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으로 살 빼려다 되려 정신질환 걸린다
다이어트약으로 살 빼려다 되려 정신질환 걸린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8.08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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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복용 잘못하면 우울증·불면증 심화
다이어트라는 ‘질병’에 걸린 한국사회
다이어트약물로 체중 감량해도 순간…우울증 찾아와
환각 증세 일으키는 다이어트 약물 주의해야
건강한 식사와 운동이 다이어트의 정도(正道)

“살 빼려고 다이어트 약을 3개월 넘게 복용했는데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겁니다. 먹는 족족 설사만 해대고 헛배만 부르는 거예요. 살이 쪄서 우울증이 심했는데 다이어트약이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낮 동안은 얼굴이 상기된 채 집안 이 방 저 방으로 숨어 다녔습니다.”

조현병 당사자 김은호(24) 씨는 다이어트약 부작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사회가 다이어트라는 ‘질병’에 빠지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이는 비정신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조현병 당사자들도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다가 우울증, 불면증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는 이들도 알게 모르게 많은 편이다.

여성들은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남성보다 예민하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된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폭식을 하게 되고 결국 우울증으로 정신과 문을 두드린다. 우리 음식 문화에 서구식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점령되면서 비만 집단이 급증했다.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체형을 D형으로 만들고 있다.

뚱뚱함을 미덕으로 보지 못하는 문화적 배경 하에서 다이어트 문화는 급속도로 대중을 파고든 이데올로기가 됐다. 먹으면 살만 빼준다는 다이어트약이 획기적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이어트약은 이후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질환까지 이르게 만드는 주범이 된 것이다.

다이어트약 성분은?

"몸무게를 10kg만 감량해도 성공적이라 생각하고 시중에 팔고 있는 다이어트 약을 먹었죠. 처음엔 장 청소하듯 잔변까지 깨끗이 쾌변이 되나 싶더니 이것이 요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발전해 저를 불안하게 해요. 회식만 해도 그 자리에서 속이 불편하니 안절부절 못하겠어요. 안 그래도 관계망상이 있는데 더 불안한 거예요. 걱정입니다."

조현병 당사자 김수미(여·34) 씨는 현재 다이어트약 부작용을 톡톡히 보고 있다. 체중은 원하는 대로 10kg 감량했지만 이전에는 없던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려 하루에 3번 이상 설사를 하고 있다. 특히 저녁에는 불면증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설사로 흘려보내 잠도 못 자고 있다.

이처럼 다이어트약이 비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 당사자들도 괴롭히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다이어트약에는 기본적으로 식욕 억제 효과를 가진 펜터민 성분이 들어 있다. 펜터민은 비만 치료제로 자주 사용되는데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불면증과 불안감, 우울감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져져 있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각종 정신질환을 유발한다. 심지어 매사에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관계망상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약 부작용으로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 다이어트약에는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도체인 펜디메트라진 성분도 들어있다. 이 성분은 과하게 복용할 경우 환각과 같은 정신적 문제를 일으켜 범죄를 저지르는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성분이 든 다이어트 약을 먹은 김노망(45) 씨는 다음과 같이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본드를 흡입한 듯한 환각 상태를 맛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뒤통수가 뜨끈해지더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스트레스 해소 건수를 찾고 있었죠. 마침 이웃집의 초등학교 3학년 애가 지나가고 있어서 순간 폭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곧 정신을 잡고 샤워실로 들어가 찬물에 30분 동안 씻어댔습니다. 참 끔찍한 순간이었습니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과량 사용시 경련이 일어나고 호흡이 빨라지며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또 두근거림, 혈압상승, 가슴통증, 불안,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식약처는 항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단기간만 처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실제로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에 중독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일도 있다.

장기적 부작용...마음의 문제까지

김준기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과 마른 몸매에 대한 강한 욕구로 약물에 의존하고 식사리듬이 불규칙해지면서 소화관 장애, 치아 손상, 심한 변비 등을 초래한다”며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정서불안, 우울증, 자살충동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병은 단순한 약물과 식사 행동의 문제가 아니고 마음의 문제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며 “치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이든 비정신장애인이든 날씬한 몸매와 건장한 근육질의 몸매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적 소망을 넘어 집착이 되면 육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정신적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이어트 약물에 대한 집착도 정신과적 질환이다.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가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지키는 평범한 사실임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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