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진주방화사건 국가 손해배상 유족 승소 ‘환영’…“보호의무자제도 폐지해야”
신경정신의학회, 진주방화사건 국가 손해배상 유족 승소 ‘환영’…“보호의무자제도 폐지해야”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3.11.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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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가책임 40% 판단…유족 측 “응급입원 절차에 경찰 역할 분명히 해”
정신과 전문의 핫라인 구축으로 입원 병동 찾는 경찰 ‘뺑뺑이’ 막아야
법정에 출두한 안인득. [사진=연합뉴스]
법정에 출두한 안인득. [사진=연합뉴스]

진주방화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서 일부 승소한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보호의무자 입원 제도의 폐지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명 '안인득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0대)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이웃들에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혀 국민적 충격을 불러왔다.

당시 안인득은 이웃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실제 이웃들에게 둔기를 휘두르는 등 공격적 성향을 보였다. 이후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안인득을 9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입원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인득의 형 안모 씨도 동생의 강제입원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강제입원 요건인 현저한 정신질환 상태, 자·타해 위험성을 충족하지 않아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강제입원에 필요한 보호의무자 자격을 부모로 한정해 같이 살지 않는 형제는 입원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인득의 노모는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역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민사부는 지난 15일 진주방화 사건의 희생자 유족 4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사건을 저지른 것은 안인득 개인이지만 국가 역시 40%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해 경찰이 관계 법령에 따라 응급·행정입원을 진행해야 한다는 역할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대신정은 최근 낸 입장문에서 중증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어도 보호의무자입원제도가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와 경찰, 소방이 행정입원과 병원 이송에 소극적이었던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학회는 “경찰과 소방에 대한 적극적 정신건강 교육과 함께 응급입원을 시키려해도 병원을 찾아헤매는 일이 없도록 정신건강 전문가의 핫라인과 병상 안내 시스템 등 지원 체계를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호의무자 제도 역시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적 개정 논의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회는 중증 정신질환의 고통을 환자와 보호자에게만 책임지워 온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비자의 치료시스템(외래치료지원제와 비자의입원)이 보호의무자 제도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 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진주방화 사건 후 4년 이상 경과했지만 우리는 올해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고 등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며 “수면 위로 드러난 커다란 비극 뒤에는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픔이 매일 수많은 환자와 가족에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급성기 치료와 지역사회 케어를 필수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학회는 “중증정신질환의 급성기 치료와 지역사회 케어를 필수적으로 지정해 후진적인 치료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이러한 비극을 다시는 겪지 않을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법과 제도 개선으로 응답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유족 측 법률대리인 오지원 변호사는 “치료 중단 이후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해 경찰이 법과 매뉴얼을 준수했다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본 최초의 판결”이라며 “행정입원 절차 등에 있어 경찰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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