·타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의 동의를 얻어 최대 72시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사회 정신재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입원만을 강조할 경우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이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위험성과 긴급성에 대한 정밀한 판단 없이 이뤄지는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에게도 부정적 트라우마를 남기고 이는 치료의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사회 인프라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정신재활시설은 346개소로 수년간 2개소가 문을 닫아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적 편차도 크다는 지적이다. 정신재활시설은 서울에 114개소(32.8%), 경기도 55개소(15.8%)로 수도권에 50%가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중증정신질환자 추정인구가 31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는 6622명(2.1%)에 불과하다.

또 전국 105개 지자체에는 정신재활시설이 하나도 없어 지방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2만5000여 명은 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신건강 활동가들은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체계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응급입원을 강화하기보다는 위기쉼터 등 인권친화적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기쉼터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피하는 대신 잠자리와 휴식 공간이 마련된 공간에서 며칠 생활하면서 동료지원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공감과 지지를 통해 정신응급 상황을 원만하게 넘어서도록 돕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정신병원으로 갈 인구의 28%가 지역사회 위기쉼터에서 회복돼 지역사회로 복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응급입원을 진행하는 경찰도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다. 정신응급의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을 찾기 위해 심할 경우 하루종일 병원들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입원 이후에 당사자에 의한 민원에 노출될 수 있어 적극적 입원을 꺼리는 편이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응급입원은 한시적인 경찰 대응일 뿐 향후 응급입원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응급입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빠르게 입원하고 빠르게 퇴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반사적 대응으로 응급입원자 수를 늘리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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