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의협으로 가는 까닭은...“대한의사협회는 정신장애인 인권 침해 중단하라”
그들이 의협으로 가는 까닭은...“대한의사협회는 정신장애인 인권 침해 중단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8.17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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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주관 ‘해방선언 권리행동’, 22일 의협 앞에서 대규모 집회 예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속 진보적 의제들을 의협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
법사위 통과까지 ‘시계 제로’...“의사집단은 우리를 무능한 환자로만 인식”
유엔 장애인권리위, 우리 정부에 “강제적 약물과 신체적 억압 사용 중단” 요청
한정연, “정당한 편의 제공, 공공일자리 보장, 공공주택 보급해야”
“의협의 온정주의에 반대하며 필요한 서비스들 스스로 제언할 것”
지난 6월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연내 통과 집중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지난 6월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연내 통과 집중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이 대한의사협회와 ‘맞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주관하는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장애당사자 해방선언 권리행동’(해방선언 권리행동)은 오는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건물 앞에서 “의사협회는 의료권력을 통한 인권침해를 중단하라”는 요구안을 갖고 집회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집회는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와 절차조력인 등 정신장애인 재활과 회복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들에 대해 의협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정신건강과 인권이 퇴행해 온 데 대한 항의를 담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법률안을 제2법안소위에 회부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법사위 통과가 불투명해진 이유로 “의협이 정신질환자를 위한 동료지원가의 상담을 두고 의료법에 배치될 뿐 아니라 보호의무자의 갈등 조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남인순·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담긴 ▲장애인권리협약 정신의 반영 ▲최적의 의료 수준 명시 ▲강제적 입원제도 폐지 ▲동료지원센터 등 당사자 주도 서비스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는 위기지원 체계 구축 등의 진보적 의제들이 의사집단의 반대로 현재 4개 조항만 살아남게 된 현실과 무관치 않다.

게다가 4개 조항은 ▲위기쉼터 ▲동료지원 교육 ▲절차조력인 ▲공공후견이 복지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마저도 의협 등 의사집단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방선언 권리행동 측은 “우리를 존엄한 개인이 아닌 위험하고 판단 능력이 없는 환자로만 보는 의협의 반대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사여탈을 흔들어왔다”며 “심리사회적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모든 서비스 및 정책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의사집단에 의해 철저하게 거절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번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의사집단의 행태를 그냥 넘긴다면 우리는 평생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온순한 환자’로 살아가며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해방선언 권리행동의 요구안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 인권규약,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하는 권리로 자기결정권에 따른 삶을 추구하는 정신장애인의 권리 지원에 철학적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다.

해방선언 권리행동은 “우리의 기본권은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상태 변화에 따라 제한되는 것이 아닌 영속적이고 천부적인 것”이라며 “치료받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 정부 제2·3차 정부심의에 대해 최종 견해를 내고 심리사회적장애인(정신장애인)이 보편적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서 포함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심리사회적 장애인에 대한 향정신성 약물과 신체적 억압의 사용을 즉각 중단시킬 것도 요청했다.

이 견해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우리 정부의 심의 보고서와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보고서를 병합해 최근 한국정부에 권고한 조치들이다.

해방선언 권리행동은 “강제적인 입원 및 약물치료는 즉시 중단돼야 하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치료라는 이름으로 안정실, 폐쇄병동, 반개방병동 등 비인권적인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자기결정권’이라는 철학적 이념에 근거한 치료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방선언 권리행동은 “사회적 권리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촉구하며 대한의사협회의 오만한 태도를 경고하고자 한다”며 “이는 가족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지역에서 독립해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사진=연합뉴스]

단체는 이를 위해 ▲동료지원 등 심리사회적 특성에 맞는 정당한 편의 제공 ▲공공 일자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지역사회와 분리해 수용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당사자의 지역사회 치유를 위한 공공주택 등의 전면적 보급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해방선언 권리행동은 “우리는 독특한 현실 지각과 정신적 상태로 인해 남들과 다른 어려움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으나 이 역시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우리가 치료를 선택하지 않는 한 강제적인 치료와 입원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긴급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정신과 약물을 중단할 권리를 포함한 서비스 선택권을 존중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단체는 “우리는 우리와 관련된 서비스 및 정책 영역에 있어서 참여권을 보장받는 주체”라며 “시대착오적인 ‘온정주의’에 기초한 의사집단의 반대에 반박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제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이번 당사자 해방선언 권리행동을 통해 의협의 오만한 태도를 규탄하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협약에 맞는 정부 지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는 한정연을 포함해 22개 연대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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