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안인득 사건 피해 유족들에 "국가 4억 원 배상해야“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안인득 사건 피해 유족들에 "국가 4억 원 배상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1.15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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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안인득 사건, 경찰 조치했다면 예방 가능"…국가 책임 인정 판결
경찰 부실 책임 있지만 안씨 범죄와 대등하게 책임 부과할 수 없어
안인득. 연합뉴스.
안인득.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2019년 22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 방화살해 사건의 피해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박사랑 부장판사)는 A씨 등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총 4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안씨의 범행으로 딸(당시 11살)을 잃은 A씨 등 부모와 60대 어머니를 잃은 B씨 등 자녀는 경찰관의 업무 소홀을 주장하며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약 5억4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안씨는 지난 2019년 4월 경남 진주 임대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7명이 상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2016년 7월 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씨의 형 B씨는 동생의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도했지만 보호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원이 거절됐다. 당시 보호의무자인 안씨의 노모는 건강상 이유로 요양원에 입소해 있어 입원에 필요한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할 수 없었다. B씨는 경찰에도 응급입원을 요청했지만 집을 찾은 경찰이 민원을 우려해 입원이 진행되지 않았다. 지자체 역시 법을 이유로 도움을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의 경우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자·타해 위험성이 현저하는 등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진행할 수 있다. 경찰과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이유다.

안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을 험담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에 빠져 주민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던 한 이웃 주민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5차례 112 신고를 해 안씨의 ‘격리조치’를 요청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왠만하면 참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정신장애 운동 진영 정신건강서비스정상화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24시간 운영되는 위기대응팀의 구성과 이러한 시스템을 지원하는 위기쉼터, 상담센터, 동료지원서비스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또 병원사례관리 체계를 철회하고 포괄적 응급대응센터의 설치도 요청했다. 이는 단순히 조현병으로만 이 사건의 요인을 설명할 수 없으며 작동하지 않는 지역사회 정신응급 위기대응 체계의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안씨에 대해 진단·보호 신청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경찰은 정신질환이 있고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대상자에 대해 행정입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2019년 3월 중순경 자신의 직무상 의무를 다해 안씨에 대해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해 행정입원이 이뤄졌다면 적어도 이 사건 범행 시점에 안씨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돼 방화 및 살인을 실행하기는 불가능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은 망인의 사망, 일부 원고의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직무상 의무에 반해 범죄를 막지 못한 경찰관의 책임을 범행을 저지른 안씨와 동일시해 대등한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며 “국가의 책임 비율을 전체 손해의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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