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지방 섭취가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고지방은 비만·성인병·대사질환 등 신체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태·오창명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고지방식을 먹은 마우스 모델에서 렘 수면(얕은 수면) 이상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유사 행동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마우스에게 한 달 이상 고지방(60% 이상 지방 함량 식이)을 섭취하게 한 결과 뇌의 도파민 시스템 기능 이상을 초래해 수면장애와 ADHD를 유발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고지방 식이는 대사 질환, 비만, 뇌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신체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정신질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뇌 신경계 메커니즘의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를 적용한 실험군 마우스에서 렘 수면 감소, 기억력 감소, 불안, 쾌감 결여 및 과잉 행동적 특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ADHD 환자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점에 착안해 분자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고지방 식이 마우스 모델의 경우, 도파민을 생성해 온몸으로 전달한다고 알려진 뇌의 복측피개 영역과 뇌의 좌우에 신경들이 모여 있는 측좌핵에서 여러 도파민 조절 유전자 전사체의 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속적인 고지방 식이 노출은 도파민 관련 유전자 전사체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지방 식이 마우스 모델은 불안, 과잉행동, 쾌감 결여, 기억력 장애를 보였다. 고지방 식이는 수면· 각성 조절에서 각성(잠이 안오는 상태) 시간을 감소시키고 분절화된 렘 수면을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에 따른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 불안·과잉행동 등 행동 이상, 수면 이상이 ADHD와 유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고지방 식이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태 교수는 “고지방 식이와 ADHD 간의 잠재적인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 연구의 가장 큰 의의”라고 설명하면서 “고지방 섭취는 성인도 위험하지만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발달 과정에서 주의력결핍장애 및 수면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지도하고 강지승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GIST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 4개 과기원 통합 연구단, 보건복지부 치매극복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정신과학 분야 상위 5.8% 논문인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온라인에 게재됐다. 두 교수와 강지승 박사는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등재되기도 했다.

박종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