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연극무대 올린다... 오는 23일 '이상한 나라의, 사라' 개막
조현병 연극무대 올린다... 오는 23일 '이상한 나라의, 사라' 개막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4.02.12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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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가 오는 2월 2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조현병을 주제로 삼은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엄마의 조현병 진단과 함께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고등학생 사라의 성장 이야기다. 

극은 사라의 과거 고백으로 시작된다. 

어느 여름, 4시48분. 스무날 분의 항정신성 약물을 한꺼번에 삼킨 사라는 어렴풋이 엄마의 조현병에 대한 기억을 말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정신질환 증세가 시작된 3월로 기억을 더듬은 사라는 엄마가 봄비와 함께 사라졌고 엄마가 사라진 계절을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사라졌음에도 선생님은 태평하고 목사님은 시큰둥하며 의사 선생님은 무기력하다. 신문, 뉴스, 영화, 방송, 유튜브에 등장하는 조현병 환자는 폭력적이고 우발적이고 끔찍하기만 하다. 

조현병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왜곡된 정보는 사라의 일상과 이성을 마비시킨다. 세상의 시선과 수군거림, 손가락질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사라. 사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제작진은 '이상한 나라의, 사라'가 "조현병 엄마를 둔 사라의 ‘성장’ 혹은 ‘재배치’에 대한 희곡"이라며 "평범했던 사라의 가족은 엄마의 조현병 진단으로 평범함을 박탈당한다"고 설명했다.

사라는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병이 유전될까 봐, 또 조현병자의 딸이라고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한다. 시린 계절이 지나고 찾아온 열매 맺는 초가을, 사라는 엄마를 받아들인다. 작품의 주인공 사라를 통해 “낙인이 아닌 서로의 표식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원인진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7살 사라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조현병'과 아직 이 질병을 받아들이는 데 미성숙한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원 작가는 "사라의 삶은 별안간 찾아온 엄마의 조현병으로 엉망이 되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라 스스로 병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우리가 모두 사라가 됐으면 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원 작가는 "언론보도만 봐도 조현병 환자는 스토킹, 흉기, 살해 등 자극적인 범죄의 가해자로 나오는 기사가 대부분"이라며 "사람들에게 조현병과 범죄가 동일하게 각인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편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연을 올리면서도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다. 작품은 조현병을 다룬 기존의 드라마, 영화 등과 달리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증상들을 무대 위에 극적으로 재연하지 않는다. 극 중 조현병 환자인 엄마는 실제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사라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한다.

또 극 중간중간에 원 작가가 해설자로 등장해 조현병에 대한 유병률, 유전 확률, 증상 등 의학적인 정보를 그래픽 영상 등으로 전달하는 '렉처 퍼포먼스'를 넣었다. 이를 위해 원 작가는 E.풀러 토리의 저서 '조현병의 모든 것'을 참고하고,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의사, 상담사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연극의 모든 문장은 엄마의 ‘정신분열’로 7개월 동안 쉼 없이 주인공 사라가 자신을 의심하고 세상을 미워했던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그동안 끊어진 모든 소중한 관계들과 ‘상실’된 것들에 대한 애도이자 ‘완치’를 소망하는 일종의 정화 의식이며 ‘자유’를 기억하기 위한 선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연극은 '창작집단 상상두목'이 주관한다. ‘좋은 텍스트에서 좋은 공연이 나온다’는 신념 아래 2012년에 설립된 상상두목은 좋은 공연을 위해 관객들과 호흡하며 더 좋은 텍스트를 창작 발굴해 ‘시도’와 ‘재시도’의 연극 정신을 구현하는 단체다. 

연극은 오는 2월 23일부터 오는 3월 3일까지 무대에 오르며, 평일 오후 7시30분까지(월요일 쉼),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까지다(3월 1일(금) 오후 3시, 오후 7시). 

☏문의 0502-1932-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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