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치료냐?…인권침해적인 격리·강박 ‘도마 위’ 올라
이게 치료냐?…인권침해적인 격리·강박 ‘도마 위’ 올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2.31 19: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7시간 넘게 강박…강박 일지도 작성 않고 ‘쉬쉬’
인권위, 변협에 강박 진정인 법률구조 요청

정신과 환자들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중시켜 인권 침해적 요소가 다분했던 정신병원의 강박과 격리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병원이 입원환자에게 규정 시간 이상의 과도한 강박과 격리를 시행해 부상을 입혔다며 병원 측에 관련 직무교육을 시킬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진정인이 ‘부당하게 신체를 감금당했다’며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하려 했지만 병원 측은 이를 무시하다가 한 달 뒤에야 인권위로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알코올중독 등으로 경기 안산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된 A씨는 의료진들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신체가 묶이는 강박을 당했다. A씨는 장기간 강박 조치로 팔목과 발목에 상처를 입었지만 병원 측은 강박과 격리 조치를 풀지 않았다.

참다못한 A씨는 강박이 풀린 후 다른 환자의 공중전화 카드를 빌려 강박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고 입원 2주 만에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A씨는 병원 측의 과도한 강박 조치로 몸에 상처를 입었고 강박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 하에 강박을 시행했고 격리와 강박은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을 따랐다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이 정신병원은 복지부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4차례의 강박을 당했으며 첫 번째 강박에서 12시간 30분, 두 번째 강박 5시간 55분, 세 번째 강박 3시간 15분, 네 번째 강박 37시간 55분이었다. 격리시간은 1차 90시간, 2차 52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보다 강박은 최대 4배 이상, 격리는 3배 이상을 초과하는 시간이다. 병원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격리 및 강박지시서’ 등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구체적 강박 사유, 지시자와 수행자에 대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A씨는 위법한 사실을 인권위에 알리기 위해 병원 측에 진정서를 대신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한 달이 지나서야 진정서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시설 직원 등은 시설 수용자가 작성한 진정서를 즉시 인권위로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에 유사사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격리·강박 지침, 진정서 발송과 관련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에 이 사건의 손해배상 등을 위해 A씨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사회통념상 감내할 수 있는 신체적인 한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강박과 격리를 겪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격리나 강박은 최소한으로 시행돼야 하며 가능한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랑제수민 2020-01-01 19:55:20
격리 강박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해도 너무 했다. 격리강박 지침? 매뉴얼에 따랐다? 의사는 의료 사고가 없다? 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의사이다.

인신구속구제청구재판에서 20% 성공률 밖에 없다. 미친사람 죄지은 사람이 갇혀서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모든 증거나 정보와 서류는 의료진이 쥐고 있다. 11월 인권변호사를 통해 승소해 한사람을 구제했는데 역시 의사들은 뻔뻔했다. 잘못한게 뭐냐고.

절차보조, 동료활동, 활동보조, 권익활동 뭐든 폐쇄병동을 향한 당사자 노력을 꾸준히 하자.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커뮤니티케어의 허울만 믿으면 안된다. 복지가면 뒤에 혹사당하는 당사자를 한시바삐 구해내자. 4배 강박이 자행되는 나라 어찌 선진한국이겠는가?

병원을 국립으로 개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