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팔부 능선 넘었다…국회 본회의 통과 앞두고 ‘조마조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팔부 능선 넘었다…국회 본회의 통과 앞두고 ‘조마조마’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1.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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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제2소위서 동료지원인 제도 등 통과…의료권력 반대했지만 정신장애운동이 ‘승리’
야구 명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되새길 때
“내년 총선 이후 당사자 운동의 기대와 자신감 커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수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7월 26일 법사위가 해당 법안을 제2소위로 넘긴 뒤 3개월여 만이다. 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법안 관철까지는 난관도 있었다.

애초에 법사위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위기지원쉼터 설치·운영, 절차조력인 제도 도입, 성년후견제 지원, 동료지원인 양성이라는 네 가지 조항을 상임위에 상정했지만 이마저도 논의의 결론이 나지 않는다며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겼다.

통상 의원들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은 제2소위에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안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과를 미뤄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법안들의 무덤’으로 불려진다. 다행히 개정안은 ‘무덤’을 피했다.

개정안에 동료지원인 제도 등 4개의 핵심 조항은 애초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이 요구한 다수의 조항에서 그나마 살아남아 제2소위로 넘어간 것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료권력이 가로막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조항들이 제2소위에 회부되자 즉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의협은 위기지원쉼터가 의료행위인 상담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또 절차조력인은 정신과 전문의가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진행되는 입·퇴원 결정을 배제해 의료 시스템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동료지원가 역시 비의료인의 상담 행위로 의료법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정신장애계는 반발했다. 단체들은 정신장애인과의 상담은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수행하는 치료 기법으로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하는 그 과정 모두를 의료법에 위반되는 의료행위로 규정할 경우 모든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하는 상담은 불법이 된다고 반박했다. 의료법을 내세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또 동료지원인은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당사자가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통해 회복을 촉진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해 왔다고 반박했다. 위기쉼터 역시 당사자의 자기결정, 회복지향적 접근 등 인권친화적 모델이라는 의견이다. 두 제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절차조력인 역시 헌법재판소가 보장한 절차적 권리라는 주장이다. 조력인이 병원에 격리·고립된 당사자를 직접 병원 안에서 자율적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하지만 정신의료기관이 이를 허가해야 가능한 구조여서 실제적 효용성이 아직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해 만남이 제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는 정신장애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절반의 승리였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의협을 규탄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의협을 규탄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개정안의 제2소위 통과는 그간의 억압돼 온 치유와 회복의 근거들을 되살렸다는 의미와 함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여운도 남겼다. 프로야구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제다. 본회의를 앞두고 미리 ‘축포’를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이라 미리 샴페인을 터뜨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제2소위까지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운동 과정은 당사자들이 보여준 투쟁과 단결의 성과”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이후 더욱 힘있게 펼쳐질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커졌다는 점은 중요하게 봐야 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회 본회의는 23일 개회될 예정이었지만 여야의 안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취소됐다. 이후 국회의장실은 오는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 국회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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