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쉼터, 불필요한 입원 막아주는 쿠션 역할해...심리적 회복력도 더 빨라져
위기쉼터, 불필요한 입원 막아주는 쿠션 역할해...심리적 회복력도 더 빨라져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1.29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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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희 교수,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위기쉼터 이용자 대상 분석
쉼터에서 존중과 환대받는 분위기...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 강해
쉼터 최대 이용 기간 2주 불과...좀 더 늘리고 배치 인력도 증원해야
하경의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공공정책대학원 누리집 갈무리]
하경희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공공정책대학원 누리집 갈무리]

정신 위기 상황에서 입원 대신 당사자가 주도하는 지역사회 위기쉼터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경우 심리적 회복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경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연구보조원 김세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가 지역사회 위기쉼터를 최초로 운영한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위기쉼터 이용자들과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점을 진행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자기결정권을 갖고 생활하면서 무너졌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밝혀졌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 사업지원을 받아 10월까지 6개월간 위기쉼터를 진행했다. 한국 정신보건 서비스에서 위기쉼터의 제공은 최초의 일이다.

센터는 기존 의료기관 중심 위기개입 관점에서 탈피해 당사자 관점에서 위기 지원 체계를 구축해 불필요한 입원을 방지하고 지역사회 자립적인 삶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이끌어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가이던스에서 위기 서비스가 더 인권을 존중하는 방법임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위기 서비스가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소통과 대화, 동료의 참여, 유연한 지원, 개인의 법적 능력 등을 통해 인권 기반의 양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간 위기 지원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고 대부분 응급 중심의 개입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되는 형식으로만 진행돼 왔다.

이번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의 위기쉼터 경험이 향후 한국 사회 정신위기 서비스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위기쉼터 이용자들은 대부분 입소 전에 부정적인 생활 사건과 관계 갈등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1인 가구 등으로 지지 체계가 부재한 경우 심리정서적 불안정을 가져와 이들이 쉼터를 이용하는 직접적 이유가 됐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운영한 위기쉼터 내부 모습.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운영한 위기쉼터 내부 모습.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위기쉼터의 물리적 환경의 경우 자유로운 개인 공간과 편리한 생활 여건이 제공되고 심리적 환경으로는 존중과 환대의 분위기,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문화로 이뤄졌다는 하 교수의 분석이다.

서비스 요인으로는 동료 지지를 통해 공감과 이해의 경험을 하고 자조모임 참여 등 공동체와 지속적 연계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또 직원들과의 상담을 통해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위기를 해소할 활동에의 참여, 법률 지원, 정보 제공 등 개별화된 지원이 이뤄져 퇴소 후를 위한 자원 연계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쉼터를 이용한 이들의 변화는 크게 네 가지였다.

우선 스트레스적인 환경에서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혼자가 아니라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지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분위기가 고립감을 해소시켜 주고 퇴소 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경험하게 해 줬다는 분석이다. 이는 입소 전 불규칙했던 생활이나 음주, 증상, 자살 사고 등으로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된다고 하 교수는 전했다.

하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당사자 주도 위기쉼터는 회복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며 “심리정서적 안정과 일상의 회복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지지해줄 사람이 없을 경우 정신 위기 당사자의 안전한 대안은 입원이었다”며 “하지만 쉼터를 이용하면서 입원을 하지 않고도 위기를 넘기게 돼 쉼터가 불필요한 입원을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개선해야 할 문제들도 나왔다. 현재 개인의 이용 기간은 2주로 충분히 회복하기에 짧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또 상가 건물 한 층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어 요리를 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용자들은 일회용이나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하 교수는 “쉼터가 일반 가정집과 같이 주택에 공간을 마련해 좀 더 편안한 쉼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쉼터 시설 수가 확대되고 쉼터 종사자들이 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교수는 “이용자들이 위기 상황에 불안정할 수 있어 더 집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배치돼야 한다”며 “더불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과 지원 체계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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