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신질환자의 의사·약사 면허 규제 강화 법안에 ‘찬성’...정신장애계 “일괄 삭제해야”
복지부, 정신질환자의 의사·약사 면허 규제 강화 법안에 ‘찬성’...정신장애계 “일괄 삭제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6.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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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전문위 검토보고 “의료인 결격사유 실효성 높여...개인정보보호법과는 배치”
강대식 의원, 의료법·약사법 개정안 발의...“결격사유 있으면 의료인 면허 받지 못하게 해야”
헌법 평등권·직업선택의 자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정신 위배 의견도 나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사·약사의 면허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난 20일 면허 취득시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면허 취득 후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결격 개인정보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1999년 정신질환자에 대한 자격 제한 규제를 모두 철폐했듯이 한국도 정신질환자의 자격 취득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정신장애 진영에서 나오고 있어 시대 정신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마인드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에 약사법과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과 보건복지부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종류를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포괄 위임하고 있어 정보의 최소 수집 원칙이라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과 헌법상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정신을 위반해 신중 검토 쪽으로 의견을 냈다.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은 의사와 약사, 한약사가 되려는 사람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도록 하고 있고 이 경우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의 정신질환자는 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운전면허,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 수상구조사 자격의 경우 근거 법령에서 결격사유와 관련된 개인정보 보유 기관이 면허발급기관에 직접 정보를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의사와 약사, 한의사의 경우 현행법은 정신질환자라는 결격사유만 두고 있을 뿐 결격사유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관으로부터 결격사유 해당 여부의 자료를 통보받거나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이 발의한 양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사, 약사, 한의사 면허 교부 시 개인정보를 가진 담당 기관장에게 해당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보유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이에 따르도록 규정했다.

다만 대상 기관과 개인정보 내용·제공 방법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복지부는 결격 사유와 관련된 개인정보 확보를 통해 체계적 면허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개인정보보호위는 법안이 규정하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헌법상의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5월 국무총리에게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의 개선을 위해 결격조항이 폐지나 완화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결격조항을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 “정신질환을 결격사유로 하는 법률 대다수는 공중의 위생·보건 등 공공의 안전, 보육·돌봄 등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며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자체를 문제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격 제한의 요건을 규정하는 데 정신질환자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절대적 결격사유는 차별적 조항으로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에서 정신질환자의 자격 취득을 막는 절대적 결격 사유 법령은 모자보건법·영유아보육법 등 돌봄과 관련돼 있다. 의사와 약사 취득의 제한은 소관부처가 보건복지부로 상대적·적극적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 사실상 절대적 결격에 가깝다.

진 수석전문위원은 “결격 조항의 정비를 위한 검토가 결격사유 적용의 실효성 제고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두터운 보호를 받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신질환, 마약중독 관련 정보를 관계부처나 기관들이 공유하는 것은 개인정보호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의견을 냈다.

또 개정안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위배되는 만큼 개정정보 제공 기관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냈다.

정신장애계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취업제한 토론회에서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당성이 없는 조항을 계속 가지고 가고 있다”며 “일본은 1999년 이 자격 제한조항을 일괄 삭제하는 식의 법 개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 사람이 진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몰라도 정신질환자라는 타이틀을 붙이면 당신은 안 된다고 하는 건 옛날 금치산자 선고와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부센터장은 “결격 조항이 결국 정신장애인으로 하여금 정신질환을 숨겨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자기 낙인을 양산하고 언제든지 내가 의학적 검사로 인해 숨기고 싶어도 결국은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실제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그때 스크린해서 안 되겠으니까 나가라, 자격은 안 될 거 같다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며 “입사 전에 정신질환 관련 내역을 검토하거나 스크린하는 행위는 요구돼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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