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송영길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
윤준호·송영길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2.15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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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동체에서 정치적 발언은 존중돼야
극우적 선택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그게 정신병인가
정치신념이 틀리다는 이유로 ‘정신이상자’ 발언은 정신장애인 폄훼
누구도 누구에 대해 절대적으로 옳지 않는 것이 공동체 삶
신념이 다르므로 정신병원에 보내자는 건 파시즘적 사유
정신장애인을 모욕한 윤준호·송영길 의원은 사과해야

지난 12일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비판을 하는 발언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신이상자’ 지만원 씨를 감정해 정신병원에 수감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후 이 발언에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자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지만원 씨의 상식 이하의 발언에 대해 ‘정신이상자’, ‘정신병원’ 관련 표현은 철회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격적 발언 이후 논란의 여지가 생기자 이를 바로 철회한 것이다.

앞서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는 정신이상자 지만원을 정신 감정해 정신병원에 수감시키라”고 밝힌 바 있다.

왜 그랬을까. 지만원 씨는 정신이상자인가. 정신이상이 있으면 치료의 대안적 수단이 정신병원밖에 없는 것일까.

정신이상자는 분명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 말은 곧 사유를 할 수 있는 이성적 도구가 없는 비이성적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만원 씨는 분명 그 존재의 호오(好惡)를 떠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발언을 한 것인데 그게 왜 정신병원으로 보내져야 하는 비이성적 존재로 전환돼 버린 것일까.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다양한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정의가 내려져 있지만 정치공동체 안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한 정치적 이데올로기, 국가권력, 사회적 질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국가는 이데올로기 대립과 같은 집단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그 존재의 근거 이유다.

홉스는 국가의 성립 이유를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호에 두었다. 그에게 세상은 짧고 위험하고 쓸쓸하고 고독한 장소다. 만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인과 싸운다. 따라서 그 생명을 위협하는 투쟁에 개입해 국가가 조절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존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민은 국가에 일정정도의 권리를 양보해고 자신의 권리와 생명을 지켜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국가가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시민은 국가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자연 상태로 돌아가며 다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또 다른 국가체계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국가의 존재 근거가 시민의 생명보호라는 이념은 근대의 국가이데올로기로 강화된다. 물론 이 안에 생명 보호 외에 시민이 국가의 폭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는 국가 독재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이후 로크와 루소를 비롯한 많은 정치사상가들이 국가의 근거와 본질에 대한 해석을 해 왔다. 그렇지만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일차적 근거가 있다는 논리는 여전히 힘을 담지하고 있다.

정치 공동체는 이렇게 시민의 생명 보호를 근거로 하면서 이데올로기적 분화를 겪게 된다. 나의 사유가 타인의 자유와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구든지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사유가 옮고 틀린 것은 집단적 토론과 대화를 통해 사유의 일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풀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나의 사상만이 옳으며 타자의 사상은 틀렸다고 선언하거나 폭력적으로 억압할 수는 없다. 우리는 누구도 누구에 대한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이거나 절대적으로 ‘옳은’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내가 타자의 사유와 이데올로기에 동의할 수 없지만 그 타자의 사유와 발화된 이데올로기가 정치적으로 억압 받게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억압에 대항해 투쟁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한 인간의 정치적 발화가 정치적 힘을 얻는 것은 그에 대해 시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 지지가 약하면 그 정치적 발언은 공동체의 의제에서 제외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지가 약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논의가 특정 인구집단을 상처 입혔다는 이유로 그의 정치적 신념을 탄압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극우적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무관심하거나 포용하거나, 혹은 대항하거나 세 가지 중 하나의 입장을 갖게 된다.

지만원 씨의 발언은 분명히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른 정치적 발화였다. 그는 5·18 광주민주와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 600여 명이 광주로 내려와 이른바 ‘폭동’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과 신념이 틀렸다면 우리는 그를 무시할 수 있다. 아니면 집단적으로 그 이데올로기에 항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는 정치공동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우리 근대 역사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다. 이는 홉스가 말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론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민주적 공동체를 탄압하는 국가는 존재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광주 시민들은 민주적 공동체를 짓밟은 국가권력에 집단적으로 저항한 아픈 역사이면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속에서 지만원 씨가 한 발언이 묻혀버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의 정치적 신념을 우리는 들어볼 의무가 있고 그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이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걸 폭력적으로 제어하려 한다면 광주 민주화 정신이 요청하는 포용과 성숙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시키고 말 것이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발화를 정신병원에 수용해야 할 금기어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왜 정신병원에 가야 하나. 그리고 그가 왜 정신이상자인가.

그의 극우적 성향은 그의 선택이자 신념인데 그 사유가 틀렸다고 정신병원에 보내자는 것은 마치 소비에트에서 비판적 지식인을 정신병원에 수감시켰던 집단적 학대의 기억과 맥락이 겹쳐지는 건 나 혼자만의 사유일까.

더불어민주당의 ‘정신이상자’ 발언과 ‘정신병원’ 발언은 명백히 정치적 탄압행위다. 정치적 신념이 틀리다면 그에게 항의하고 그 이데올로기를 초극할 수 있는 사유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왜 신념과 정신적 질병을 구분 없이 자신의 입장과 틀리다는 이유로 ‘정신이상자’, ‘정신병원’을 거론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들은 우리 정신장애인이라는 시민의 삶을 희화화해버렸다.

윤준호 의원과 송영길 의원은 답하기 바란다. 그리고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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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인 2020-09-16 22:58:47
극우논객 지만원의 5.18폄하를 비호하다니 이게 마인드포스트 기자의 수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