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의 제2미주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원 집단 감염 사례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대구시에 따르면 정신병원인 이 병원에서는 지난 26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모두 13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는 기존 가장 많은 집단 감염 사례를 남겼던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120명)을 넘어선 수치다.

제2미주병원 확진자는 이 정신병원 입원환자 127명과 간호사와 간병인 등 병원 종사자 6명이다.

제2미주병원은 91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다. 3~7층은 대실요양병원이, 8~11층은 제2미주병원이 위치해 있다.

현재 보건 당국은 대실요양병원과 제2미주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과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환자 대부분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층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정신보건을 전담하는 간호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워 집단 감염 사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2미주병원은 지난 2월 말부터 병동에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했다. 환자 면회도 허락하지 않았고 신규 환자 입원도 받지 않았다. 외료 진료 역시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따로 사용할 만큼 접촉을 피했다.

보건 당국은 감염원 찾기를 ‘외부 접촉’이 아닌 ‘내부 전파’에 무게중심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2미주병원 폐쇄병동은 환자들이 임의로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가 창문을 통해 물건을 밖으로 집어던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달 21일 대구의료원에서 제2미주병원으로 전원 온 환자 6명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환자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하면 내부 전파가 감염원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대구시 김종연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3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제2미주병원 건물 각 층별로 작동하고 있는 공기 순환 시스템은 없었다”며 “건물 외부로 작동하는 배기 장치가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정신병원 특성상 창문을 열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이라 내부 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도 비말 전파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같은 건물이 있다고 해서 공기 공조시스템으로 전파가 된다고 판단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경로가 주로 비말과 또 긴밀한 접촉에 의한 것”이라며 “정신병원 특성상 다인실을 쓰고 있고 또 환자 간의 긴밀한 그런 접촉을 통해 전파됐을 확률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제2미주병원과 같은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감염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며 “와병 상태게 있는 환자가 많거나, 정신병원의 경우 개별로 침상이 아닌 바닥 같은 데서 생활하면서 밀접 접촉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구시가 30일까지 관내 16개 정신병원의 입원환자 1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전수 진단 검사 결과 273명이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수조사 대상 16곳 2415명 중 67%인 1610명에 대한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이중 16.9%(273명)이 음성으로 나타났고 1337명(83.0%)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시의 정신병원 대상 전수 진단검사는 제2미주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규모 집단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진행되고 있다. 대구 지역 정신병원 전체 24곳 중 8곳(기검사 병원 7곳, 대구의료원)은 검사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