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센터에 정신장애인 동의없는 개인정보 제공은 자기결정권 침해
지역센터에 정신장애인 동의없는 개인정보 제공은 자기결정권 침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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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성, 美 애리조나대 조교수 문화일보에 논단 실어
기초센터에 1천455명 더 고용해도 서비스 크게 안 늘어날 것
탈원화 필수는 응급정신보건센터나 동료지원가 서비스 정착

지난 10일 문화일보 오피니언에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실효성 높여야’라는 제목의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단이 실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3일 ‘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기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으로는 첫째, 환자의 동의가 없어도 정신의료기관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진단명과 치료 경과 등을 건강 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보호의무자 동의가 없어도 지역사회 외래치료명령제를 가능하도록 했다. 셋째, 보건소와 읍·면·동 돌봄통합창구 사례회의를 통한 통합 서비스 제공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 1천455명의 전문 인력을 추가 고용한다는 내용 등이 핵심으로 들어있다.

오 조교수는 이 정책에 대해 정신보건 관련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건강 관련 전문가가 일하지 않는 동주민센터가 정신보건 관련 정보를 다룰 역량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본인의 동의 없이 건강 정보를 행정 조직들이 공유하는 것은 정보 사용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 조직들이 환자의 다층적 서비스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그의 지적이다.

그는 “기초정신보건복지센터는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운영 예산이 천차만별”이라며 “기초정신보건복지센터에 5년에 걸쳐 1천455명의 전문 인력이 추가로 고용되더라도 중증정신질환 환자를 위한 서비스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본질에서 벗어난 대책을 만드는 정부를 비판하는 문구”라며 “정부가 중증정신질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방 안에 있는 코끼리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진짜 코끼리’는 2016년 4조2천억 원의 정신 및 행동장애 비용에 지출되는 의료보장제도(국민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의 수가체계와 서비스 공급 자격 요건이다. 수가 체계와 서비스 공급 자격 요건에 따라서 지역사회 정신의료기관들은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 제도는 탈원화한 사회에서 필수적인 응급정신보건센터나 동료지원가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외래 정신보건 서비스들의 생산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의료기관들이 획일화된 정신보건 서비스에 매달려 있는 동안 정신재활기관과 같은 비정신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욕구에 대응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재정 규모는 2016년 정신의료기관이 의료보장 제도를 통해 지출하는 비용의 4.5%(1천890억 원)에 그칠 뿐”이라고 밝혔다 .

이어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가진 정신의료기관의 변화 없이 탈원화는 요원해 보인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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