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노한다”…노컷뉴스 보도에 대한 마인드포스트 입장
“나는 분노한다”…노컷뉴스 보도에 대한 마인드포스트 입장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03 1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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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외출 나온 조현병 환자 오토바이 절도 사건 보도
매체는 ‘안전에 구멍 뚫렸다’며 사회적 공포 분위기 조성
정신장애인은 자유의 주체, 결코 관리대상 될 수 없어
한 개인의 일탈행위를 전체 정신장애인 범죄로 매도
외출까지 의료권력이 감시하는 건 용납 못 해
자율성 줬다고? 우린 자유 누려본 적 없는 통제 대상들

3일 노컷뉴스 인터넷판은 ‘조현병 환자 병원 외출해 절도…구멍 뚫린 안전관리’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A(45)씨는 지난달 24일 의사로부터 외출허가증을 받고 시내로 나왔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 47분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식당 앞 길가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오토바이는 퀵서비스를 하는 B(27)씨의 소유로 열쇠를 꽂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가 몰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오토바이를 운전해 자신이 입원해 있는 병원 앞에 세워뒀고 이를 B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절도 관련 범죄가 더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A씨가 주기적으로 외출을 하던 환자로 인지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신질환자들이 외출을 할 때 따로 관리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정신병원에서 외출하려면 의사 동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어느 시점에 증상이 악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진이 동반하거나 관리팀을 꾸리는 등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정신보건이사의 말을 인용해 “사회복지사와 간호인력이 ‘사례관리팀’을 만들어 외출·외박 환자에게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백 이사는 “자율성을 너무 강조하다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분명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인력은 환자 60명 당 정신과 전문의 1인, 환자 13명 당 간호사 1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환자 20명 당 의사 1인, 환자 2.5명 당 간호사 1인이다.

매체는 “정신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더 많다 보니 입원환자를 돌보는 데만 해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와 인터뷰한 백 이사는 “입원환자를 돌보는 팀과 외출·외박 환자, 퇴원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관리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될 때 안전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대해 <마인드포스트>는 깊은 유감을 표현한다.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탈적 행위를 두고 전체 정신장애인의 관리 문제를 제기한 것은 명백한 정신장애인 차별행위라는 것이 <마인드포스트> 입장이다.

병이 있다는 이유로 죄 없이 정신병원에 들어가 아래층과 위층을 이동하는 것도 금지된 집단수용소에서 도대체 병원이 정신장애인에게 어떤 자유를 주었는지 <마인드포스트>는 묻고 싶다.

정신병원이라는 거대한 의료권력 안에서 정신과 의사가 규정하고 진단하고 제공하는 약물에 취해 사회적 태도와 사회적 관계를 모두 잃은 채 살아가야 하는 정신장애인들에게 병원이 제공한 것은 억압과 폭력의 민낯이 아니었는지를 되묻고 싶다.

자유로운 곳에서 인간은 치유된다. 그 자유가 빼앗긴 곳에서 치유를 논한다는 자체가 하나의 허위 이데올로기이다.

매체는 국가와 병원을 향해 ‘환자 관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식의 기사를 생산했다. 우리가 범죄자인가? 병원에 있더라도 우리는 원하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서 오후의 햇살을 바라고 싶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고 자유롭게 동료와 대화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소망이 아니라 당연한 우리의 권리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그 같은 권리도 우리는 확보하지 못했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그동안 병원 수익을 고려해 어떤 조치도 국가에 요구한 적 없던 의사권력이 이처럼 세상에 잠시 나온 한 정신장애인의 일탈적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토록 ‘정신장애인의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일까?

또 정신장애인이 외출을 하거나 집으로 가 외박을 하는 것조차 의사와 간호사들이 추적하고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인간의 최소한의 자유마저 가로막아 버리는 억압적 태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마인드포스트>는 묻고 싶다.

이 매체는 기사 중반에 “이 사건으로 A씨를 포함해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는데 정신장애인이 일탈행위를 하면 ‘묻지마 폭행’이 ‘반드시’ 사건사고로 행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백 이사는 “자율성을 너무 강조하다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했는데 우리 정신장애인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유로운 자유와 자율을 누려본 적이 없다. 당신들 의료권력이 짓누르는 가치와 태도에 눌려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자유로운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이 부과하는 억압의 전근대적 훈육에 길들여졌을 뿐 그 안에서 정신장애인이 자유를 누린 적은 없다.

그런데 우리가 바깥 세상에서 자유롭게 길을 걸어가고 친구와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매장을, 서점을 돌아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마저 당신들은 통제와 훈육,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프레임에 놓고 우리를 관리하려고 하는 것에 <마인드포스트>는 깊은 분노를 느낀다.

<마인드포스트>의 슬로건은 ‘우리를 가두지 말라’이다. 그리고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이기도 하다. 우리를 가두지 말라. 가둠이 치유의 핵심이라는 전근대적 패러다임에서 언론매체와 의료권력은 태도를 바꾸기 바란다.

한 인간의 일탈적 행위를 전체 정신장애인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계속 주장해 나간다면 우리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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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연 2018-08-04 13:52:40
전적으로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