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용 “보호의무자 입원이 사라지니까 행정입원만 남고 그게 공적 입원제도가 되는 거죠”
장석용 “보호의무자 입원이 사라지니까 행정입원만 남고 그게 공적 입원제도가 되는 거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0.18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입추위가 입원제도개선협의체 안을 가져가 입법화하는 것은 무방해
입추위 안은 전면 개정 수준...입법 때 의원 발의 쉽지 않을 것
보호의무자 대신 가족이란 용어로 입원 통지 받게 해야...대체의사결정 사라질 것
비자의입원은 종합병원 급성기 병상에서 단기간 입원하도록 해야
행정입원 절차 어렵게 하고 오히려 응급입원은 쉽게 해야
사법입원이 최선은 아니지만 다툼 없애려면 이 입원제 고려해야
공적 이송체계 구축에서 경찰 요청하면 구급대 반드시 출동하게 해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퇴원 전 퇴원 계획 세우게 해야
정신요양시설은 전부 정신재활시설로 바뀌어야...이용자 줄면 사라질 것
지정의료기관 정해 질 좋은 병원에만 비자의입원 받게 해야
동의입원 남겨두고 보호의무자 입원 폐지...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진보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방안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입법추진위원회(입추위)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입원제도개선협의체 워킹그룹의 입원제도 개선 방안이 동시적으로 논의됐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될 때,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철저히 배제됐다. 진보적 청년 의사들이 좀 더 인권친화적인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약물과 재활, 입원에 중점을 둔 법은 의료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완결됐다.

이후 강제입원 비율은 90%를 넘어섰고 당시 1만7000 병상이던 정신병원 병상 수는 10만 병상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와중에 강제입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당사자들이, 부당하게 재산 문제 등으로 강제입원당한 이들의 고통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법의 법적 정당성 역시 논란이 됐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정신보건법 제24조의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판단했다. 그해 6월 새로운 정신건강복지법이 탄생했다. 그때,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등 정신질환 풀뿌리 운동가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은 개정됐지만 여전히 강제입원은 횡행했고 당사자 자기결정권과 복지서비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당사자들과 가족, 정신 인권에 관심을 가진 학계와 법조계 구성원들이 더 나은 인권친화적 법 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 정신장애인은 이 법의 수혜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오래 지속되면서 정신장애 운동단체는 이 15조 삭제를 오랜 시간 요청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년의 유예를 두고 이 조항은 삭제됐다.

이후 정신장애 운동진영은 15조 폐지 이후의 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자기결정권의 철학적 의미와 작동 방식,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인권 철학 등을 학습하고 소화하면서 새로운 법 구성을 위해 연대해 오고 있다.

9월 열린 쟁점 토론회는 그간의 토론과 논쟁의 의미를 총화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여기에는 입추위는 총칙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정신과 가치의 구현,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정신병원의 환경 개선, 형식에 그쳤던 복지서비스의 구체적 지원과 강제성의 강화, 입원제도에서 행정입원으로의 비자의입원 일원화 등의 드래프트(초안)를 발표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주최가 된 입원제도개선협의체는 올해 총 6회의 토론을 거쳐 입원 제도의 제도적, 절차적 문제의 해결과 입원 범주의 축소, 강제입원 조항 폐지의 부분을 큰 틀에서 의견 일치를 보게 된다.

토론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주목할 부분은 입추위와 협의체에 소속된 구성원들에 당사자와 가족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정신장애 운동의 의미있는 진보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양 기관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위치에서 자신들의 법안과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입추위 안은 초안의 성격을 넘어 국회에서 이를 입법화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단계에 서 있다. 또 협의체 안은 입원 제도 개선에 대한 당사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논쟁을 진행했고 큰 틀에서의 합의를 완성했다.

기자는 지난 14일 협의체의 장석용(45)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를 만났다. 무엇보다 입추위 안과 협의체 안이 통합될 경우 더 나은 방식의 법안이 도출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장 교수도 협의체의 입원제도 안을 입추위가 가져가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 합의의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 시작된 인터뷰는 강제입원에서의 행정입원 이외의 입원 전면 폐지, 사법입원제의 적극적 도입, 사회적입원 방지를 위한 입원 기간의 1년 상한제, 탈원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의 입법화 등 중장기적인 문제들로 길게 이어졌다.

장 교수는 충남대의대를 졸업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을 했다. 이후 연세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왔다.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법과 의료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그가 선택된 건 너무나 당연했다.

정신질환과 정신장애,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강제입원과 자의입원, 동의입원과 지정입원 등 여전히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정신의료 시스템의 구체적이고 점진적인 발전 방향 등을 이야기하는 지금, 기자는 지난 10년 사이에 정신장애 인권담론의 지평이 넓게 열려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장 교수와의 대화도 입원의 역사적 전개 과정과 현재의 한국 정신병원 입원 제도의 모순과 한계, 그리고 그 대안에 집중됐다. 그의 언설은 구체적이었고 분석적이었다. 그가 그랬다. “비자의입원 하나를 없애는 것만 해도 엄청난 진보”라고. 다음은 일문일답.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전공을 예방의학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보건의료 정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고민했던 건 의사들이 교과서에 씌어 있는 대로 진료를 봐야 하는데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이 그걸 떠받쳐주지 못하는 거였어요. 우리나라의 정책을 바꾸는 데 일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입원제도개선협의체 워킹그룹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년에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의 후속 조치 연구용역을 하나 했어요, 워킹그룹은 그 연구의 후속이죠. 연구용역 시작할 때 정신과 영역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어요. 법령 개정 연구를 하는데 의료도 알고 법도 아는 사람을 찾다가 저한테 소개가 들어왔어요.”

-처음 정신장애인들을 보니까 어떻던가요.

“학생 때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한 달 동안 실습했어요. 대학병원 입원 환자들이니까 제대로 된 진료 환경이었죠. 그런 것만 겪다가 사회운동가로 움직이는 정신장애인들은 요번에 처음 본 거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입추위 안과 향후 안을 통합할 예정인가요.

“통합안은 없어요. 그런데 입추위가 입원제도개선협의체 안을 가져가는 건 무방해요. 왜냐하면 우리 입원제도개선협의체 안에는 입원 제도만 있고 복지는 없잖아요. 입추위 안을 보면 입원제도는 별로 손을 안 댔어요. 그럼 저희 쪽 안을 가져가면 되거든요.”

-통합된 안으로 국회 발의할 국회의원이 정해져 있는가요.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는 아직 안 썼어요. 연구용역 시작할 때는 핵심만 바꾸는 걸로 알고 들어왔는데 전면개정 수준으로 바뀌었어요. 너무 많이 바꾸면 입법될 때 장애물이 많이 생겨요. 의원 발의가 쉽지 않아요. 오히려 만들어진 내용을 갖고 학회나 협의체에서 개별 국회의원 접촉을 통해 입안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이 안에 대해 만족한다기보다는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보호의무자 폐지 후 이를 대체할 지정조력인 제도 규정을 신설하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지정조력인은 어떤 역할과 권한을 갖게 됩니까.

“협의체 최종안에 지정조력인은 빠졌어요. 지정조력인을 만드는 건 대체의사결정을 하지 말라는 거잖아요. 그게 보호의무자 이름만 바꾼 제도 아니냐는 말이 있어서 삭제했어요. 대신 환자가 입원하면 통지는 누군가 받아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배우자, 직계존비속 식으로 가족이란 말로 통지받는 사람만 만들어놨어요. 보호의무자는 없습니다. 입원을 동의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어요. 대체의사결정이 다 사라진 거죠”

-비자의입원을 급성기 병상으로 한정하고 종합병원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협의체 의견이 아닌 제 의견입니다. 유엔과 국제기구의 입장이기도 해요. 배 아파서 입원한 환자나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나 똑같은 병원에서 똑같이 입원하라는 거니까요. 종합병원 수준에서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을 같이 보면 좋지 않나 싶죠.”

-하지만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병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줄고 있어요. 비자의입원은 시설이 좋은 종합병원 급성이 병상으로 가야죠. 수가와 인력 기준을 올려주고 급성기 병상에 단기간 입원하도록 하는 거죠. 어차피 대학병원은 단기간밖에 입원 못 해요.”

-보호의무자 대신 보호자 조항, 혹은 가족 조항을 넣자고 했는데 개념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걸 ‘가족 등’이라는 말로 바꿨어요. 권한은 없어요. 환자의 입원을 통지받는 거랑 환자가 비자의입원 시 입원적합성심사(입적심)를 받을 때 참석해서 의견 진술할 수 있게끔만 했죠.”

-워킹그룹에서 강제입원은 행정입원만 남는다고 했는데 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까.

“보호의무자 입원이 사라지니까 행정입원만 남고 그게 공적 입원제도가 되는 거죠. 대만식이죠. 대만은 다 행정입원이에요. 보호의무자입원이나 응급입원 조항도 없어요. 대만은 경찰의 출동 의무를 규정한 별도의 조항이 있고 그 다음에 행정입원이 있어요. 응급입원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행정입원이 곧 응급입원이에요.

또 5일 안에 심의기구가 판정까지 다 내려줘요. 우리 입적심은 한 달 기다려야 되잖아요. 제가 협의체 때 대만 사례를 보여주면서 5일 안에 결정을 하자고 했었죠.”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당사자 그룹에서는 응급입원 이외의 모든 강제입원 유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우려가 있어요. 행정입원이 너무 쉬웠어요. 우리는 응급입원이 어렵고 비자의입원은 너무 쉬워요. 지금 보호의무자 입원이든 행정입원이든 병실을 못 찾아서 자꾸 사건이 터지죠. 응급입원이 어렵고 비자의입원이 쉬운데 이를 거꾸로 하자는 거죠. 응급입원은 신속하게 이뤄지고 행정입원은 훨씬 엄격해지는 거죠. 응급입원을 했는데 행정입원 심사에서 탈락해서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이 만들어져야죠.”

-말씀하신 행정입원은 응급입원까지 다 포함한 건가요.

“그렇죠.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이 하나로 돌아가게 되겠죠.”

-기능만 조금 다르게?

“병원이 응급입원만 하고 행정입원으로 전환이 안 될 경우 퇴원 조치하면 돼요. 비자의입원은 응급입원을 통해서 행정입원으로 연결되겠죠. 이게 대만식이에요.”

-교수님은 오랜 고민 후에 이렇게 말했죠. 당사자를 위한 해결책은 사법입원 체계뿐이라고. 법관 정원이 확보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가능할까요.

“사법입원이 항상 좋은 제도만은 아니에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국가가 사법적 판단으로 비자의입원의 정당성을 부여한 거죠. 게다가 사법입원은 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더 다툴 수가 없고 거기서 끝나버려요. 그런데 다툼이 안 생기게 하려면 사법입원이 확실한 방법이에요.”

-독일하고 우리나라하고 판사 수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습니까.

“판사 정원이 묶여 있는 건 그건 보건복지부가 해결할 일이죠. 제한돼 있는 걸 국가 차원에서 늘려줘야죠. 이건 보건복지부 혼자 못 해요.”

-법관들이 동의할까요?

“정원만 늘려주면 싫어하지는 않을 거예요. 법관들도 정원 늘리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지방의 대법원 역할을 해 주는 3심법원을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만들고 법관 늘리자 이런 말 많이 해요.”

-어쨌든 이 체계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게 이상적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우리의 이 수많은 논란과 다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법뿐으로 생각해요.”

-사법입원제가 입적심 운영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훨씬 싸게 들 걸로 봐요. 보호의무자입원 때 2차 진단하는 정신과 의사들 연봉이 3억 원이 넘어요. 그 3억 원을 대여섯 군데로 하면 십몇억 원 넘어가잖아요. 판사는 연봉이 7000~8000만 원 정도예요. 정신과 의사 한 명이면 판사 서너 명을 쓸 수 있는 거죠.

독일 사례를 보면 그렇게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대신 기존 시스템 자체를 뒤집어 엎는 거죠. 그러니 법을 입안해야 하는 공무원으로서는 부담이 되죠.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판사 정원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봐야 되고. 고위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건 일반 하위직 공무원 숫자 늘리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그럼 법관 정원 늘릴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사법입원이 가장 좋은 방향이지만 못하겠다고 하니 차선책으로 저희가 입적심을 강화하자고 하는 겁니다. 사법입원은 큰 계기가 오지 않는 한은 쉽지 않을 거예요.”

-공공입원 체계 강화는 공공이송체계의 강화를 의미하는 겁니까.

“공공입원체계라는 관(官)이 개입하는 거죠. 행정입원이 그래요. 시장·군수·구청장을 거쳐야죠. 공적 이송의 경우 저는 각 국립정신병원들에 이송전용 구급차를 5~10대씩 배치해 놓고 입원이송에 이용하자고 주장했거든요. 그런데 실무적으로 어렵고 돈도 많이 드는가 봐요.

그럼 공적 이송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냐면 경찰이 요청하면 119구급대가 반드시 출동하도록 바꾸는 거예요.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을 경찰이 시작하는 걸로 하는 거죠. 당연히 응급입원 통해서 행정입원으로 가니까요. 입원 3일 이내에 시장 ·군수·구청장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요. 거기에 절차보조인, 그 다음 입적심에서 대면조사원 가고. 이렇게 안전장치를 만들었던 거죠.”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동의입원 대신 지정입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는데 불필요한 용어 변경에 불과하다는 당사자측 의견들이 나옵니다. 전면 폐지해야 합니까.

“최종안에서 다 사라졌어요. 동의입원을 지정입원으로 바꾸고 지정조력인을 지정하는 걸로 갖고 들어갔는데 협의체 안에서 부정적인 분위기여서 없앴죠.”

-어떤 부정적인?

“동의입원과 다른 게 뭐냐라는 지적이죠. 동의입원은 입원할 때 자의지만 퇴원할 때는 자의가 아니잖아요. 지정입원도 그런 거죠. 지정입원은 들어갈 때 자의이지만 퇴원할 때는 환자가 지정한 사람이 결정하는 거예요.

전에는 법적 가족이 결정했는데 지정입원은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누나가 자기에게 호의적이고 동생이나 아버지가 나를 입원시키려 하면 누나를 지정해 버리면 되는 거죠. 동의입원이랑 다를 게 뭐냐 해서 없앴어요.”

-정신의료기관 입원 기간을 최장 1년으로 상한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1년 후에 갈 곳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1년 후에는 나가게 하자고 했어요. 장기입원을 방지하려는 취지였어요. 입원 1년 후 퇴원 조치를 하면 퇴원을 생각하지 않던 사람도 ‘내가 퇴원하나보다’라고 생각하겠죠. 퇴원 조치가 들어가고 지역사회 담당자가 연락을 해서 퇴원 준비를 하게 하거든요.

또 하나는 입원 연장을 지역사회 시군구의 정신건강심사위원회(정심위)가 하고 있는데 1년 후 퇴원하고 재입원을 시키면 제3의 기관인 입적심이 다시 한 번 여기에 들어오는 거죠. 1년 후에 무조건 집으로 가라는 게 아니라 입적심을 1년마다 보라는 거죠.

그래도 퇴원할 수 없는 상황이면 행정적으로 그날 퇴원하고 다시 비자의입원을 진행하는 거죠. 그럼 다시 입원한 거니까 입적심 받아야 하고 점검 절차를 한 번 더 거치라는 거죠.”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그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1년 후 퇴원하면 집이 없으면 갈 곳이 없잖아요.

“협의체의 퇴원 장에 퇴원 대신 지역사회 자립 또는 지역사회 복귀로 제목을 바꿨어요. 환자가 퇴원 후 지낼 거주지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퇴원 전에 퇴원 기록, 퇴원 계획 다 세워서 복귀 계획을 세우도록 조치하는 거죠. 대신 그 안의 인프라 구축은 협의체나 복지 쪽에서 해결해 줘야죠.”

-재입원을 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1년이 아니라 1개월이면 퇴원시키는 규정을 둘 수는 없을까요.

“너무 짧아요. 그렇게 하는 나라도 없고. 1개월마다 하게 되면 행정부담이 감당이 안 될 거에요. 지금 입적심도 허덕이면서 돌아가고 있거든요. 1개월마다 하는 건 실현가능성이 없어요.”

-정신요양시설은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요양시설에 1년에 천억 원 이상의 복지부 예산이 나가고 있어요. 정신건강복지 예산, 정신건강정책 예산의 3분의 1이 나가는 거예요. 계륵이죠. 전부 재활시설로 전환해야죠. 요양시설이 있고 재활시설이 따로 있을 필요는 없죠.”

-정신재활시설을 노인요양시설로 바꾸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요양시설의 비자의 입소자가 10~20% 정도 돼요. 치료 기능이 다 사라졌는데 비자의입소가 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나마 병원은 국친사상(國親思想)을 갖고 있어요. 비자의입원 시키는 이유가 이 사상 때문이에요. 국가가 아버지이고 힘드니까 잠깐 비자의입원시킨다는 의미죠. 그리고 치안(治安). 이 두 가지에요. 그래서 치안 개념이 있던 나라가 다 사법입원을 한 거예요. 사법입원의 뿌리를 보면 정신질환자들 입장에서는 안 좋은 제도예요. 범죄자 취급했던 감금이었죠.

국친사상은 국가가 아버지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판사가 필요 없다는 거죠. 이게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시스템이에요. 판사가 개입하지 않고 가족들이 하죠. 유럽에서는 가족이 아무런 힘을 못 써요. 판사가 하거든요. 대만은 가족으로 하던 걸 없앴고 일본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요.”

-정신요양시설은 다 문 닫아야 합니까.

“전환한다는 게 맞죠. 정신재활시설로 다 바꿔야죠. 정신요양시설은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어요. 더 이상 증설도 안 하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줄면 하나씩 사라지겠죠. 지역사회로 다 독립하면 정신재활시설이든 정신요양시설이든 다 줄어들겠죠. 지금 정신병원 병상도 줄고 있잖아요.”

-정신병원은 장기적으로 다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비자의입원은 정신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의입원의 경우 요양병원 형태의 정신병원도 필요하다고 봐요. 장기적인 계획으로 정신병원이 없어지는 건 동의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없앨 수는 없다고 봐요.”

-탈원화에 동의합니까.

“탈원화는 우리 의료의 기본이에요. 요양병원의 노인들도 탈원화 하고 있고 신체장애인도, 지체장애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탈원화 해서 집으로 가세요 해도 갈 곳이 없어요. 정신장애인도 똑같아요. 정신보건 파트에 탈원화는 가야 할 방향이 맞아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노인들이 요양시설로 갈지 재가서비스를 받을지를 결정하죠. 그럼 재가서비스를 받으라고 얘기를 해요. 이게 잘 안 돼요. 시설에 있지만 집에 도와줄 한 명만 있으면 재가서비스가 되는데 독거노인이면 안 되죠. 정신질환도 공통된 문제예요.”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탈원화가 무작정적인 선(善)은 아니다?

“탈원화가 환자 개인 특성에 따라 나쁠 수도 있죠. 자신이 케어가 안 되는데 탈원화를 하면 건강관리가 안 되고 복약 관리가 안 되는 거죠. 유엔 인권위원회가 말하는 ‘하드케이스’라고 있어요. 우리 말로 ‘극적인 사건’이라고 할까. 안인득 사건 같은 사건 하나가 터지면 모든 정신질환자들이 그렇다고 국민들이 낙인을 찍고 이런 하드케이스가 자꾸 생기면서 국가가 규제로 간다고 유엔 보고서에 나오거든요.”

-규제가 무슨 말인가요.

“정신질환자를 규제하는 거죠. 탈원화됐는데 왜 정신질환자들을 관리도 안 하고 다 집으로 보냈냐, 병원에 가둬놓아야지 하면서 거꾸로 갈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거죠. 치료가 안 된 상태로 지역사회로 나갔다가 거기서 큰 사건 한두 개 터지면 국회의원 발의 들어와서 정신질환자는 무조건 비자의입원시켜야 한다는 등 퇴행하는 거죠.”

-지정정신의료기관 규정도 신설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복지부가 추진해온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가 전국 4개소에 불과합니다. 지정정신의료에 관심을 보일 병원이 많을까 싶습니다.

“정신의료기관이 비자의입원 시키려면 지정을 받아야 하거든요.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지정이 안 돼 있어요. 행정입원 안 받아요. 그런데 비자의입원이 행정입원으로 일원화되면 세브란스병원이고 뭐고 다 지정을 받아야 되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병원이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정의료기관은 지정을 안 받으면 환자를 입원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야 돼요.”

-병원에서 수가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되면 그들이 움직일까요.

“그러면 당사자 단체가 원하는 대로 비자의입원이 자연히 없어지는 거죠. 지정의료기관의 뜻은 의료 질이 담보가 안 되면 비자의입원 받지 말라는 거예요.”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갑니까.

“꼭 필요하면 지정의료기관으로 가고 지정의료기관이 필요 없는 분은 외래에서 치료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거죠.”

-지정의료기관이라면 일반 병원 안의 정신병동으로 비자의입원 환자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의료기관은 인증제도와 평가제도가 있어요. 평가는 의무이고 인증은 선택인데 합격률이 40% 정도밖에 안 돼요. 그래서 합격한 기관만 지정받을 수 있게 해서 비자의입원를 받는 정신의료기관의 질을 높이는 거죠.”

-정부가 개입해서 수가도 올려주고 해야겠죠.

“요양병원이 그렇게 해서 질이 올라갔어요. 요양병원에는 예전에는 정말 열악했어요. 정신병원고 비슷했어요. 그런데 요양병원의 인증을 의무화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계속 질이 올라가고 원가가 올라가니까 수가도 같이 올라가요. 지금은 요양병원 가면 깨끗하게 잘 돼 있죠.

정신병원은 이게 없었어요. 요양병원은 의무인데 정신병원은 인증이나 평가를 받아봤자 인센티브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안 하죠. 앞으로 비자의입원 환자 받으려면 이걸 통과를 해야 해요.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고 인권과 관련된 지표도 많아요.

CCTV를 병실에 설치하면 안 되고 화장실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1미터 40센티 높이로 하면 안 되고요. 지정의료기관제는 원래 있는 제도예요. 일본은 지정의료인이에요. 비자의입원을 시키는 정신과 의사가 따로 있어요. 이 사람들은 교육을 엄청 받고, 함부로 비자의입원시키면 자격을 박탈해버려요.

우리나라는 의사가 아니고 기관들로 돼 있잖아요. 병원별로 받는데 사실상 행정입원은 다 지정하고 있어요. 시장·군수·구청장이 정보가 없는데 정신병원 질 평가를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니까 거의 다 지정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치료도 잘 하고 인권친화적인 병원만 지정해서 질을 높여야죠.

저는 지정의료기관 지정 권한을 시장·군수·구청장 대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하자고 주장했거든요. 함부로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왜냐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정신질환자들 쉬게 입원시키려면 많이 지정하고 싶잖아요. 제 주장은 질적으로 좋은 병원만 지정해서 그 병원만 비자의입원을 받게 하자는 겁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을 의료 기능법으로 두고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복지’가 들어간 게 마음에 안 들어요. 그건 일본밖에 없어요. 대부분 국가는 그냥 ‘Mental Health Act’(정신보건법)예요. 저는 복지 관련 업무는 장애인국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해요.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두 개로 분리하는 것도 또 의미가 있어요.

보건은 이쪽이 열심히 하고 복지는 저쪽이 열심히 하는 거죠. 그런데 복지가 보건으로 끼어들어오면서 이도저도 아닌 복지 규정을 만들어놨는데 시행령 시행규칙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어요.”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새로운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만들자는 건가요.

“가능하다고 봐요. 그런데 그걸 장애인정책과에서 할 건지, 정신건강정책과에서 할 건지 결정을 봐야해요.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별도의 법을 만들되 정신장애인하고 질환은 동의어가 아니거든요.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인이 있으면 정신장애인은 정신질환자죠. 그럼 정신장애인들은 더 강하게 들어가서 서비스를 받아야죠. 이제는 장애인복지법의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이 아닌 정신질환자도 많아요. 알코올중독자들의 비자의 입원율이 60%인데 그들이 장애인은 아니잖아요. 그럼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남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따로 만들겠다고 하면 저는 반대하지 않아요.

인권위에 가서 그 말을 했어요. 정신장애인인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복지와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복지를 다 받을 수 있게 하고, 장애인이 아닌 정신질환자는 장애인복지법의 대상이 안 되니 이들은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하자고요. 미등록 장애인이 꽤 많아요. 그들은 어떻게 해요. 등록하기는 싫은데 서비스는 이용해야겠고. 장애등록 안 하면 못 하잖아요.”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안정적 처우와 환경을 강화하지 않고 이 모든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건 정신건강복지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 보건 관련 기구들의 공통된 문제에요. 지방에 가 보면 공공의료보건지원단, 감염병관리지원단, 통합건강관리지원단, 심내혈관지원단, 치매지원단이 있는데 이들은 정규직원이 아니고 승진도 안 돼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맨 위까지 올라가봤자 센터장인데 센터장은 한 명이잖아요. 그래서 별도의 정신장애인 지원기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교수님은 소수의 여러 공공병원을 짓지 말라. 10개의 작은 병원이 아니라 2~3개의 큰 병원을 지역에서는 더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제가 지역사회에서 4년 동안 보건의료계획을 짰거든요. 보면 공공병원이 병원 기능을 못 해요. 지방의료원 가보세요. 열악하다기보다 병원으로서의 구실을 못해요. 아파서 병원 가 봤자 치료가 안 돼요. 그럼 큰 병원으로 가요. 지방 병원은 200~300병상 정도거든요. 300병상이 넘어야 좀 기능을 하고 보통 500병상 기준이에요.

500이 넘어가야 환자가 다른 데 왔다갔다 안 하고 그 병원 안에서 다 해결이 되죠. 그런데 병원이 작다 보니 기능이 안 되고 그러니 주민들이 안 오죠. 둘째는 의사들이 안 가요. 병원은 의사를 못 구하니까 월급을 올리는데 의사들은 거기 가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의사 경력에 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병원 가서 수술 경험도 하고 하나씩 밟아서 올라가야 하는데 작은 병원들은 그 기능을 못 하니 가질 않아요. 기능을 못 하니 주저앉는 거죠.

그런데 정치인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해요. 그냥 각 지역마다 하나씩 만들자라고만 생각하죠. 조그만 병원을 여러 개 만들자는 거예요. 저는 200병상짜리 3개 짓지 말고 600병상짜리 하나 지으라고 해요. 지금 공공병원으로 잘 돌아가는 사례가 서울의료원이에요. 여긴 800병상이에요. 레지던트 수련병원이기도 해서 의사들이 채용공고를 내면 다 지원해서 가죠. 이 정도 규모가 돼야 기능을 하면서 의사들도 환자들도 만족하죠.

200~300병상 지방 의료원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아무리 안 돼도 500병상은 돼야 하는데 지금 성남의료원이 500병상이에요. 저희가 성남의료원 지을 때부터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주의 깊게 봤어요. 500병상의 병원이 위탁 안 하고 스스로 성공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뒤집히기도 했지만 최근에 완전 와해되면서 500병상 가지고도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의사들 다 떠나고 의사들이 노조 결성해서 원장과 싸우고 있어요.”

-그 의료원이 인권 침해를 한 건가요.

“그런 것보다는 기능이 제대로 안 됐어요. 처우도 문제가 있었고.”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중고생을 위한 정신과 전문의 모집에 연봉 2~3억 원을 줘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더군요.

“의사들이 돈도 돈이지만 거기 갔을 때 할 수 있는 게 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근로복지공단 연구를 했는데 지방의 A병원에 가면 의사가 없어요. 연봉 5억5000만 원 부르거든요. 그런데도 의사가 왔다가 떠난대요. 그런데 그만두고 간 데는 A병원보다 월급이 적어. 그래도 옮겨요.

왜냐하면 자기가 진료하러 왔는데 행정직원들이 협조가 안 되는 거죠.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데 바깥에서 의사가 오니까 감시하고 카르텔 만들고 진료 봐야 하는데 계속 행정업무 해 달라고 서류를 들이밀고 하니까 못 버티고 나가는 거죠. 작은 병원들의 시스템은 돈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죠.”

-큰 병원 하나를 만들어라. 그건 정신병원도 적용될 수 있는 걸까요.

“정신병원은 클 필요가 없어요. 외과를 예를 들게요. 외과의 경우 200병상이면 외과 의사 두 명 정도에요. 그런데 외과는 갑상선외과, 유방외과, 대장외과, 위간외과 등 한 10개가 돼요. 두 사람이 그걸 다 못하거든요. 그래서 1000병상은 돼야 간수술 할 수 있는 의사, 대장수술만 하는 의사로 분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어요.

내과도 마찬가지죠. 내과도 8개 분과가 있거든요. 그런데 정신과처럼 단과 병원은 그럴 필요가 없죠.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병원의 기능이 강화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경제적으로 효율화되는 건 있겠지만. 규모의 경제는 있지만 200병상짜리 병원에 가면 내과 선생도 세 명밖에 없어요. 그러면 한 사람이 소화기내과도 보고 심장내과도 보고 알레르기내과도 보고 같이 보거든요. 기능이 떨어지죠.

그리고 단과인 과들이 많아져요. 비뇨기과 같은 경우는 선생이 한 명 있고 그럼 밤에 그 환자는 누가 봐요. 원장은 퇴근해야 하고 학회도 가야 하는데 학회 가면 진료는 누가 봐요. 그래서 이런 병원이 기능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단과병원의 경우에는 클 필요가 없어요. 커서 기능적으로 좋아지는 건 없죠. 경제적으로 좋아지는 건 있겠지만.”

-대형병원이 작은 병원이 다 죽여버리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 그래요. 대형병원이 점점 더 커지고 작은 병원들이 다 사라져요. 사람들이 수술하러 입원하면 동네 작은 병원 가냐고요. 다 대학병원 가잖아요. 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이 경기도에다 분원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세브란스는 송도, 서울대는 반월지구에, 아산병원도 청라에, 중앙대병원은 광교에 계속 만들어요. 이런 식으로 들어가면 일대에 있는 작은 병원은 다 어떻게 되겠어요. 다 문 닫는 거죠.”

-자살률 14년째 세계 1위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보십니까.

“저도 자살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데 ‘I don’t know‘. 모르겠다는 게 정답이에요. 일단 우리나라가 사는 게 힘들죠. 제일 큰 원인이죠. 학술적으로는 경제적 수준, 우울증 얘기하는데 그 기반에 있는 건 힘들게 산다는 거예요. 일도 힘들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도 해야 되고 경쟁이 심하니까 경쟁에서 밀려나면 좌절하게 되는 거죠.

자살률이 항상 일관되게 나오는 건 사회경제적 소득이 낮거나 교육수준이 낮거나 직업이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그럴 경우가 높거든요. 어찌 보면 사회적 질환이라고 보는 거죠. 하나는 정신적인 고통, 두 번째는 사회경제적 지위.”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전 세계 시민을 상대로 노후에 가장 소중한 것을 물었죠. 거의 대다수 세계 시민은 가족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돈’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돈에 의해 자기 삶을 확인하려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의 미성숙일까요.

“세대 전환기에 젊은 세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절대적 빈곤은 없지만 상대적 빈곤이 있죠. 박탈감. 예를 들어 내가 연봉이 5000만 원 돼요. 그러면 강남에서 5000만 원인 사람하고 시골에 5000만 원인 사람하고 누가 행복하냐, 그러면 대부분 시골에 사는 5000만 원 버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그러죠. 왜냐면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잘 살거든.

그런데 강남에서 5000만 원 벌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수십억 원짜리 집에 사는데 나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죠. 이런 상대적인 박탈감 연구가 꽤 있어요.”

-교수님은 법학자는 실현가능성보다는 옳고 정의로움을, 정책학자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정책학자로서 이번 개정 법에서 실현가능성이 낮은 내용은 어떤 것일까요.

“행정입원을 시장·군수·구청장이 다 처리하는 거와 행정입원으로 일원화하는 게 가장 실현가능성이 낮아요. 지금 행정입원이 10%가 안 돼요. 규모가 적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행정입원으로 일원화되면 모든 입원을 시장·군수·구청장이 해야 되잖아요. 그럼 엄청난 대란이 오는 거죠.

예를 들면 전에는 행정입원을 한 달에 2~3명 했는데 이제 막 30~40명씩 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10배가 커져야 돼요. 그 많은 사람들을 시장·군수·구청장이 챙겨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협의체에 참여한 복지부 담당자가 시장·군수·구청장하고 협의가 됐는지를 물어요. 부정적으로요.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시장·군수·구청장이 그런 역할을 할 여력이 안 된다고 걱정하는 말을 했는데 동의합니다. 또 만약 비자의입원이 어려워서 다 퇴원하면 지역에서 이들이 자립준비가 됐냐. 안 돼 있을 같거든요.”

-행정입원이 강화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이 죽어나는 거죠.

“엄청난 일을 해야죠. 시장·군수·구청장이 입원시킨다는 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입원시킨다는 것과 동의어예요. 현재 행정입원 실무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원이 나와야 되거든요. 그러면 대상이 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다 나와서 행정입원 처리를 해야죠.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는 행정입원을 시키잖아요. 훨씬 힘들대요. 행정입원 하나 하는데도 굉장히 어렵대요.”

-어떤 부분이?

“일단 동사무소와 협조가 안 돼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행정입원을 요청했는데 협조가 안 돼서 구급차 가지고 동사무소 앞에 가서 딱 대기하고 시위를 해야 행정입원이 된대요. 응급입원을 거치지 않은 행정입원은 굉장히 어렵다고 해요.

행정입원한다는 건 현장에 가서 환자를 지정의료기관으로 데려가서 비자의입원을 하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경찰·구급대와 같이 가서 다 해야 되나 봐요. 반면 응급입원을 통해 오면 이미 병원에 계신 분을 행정입원 시키겠다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연락이 가니까 서류만 왔다갔다하면 된대요.”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뭘까요.

“동의입원을 남겨놓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폐지하는 거죠. 비자의입원만 폐지해도 엄청나게 진보한 거예요. 그래도 동의입원은 입원할 때 환자가 동의를 하고 입원하잖아요. 물론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거부할 수 있지만요. 대학병원들은 다 동의입원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서울대병원은 대부분이 동의입원이래요.

보호의무자 입원이 없으니까 행정입원 하나밖에 없죠. 행정입원을 하든가 아니면 동의입원을 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만 삭제해도 엄청나게 진보한 거죠. 이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동의해 줬잖아요. 당사자들도 동의하고 가족은 더더욱 동의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럼 이것만 먼저 폐지해도 엄청난 진보에요.”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마인드포스트.

-더 하실 말씀이.

“제가 정신건강을 본 게 일 년 반 정도 되는데 어려워요. 저는 의사의 입장에 있고 변호사의 입장에 있고 해서 인권과 치료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어찌됐든 협의체에 온 분들 중에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니까 무조건 가둬야지 하는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잖아요. 모두 정신질환자를 위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수단만 달랐던 거에요.

원하는 방향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협의를 본 사례가 없었다고 그러더라고요. 협의도 협의지만 토론을 하면서 오해도 많이 풀렸던 거 같아요. 이게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또 입추위에 조언을 해 주고 싶은 건 너무 많이 바꿨어요.

저는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잖아요. 이런 걸 ‘비토 포인트’(논쟁점)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걸 바꾸려고 하면 반대하는 지점이 많아져요. 한 사람이 극악스럽게 반대하면 이게 못 올라가거든요. 절차보조 등 너무 많은 걸 넣고 바꿔서 입법안으로 들이밀면 의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요. 전면개정 수준이잖아요. 정치인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안 돼요.

전면개정은 의원 입법으로 잘 안 들어가고 정부 입법으로 들어가요. 의원 입법은 대개 몇 개 조항 정도를 바꾸는 거예요. 그래야 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좀 덜하고요. 분명히 복지부에 물어볼 거거든요. 국회에 절차가 있어요. 절차에 따라 복지부 담당자한테 의견을 구해야 돼요. 너무 많이 바꾸게 되면 복지부에서 거부가 나오고 그럼 통과되기 어렵죠.

담당자인 복지부 과장·국장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과장·국장에게 의원이 정신건강복지법 거의 다 바꾸는 법안을 갖고 왔어요. 그러면 이들은 과장·국장으로 왔는데 2년 동안 이것만 하다가 끝나요. 자기가 뜻한 게 아무것도 안 돼. 가장 빠른 방법은 보호의무자 제도만 없애고 동의입원 좀 어렵게 하고 자·타해 위험만 넣으면 조항 두 개 바뀌는 거잖아요. 그럼 복지부 입장에서도 저건 내가 일주일 처리하면 통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전술적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죠.”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