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수사 과정에서 잦은 인권 침해…“형사사법체계서 장애특성 고려 시스템 구축해야”
정신장애인 수사 과정에서 잦은 인권 침해…“형사사법체계서 장애특성 고려 시스템 구축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8.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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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건의 정신장애인 연루 사건 무죄 판결에 환영 성명
법원. [사진=연합뉴스]
법원. [사진=연합뉴스]

최근 2건의 정신장애인 범죄 추정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환영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3일 성명에서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정신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인권이 충분히 고려되는 형사사법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청했다.

사기 등으로 기소된 정신장애인 A씨는 보이스피싱 중간책으로 피해자에게 받은 현금을 신원미상의 조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범이며 범죄에 가담한 횟수와 방법, 결과가 죄질이 무겁다는 이유였다.

2심은 달랐다. A씨가 아르바이트 일환으로 업무를 인식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양극성정동장애가 심하고 장애로 인한 지능지수가 낮은 것을 고려해 비장애인과 같은 인지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 선고했다.

또다른 사건의 정신장애인 B씨는 정신과 약을 복용한 후 집밖에서 마약 관련 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B씨의 말과 행동이 어눌하자 수상하다는 이유로 현관문을 닫으려던 B씨를 제압하고 집을 수색한 뒤 경찰서로 연행했다.

연행 과정에서 상처까지 입은 B씨가 큰소리로 항의하자 경찰은 모욕죄까지 추가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B씨가 현관문을 닫으려고 했을 때 제지한 행위가 강제처분이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현행범 체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경찰이 적용한 모욕죄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면서 무죄 판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무죄 판결이 났지만 정신장애인의 권리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쉽사리 침해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이 가해자나 피고인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강압적인 수사가 이뤄지거나 장애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경찰, 검찰, 판사 등 형사사법체계에 전반적인 장애 이해 교육 커리큘럼이 명확히 존재애햐 한다”며 “정신장애 당사자나 가족, 장애인 단체 등에 자문 및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두 사건은 검사가 항소와 상고를 제기해 재판이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니다.

연구소는 “정신장애와 장애인권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결여된 검사들의 항소와 상고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형사사법체계에서 정신장애인의 장애특성과 인권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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