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배려하듯 당신을 배려해 주세요. 눈물을 닦아주듯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남에게 배려하듯 당신을 배려해 주세요. 눈물을 닦아주듯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 박목우
  • 승인 2023.10.27 1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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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우 작가의 에세이
일하며 사랑할 때 삶의 깊은 비밀과 가까워져
상처 입은 자들은 서로가 따뜻이 감싸줘…세상과 마주설 수 있어야
사랑 안에서, 당신, 꾸준히 자신의 길에서 정진하시기를 바라
모자라면 모자란 자체로 아껴주고 사랑할 때 관계의 잎사귀는 넓어져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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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듣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은 다층적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처음에는 흘려듣는 마음이었겠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을 알아듣게 됩니다. 이해하면서부터요. 하지만 거기에서 끝난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된 게 아닙니다. 마음을 받아들일 때, 오롯한 존재로 당신이 살아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당신이 있음으로 내가 변화되어야 우리는 시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밝고 환한 빛으로 당신의 마음이 내 안을 비추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나면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간의 지평이 열립니다. 지평이 영영 없을 것 같던 곳에서 열리는 그 한 발자국의 감사는 아마도 영혼의 일일 테지요

⁂ 일할 때 당신은 진실로 삶을 사랑하고, 일하며 사랑할 때 삶의 가장 깊은 비밀과 가까워진다

세상 속에 고정되기를 바라며 녹슨 못처럼 흐르지 않는 시간만이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끝없이 유동하는 시간을 모르던 날. 처음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취하던 밤에는 내 마음이 강물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디 아름다운 곳으로 향해 가는 낮은 강물의 움직임으로 별이 흐르고 달빛이 강물 위에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수많은 빛을 밤하늘처럼 깊이 품고서 우리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약간의 용기와 무릅쓰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의 심장에서는 시간을 품고 흐르는 강물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시간은 너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홀로인 당신, 세상의 상처 입은 자들은 서로가 따뜻해 서로를 감싸줍니다. 우정을 알고 싶다면 세상과 마주 서야 합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렇습니다. 타인의 가슴에서만 나의 아름다움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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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가(聖歌)가 있습니다. 사랑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요. 기다림을 알게 하고 약속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사람 사이의 기쁨을 알게 합니다. 때로 죽음마저 무릅쓰는 그 사랑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사람이 됩니다. 따뜻이 결속됩니다.

나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게 하는 숭고한 높이가 사랑 안에는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하는 것도 사랑 안에서입니다.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랑 안에서, 당신, 오늘도 꾸준히 자신의 길에서 정진하시기를 바라요. 사랑의 언어가 당신의 길에서 매번 새로워질 것을 믿어요. 그 길을 걸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당신을 보며 압니다

⁂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고, 궁극적인 마지막 시험이자 증명이며, 그 밖의 일은 모두 준비에 불과하다

그 흔한 사랑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세상의 편견과 아집은 관계를 경직된 것으로 만들어 더 이상 숨을 쉬게 할 수 없게 합니다. 우리는 보다 부드러운 사랑을 꿈꿀 권리가 있습니다. 비단 주머니처럼 나를 감싸주는 사랑으로 당신의 눈빛이 어느 날 나를 알아보고 나의 눈빛이 당신을 알아보는 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꿈과 현실을 함께 보게 합니다. 당신의 미래를 믿고 곁에 서는 일. 그럴 때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 낯설게 느껴지는 사랑의 순간을 느낍니다.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연인을 다시 한번 깊게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기쁨의 날이 아니라 고통의 날일지라도 그 아픔을 견디고 나면 신(神)의 숨겨두신 삶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는 되는 일. 그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요. 삶 속에는 봉인된 은총이 있고 슬퍼하는 영혼만이 그 깊은 비밀을 조금씩 알아듣게 됩니다. 밤이 새벽으로 가듯 알게 되는 환한 사랑이 별들을 몰고 아침놀로 눈부시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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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남에게 배려하듯 당신을 배려해 주세요. 눈물을 닦아주듯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염려할 때의 당신처럼 당신을 염려해 주세요. 그런 후에 조용한 평화가 당신에게 깃들어 평안해졌을 때, 다시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그 손을 잡고 천천히 당신의 가슴으로 밀려들었던 깊은 위로와 평안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 사람의 투명한 결속에 빛을 비춰 젖어 있는 슬픔에마저 선명한 무지개가 뜨게 할 거예요. 우리가 은총이라 부르는 것. 서로와 이웃을 향한 크고 높은 희망이 우리의 가슴마저 저 깊은 허공과 연루되게 하겠죠. 그 허공 속에 새겨넣을 희망들 공활히 아름답겠죠

⁂ 모자라면 모자란 그 자체로 아껴주고 사랑할 때 관계의 잎사귀는 넓어진다

당신에게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강요하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당신이 꽃잎처럼 펼쳐지는 순간의 아름다움만을 영혼에 새기겠습니다. 눈부신 당신. 그 당신이 오도록 당신 곁의 나무들과 풀잎들, 숨이 따듯한 짐승들을 가꾸고 먹이겠습니다. 씨앗을 뿌려 당신의 주변으로 철마다 환한 세상을 열겠습니다. 당신이 숨결이 닿을 때에야 비로소 되살아나는 기억으로 남겠습니다. 그 기억들과 함께 서녘까지 당신과 걷겠습니다. 약속을 짓겠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당신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키고 머금을 것입니다. 한 눈부신 단어 하나만을 고집하겠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 모든 것의 시작은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깊은 눈에 있다

큰 어려움 앞에서 할 말을 잊은 적 많았습니다. 꺾이고 부러져 상한 몸을 붙들고 울던 날 많았습니다. 그날의 나를 바라봐주는 검은 눈동자가 둘 있었습니다. 안부를 살피는 그 깊은 눈에 일렁이는 물기 때문에 더 이상 쓰러져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눈은 나의 아픔을 대신 앓아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눈동자 속에 서린 나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 이 세상에서 나를 위해 울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인 것을 알았지요. 주섬거리며 길 나설 준비를 했습니다.

이제 길 위의 빛을 보고 당신이 인도한 길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그건 당신이 비추어 주었던 빛. 거듭 되풀이되는 다정했던 손길들. 신(神)께서 밝히시는 긴긴 밤의 별빛을 덜어 나의 눈에 비춰주었지요. 사랑을 나누어 준 당신으로 인해 나는 저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열린 문 틈으로 참 행복한 빛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 사랑이 주는 만족감을 아는 사람은 좀 더 따뜻하게 말하는 법을 안다

말하는 입술보다 듣는 귀의 풍요로움을 생각합니다. 당신의 큰 귀는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언어마저 새겨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사랑의 충만함을 알 것 같다 하셨지요. 당신은 언제나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나눔 끝에 비로소 열리는 희망을 듣는 귀였기 때문입니다.

사랑받은 기억은 그 너그러움을 알므로 파도가 일듯이 따뜻한 마음이 밀물져 들어옵니다. 밀물에 잠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다가왔던 밀물을 다시 썰물로 보내야 합니다. 갯가의 게와 조개, 그것으로 양식을 삼는 이들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힘껏 썰물져 가야 합니다. 그들의 노동이 평화롭도록 말이에요. 나는 사랑을 모르지만 당신으로 하여 조금씩 깨닫습니다. 밝게 귀가 열립니다. 밀물이 오고 또 썰물져 갑니다. 열린 귀가 종소리처럼 깊게 울립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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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마세요. 사랑은 전하는 거예요

나의 소박한 웃음에 기뻐하는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내 작은 선물을 곱게 간직해 두고 가끔씩 꺼내 본다는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내 슬픔에 누구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 때 그저 묵묵히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길을 잃고 마음이 먼 곳을 헤맬 때 내 삶의 행로를 염려하며 기도해 준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오늘도 당신을 보며 나 또한 당신처럼 살아가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내어 줄 수 있는 것들을 꼽아 보았지요. 가난한 나이지만 당신에게 주고 싶습니다. 내 가장 마음 깊은 곳의 진실을 당신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가고 있는 길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그 빛을 보고 행복하도록 오늘도 나는 나의 입술과 발걸음을 살핍니다. 나의 손길을 슬퍼하는 이의 어깨 위에 얹습니다. 오래 눈 맞추고 상실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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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미 2023-10-30 15:40:56
박목우작가님의 글 앞으로도 계속 뵙기를 바래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