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건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사랑한다는 건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 박목우
  • 승인 2023.10.17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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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우 작가의 에세이
속지 않는 자들만이 방황…그 끝에서 존재 변화 이끌어내
방황과 변화는 자유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알게 될 것
오늘을 충실히 살 때 희망은 견고해져…소중한 일 하며 웃어보길
내 곁에서 웃어주는 사람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한히 강해질 것
경험을 소중하게 사용한다면 그 어떤 잘못도 시간 낭비가 아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 방황과 변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방황하며 그 긴 방황의 끝에서 자기 존재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때 보이는 희미한 한 줄기의 빛이 나 자신의 구원과 더불어 곁의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준다면 방황은 의미 없지 않았습니다. 속지 않는 자들만이 방황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애에 최초로 의미가 맺히는 순간의 기쁨이 세상 속에 밝을 것입니다. 또다시 방황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전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발명해낼 것입니다. 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풀씨들처럼 선선한 기후 속에서 따뜻이 몸을 부릴 장소를 찾아낼 것입니다. 지천이 꽃인 어느 배경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풍경의 배면으로 꽃물이 배일 것입니다. 방황과 변화는 자유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꿈은 제2의 사춘기에 필수적인 요소다. 꿈을 꾸는 것은 경험과 감정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지도를 제작하는 측량기사의 수고로움처럼 당신이 자세히 열어놓은 세상이 어둠과 빛을 번갈아 입습니다. 지도의 영역에서 꿈의 영역으로 가는 당신. 저 먼 곳으로부터 햇빛이 세상을 덮어 옵니다. 어두웠던 대지가 천천히 밝아옵니다. 어두웠던 세상을 들어올리는 당신의 아름다움. 그것이 사랑일까요. 아니면 어떤 힘일까요. 흉내낼 수 없는 유일한 신비.

당신으로 하여 알려지는 존재의 새로운 영역에 잠들었던 것들 깨어나 아우성칩니다. 가만히 풀꽃들도 흔들립니다. 세상의 작은 당신들이 자유를 위해 하늘을 풀어놓는 모습을 보며 별빛이 드러내는 밤하늘이 깊었던 것을 떠올립니다. 아무 빛이나 우리에게 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빛이 닿는다는 것. 염원을 담은 당신의 행로는 봄처럼 피어나는 길. 꽃맥처럼 섬세하게 뻗어가는 형상을 빚는 길입니다. 아주 작은 존재를 태어나게 하는 힘입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느냐도 중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는 거죠. 재미있고 좋은 일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거든요

내일을 꿈꾸는 마음에 희망이 깃들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나갈 때 희망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대단한 일을 할 필요는 없어요. 소중한 일을 하면 돼요. 그리고 따뜻하게 웃어 보는 거에요. 내일은 오늘처럼 충만하기를. 사랑도 우정도 연민도 용서도 충만하기를.

당신의 아팠던 날들에 현실적인 이정표를 세우세요. 가령,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는 것에서 시작해도 좋아요. 설겆이를 한다거나 빨래를 넌다거나 아니라면 하루에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좋겠죠. 그 작은 일을 매일 실천해 보는 거에요. 잊고 못하는 날도 있겠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당신이 노력하려 했던 그 마음이 소중한 거에요.

그런 자세로 사람을 만나 보세요. 매일 소박한 지혜의 말 한 마디를 들려주어도 좋아요. 섬어처럼 드문드문 박힌 말들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용기를 가지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입술에서 사랑을 봅니다.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어쩌면 이 긴 슬픔의 나날들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요.

* 사랑한다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더 너그럽고 평안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두 영혼은 늘 상대의 안위를 묻고 염려합니다. 나에게만 관심이 있던 내가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고 나를 넘어서는 약속을 지킵니다. 인내하고 소망합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이들은 그 천국을 세상으로 가져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진실을 고지합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인간의 본질은 예상치 못한 일을 하는 것이므로 모든 인간의 탄생에는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수반된다

우리가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는 미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탄생은 비단 인생의 초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더 좋은 상상을 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갈 때 우리는 다시 한번 태어나는 것입니다. 지금 나의 주변은 어떠한가요? 나로 인해 행복한가요? 자주 웃어주세요. 당신의 웃음에는 새로운 희망을 말하는 탄생이 매순간 숨쉬고 있으니까요.

눈물조차 영혼이 되는 어떤 웃음이 힘겨운 날의 당신을 지켜줄 거에요. 가까스로 존재의 빛이 당신을 열어 당신 속의 밀어들을 속삭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진실을 보고 그것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 하나를 만날 것입니다. 순명하며 헌신할 몇 마디의 가난한 말들을 충만히 살게 될 것입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서 환한 미소로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한히 강해진다. 힘이 솟는다

아주 단순하고 따뜻한 영혼이 환한 미소를 띄웁니다. 늘 그렇게 나를 보고 웃어주고 있습니다. 웃음이 많은 당신, 그 웃음으로 당신은 희망이 되고 삶의 이유가 되어 줍니다. 가만히 영혼을 위로하고 싶을 때 거울 앞에서 지어보는 어떤 미소. 나의 솔직한 얼굴이 상대에게로 가서 아름다운 소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초승달처럼 휘어 있는 미소로 찬란한 빛을 머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단련된 영혼의 빛. 수많은 투쟁을 겪고 태어난 표정입니다. 매일매일을 깨어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인간의 표정을 잃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붙잡아 준 손을 놓아버리게 됩니다. 자기자신과 이웃을 모두 잃게 되는 것입니다. 태양이 늘 떠오르듯 언약의 그 깊은 신비를 살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세상의 더 낮은 곳에 연결되어 있기를, 마음을 깨워 의미에 이르기를, 그 허름한 것들을 가지고서 사람의 진심에 닿기를 말입니다.

* 온전하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깨진 부분도 오롯이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일에서도, 우정에서도, 사랑에서도. 다만 깨어져 나간 부분을 알아보고 따뜻이 보듬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가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지요. 다 지나간다고 마음을 오롯이 지키면 밝은 날이 온다고, 다정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순간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깨어지지 않게 유리처럼 조심히 나를 안고 있는 사람들. 당신이 있어 오늘도 나는 시원한 나무그늘 밑입니다. 겨울의 아랫목에 몸을 누입니다. 온전한 사랑을 주는 당신의 마음이 풍성한 눈발이 되어 날리는, 순백의 세계에서, 숨을 쉬어 봅니다. 편안히 나를 놓을 수 있는 젖은 공기가 부서진 마음에 잇닿습니다. 천상의 숨결 하나 내 속에 들여 놓습니다. 피가 돌듯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경험을 소중하게 사용한다면 그 어떤 잘못도 시간 낭비가 아니다

내가 숨 쉬는 것은 우리와 함께 숨 쉼입니다. 내가 웃고 우는 것은 우리와 함께 웃고 우는 것입니다. 내가 아픈 것은 우리와 함께 아픈 것입니다. 나의 경험 어디에나 깃들어 있는 천사가 있습니다. 갈 곳을 알려주고 힘들 때면 다독여주는 깊은 마음이 이웃에게 있습니다.

때로 우리가 낯선 사람들처럼 바라볼 때에도 나의 눈빛이 갸륵한 빛을 잃지 않는다면 나는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안에 가득찬 감사와 연민의 마음과 평등한 눈높이로 말을 건넬 수 있는 어떤 안간힘을 말입니다. 그것은 사뭇 아름다워 나와 당신은 이야기를 지어갑니다. 그때에야 세상의 빛줄기들은 무수한 당신과 나를 이어 슬픔과 비탄을, 행복과 용기의 밤하늘을 펼칠 것입니다. 시간이 역사가 되는 무수한 진실들이 해방의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알 수 없던 생의 비밀들이 한꺼번에 눈부심 속에 비추고 있는 것을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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