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을 돌아 길을 찾았네…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구나
몇십 년을 돌아 길을 찾았네…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구나
  • 박목우
  • 승인 2023.10.11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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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우 작가의 에세이
나이들수록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기 쪽으로 변해...너그러워짐이 아름다워
희망에 대해 경계 두지 말길...너무 늦은 게 아니라는 걸 자신에게 말해야
사는 게 캄캄한 밤일 때, 밤새 서로를 향해 웃어주는 별로 살아야
나다운 인생 살 때 내가 나임을 취소시키는 건 어디에도 없어
우리 내면에는 누구나 천사가 살아...그 목소리 들으며 삶을 만들어나가기를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입니다

생의 첫 페이지를 쓰듯 우리는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고난이 비록 앞을 가로막는다 해도 희망은 민들레 홀씨처럼 내 마음에 피어납니다. 우리는 그 수수하고 소박한 노란빛을 보며 세상 속의 희망이 살아있음을 알고 온몸과 마음을 열어갑니다.

그렇게 당신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시작을, 아주 조용한 시작을요.

⁂ 우리는 나이 듦에 따르는 시련과 상실을 부당하고, 견디기 어려우며,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상실에는 선물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움켜쥐기보다는 놓아주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이 변해갑니다. 보다 큰 자유와 사려 깊은 지혜가 머무는 곳이 나의 몸이 됩니다. 길은 나를 자신에게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게 합니다. 더 깊이 사랑하게 합니다.

길가의 풀꽃 한 송이도, 집을 잃은 길짐승들도 한가지로 따뜻한 눈길 아래 듭니다. 다툼과 인정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 모든 것으로 더 담대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살아내게 됩니다. 아름다워집니다.

⁂ 당신이 원하거나 믿는 바를 말할 때마다 이를 가장 먼저 듣는 이는 당신 자신이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라

나에게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에 대해서요. 내가 남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멀게만 보이는 희미한 희망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밝은 기운 아래에서는 삶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희망에 대해, 확신에 대해 경계를 두지 마세요. 그것들이 밝히는 밤의 한가운데에서 삶이 다시 시작됩니다. 그러니 당신 자신에게 말해 주세요. 언제나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픽사베이.
픽사베이.

⁂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걸 생각해 내는 게 아니다. 갖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를 규정지었던 불행한 의식 속에서는 희망도 어둠이 됩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환한 곳을 찾아 웃는다면 그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별이 됩니다.

편견과 고정관념과 낙인 속에서 고통받았던 당신이었기에 그것을 평화와 사랑과 행복의 언어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난다면 우리는 분명 눈부신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눈부시지 않아도 수수한 서로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조금씩 규정된 세계를 변화시킬 힘을 모을 것입니다. 우리 사는 게 캄캄한 밤일 때, 밤새 서로를 향해 웃어주는 별로 살아요. 당신이 내게, 내가 당신에게

⁂ 몇십 년을 돌고 돌아 길을 찾았구나.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구나

사는 날의 마지막까지 성실하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은 타인과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주장에 대해 늘 솔직하고 담대하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계와 연결된 존재로 우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고립되어 홀로 쓰라림을 안고 우는 날 많았지만 이제 당신의 손을 붙잡고 함께하는 삶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이 아직 어색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감동을 잊지 않는 날들, 그런 영혼의 양식으로 당신이 자라나 맑은 눈을 뜨고 희망에 대해 말했으면 합니다. 그런 소박한 기적으로 당신이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생 후반의 행복은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에 달렸다. 내가 중심이 되어 진정한 인생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분명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행복을 찾은 당신께 축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늘 나를 먼저 내려놓고 나를 양보하고 고통받는 타인을 위해 애썼던 당신. 이제는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당신의 수고는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나답게”라는 말이 좋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고 저런 것을 삼가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이런 것에 기뻐하고 저런 사람을 보살피는 사람이라는 것. 이제 가만히 멈추어 서서 삶을 처음부터 다시 묻기로 해요. 살아가는 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나다운 인생을 살 때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내가 나인 것을 취소시킬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으니,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나답게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가요, 우리.

픽사베이.
픽사베이.

⁂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나 의지나 행운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즐거움이다

고통의 난바다에 떠 있는 우리. 시작에 앞서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생은 한 번도 내게 공손하지 않았으니까요. 하늘에 구름이 떠 갑니다. 부드러운 흰 구름이 찬란하게 햇빛을 빗어 내리며 움직여 가고 있습니다. 구름을 흐르게 하는 일은 생에 대한 깊은 감사로서의 즐거움입니다. 그 즐거움이 부드럽고 온화하게 생을 이끌어 갑니다.

드넓은 하늘의 흰 구름처럼 탁 트인 마음으로 즐거움을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행복해지는 순간을 말이에요.

⁂ 내면의 나침반에 따라 살 때 인생의 참뜻에 성큼 다가선다

겉보기에 좋은 성공이 아니라 내 마음이 일러주는 진실을 따라 살 때 우리는 삶의 참뜻을 알게 됩니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간됨을 마비시키는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느꼈던 친구들과의 순수한 우정과 가름없는 사랑과 때묻지 않은 눈물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에는 누구나 천사가 살고 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일, 삶을 만들어 가고 이루어가는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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