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돼”
“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돼”
  • 박목우 작가
  • 승인 2023.11.01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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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박목우 작가의 에세이
인생이란 배움의 연속…사랑하고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것
자신이 누군지 모를 때 혼란과 방황을 가져다 줄 것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사과 하나를 남겨 두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에 시간을 할애할 때 삶을 채우는 건 행복
픽사베이.
픽사베이.

⁂ 기다리는 것. 처음부터 온전한 것이 아니라 온전할 때까지 참아 주는 것. 못 쓰게 된 그릇에 흙을 담아 가지 친 꽃가지를 심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가지에서 꽃이 피어났습니다. 제 몫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랑, 그것이 바로 온전함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살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는 구원과 희망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사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슬픔을 이해합니다. 달랐던 만큼이나 끝내 가까워지지 못했던 서로가 그 경계를 넘어서려 노력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살리고 사랑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인내도 열정도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안부를 걱정합니다. 그 안쓰러운 마음이 어두운 세상에 불을 켭니다. 낮과 밤이 바뀔 때 하늘에는 별빛이, 가득한 빛들이 온몸으로 그 고달픔을 노래합니다

⁂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사과 하나를 남겨 두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추운 밤 그의 컵에 물을 부어 주는 것이다. 그가 그릇 씻는 소리를 즐겨 듣는 것이며, 그가 미처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그릇을 한 번 더 씻어 내는 것이다

이별을 통해 우리가 성장한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제 그는 내게 고이기보다 흐르기를 선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내 마음에는 그가 남기고 간 것들이 아직 새벽빛처럼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빛을 믿어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빛이 환하게 나를 채울 때 그는 알겠지요.

오랜 시간이 흘러 빛이 저물 때 알겠지요. 그가 한 가난한 사람의 영혼에 남기고 간 것들을 말입니다. 그렇게 나는 기쁨이 되고자 합니다. 아주 먼 곳까지 가는 향기가 되어 말없이 그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가까운 듯 먼 듯 아련한 기억이 되어 먼 곳을 꿈꾸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와 있는 미만한 사랑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 인생이란 배움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법, 놓아주는 법, 자신과 타인을 향해 가장 친절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깊은 슬픔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배움이 꼭 기쁨이거나 삶의 유익이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씁쓸함을 삼켜야 할 때가 옵니다. 그리고 갈라지는 길처럼 각자의 길을 따라 멀어져야 할 때가 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날들에 어쩌면 나는 진심이었을테니까요.

마지막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이렇게 조용히 바람처럼 나는 물러납니다. 비가 지나고 다시 햇빛이 듭니다. 새로운 아침이 옵니다.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이 흐릅니다. 나는 대답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평온합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꿈에 맞는 모습의 길을 찾아낼 때 내 인생은 조화를 찾을 거야. 그러자면 몸의 아주 작은 힘줄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느낄 줄 알아야 해

흔히들 자기에 대한 지식을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무 많은 볼 거리들과 먹을 거리들과 갖가지 화려한 것으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을 충족하려다 세상에서 종종 우리는 길을 잃게 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 모두가 언제까지나 혼란과 방황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나를 잘 들여다 보는 시간은 아주 고요할 때 옵니다. 다른 이를 환대하고 가까운 이를 돌보는 데서 옵니다. 세상의 질서를 파악하고 올바름을 묻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 따듯하고 올곧은 것이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전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꿈의 모습이 확연해지고 가야 할 길이 당신에게로 조용히 길을 터주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삶을 채운다. 그제야 우리 마음속에서 무언가 춤추기 시작한다. 바로 행복이다

매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낮고 낮은 겸손을 봅니다. 나보다 작은 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 온종일의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보듬는 것처럼 나도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뜨거운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오빠와 나만 보면 얼굴이 환해지시던 가난하던 내 어머니에게,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조현의 삶을 사셨던 불행한 아버지에게 하는 듯 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할 테지만 숨겨져 있던 빛을 발견하듯 그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기록할 것입니다. 불행한 그 누구의 삶도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입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현실과 맞닥뜨릴 때마다 좌절하고 상처입는 사람들. 연하고 부드러운 내면을 가진 사람들. 그들을 알았지만 결코 안 적 없는 사람처럼 나는 무심했습니다. 사랑은 그의 뒤편으로 둥근 성채를 그려주는 일입니다. 우리가 나눈 몇 마디의 말과 웃음과 그 배경으로 서 있는 푸르른 숲이 존재를 아름답게 지켜주는 것입니다.

늘 마지막 말을 하듯 살아야겠습니다. 다시 못 올 사람들을 두고 나는 오늘도 위로와 희망이 되자고 합니다. 눈 감는 순간, 생의 마지막 기억이 서천으로 가는 길고 긴 뱃길을 이끌어주기를 바랍니다. 아직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희망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눈 감는 순간에 읊조려 보는 상처 입은 희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은 모두 진실하고 아름답다

사랑을 사는 사람의 사랑이 깊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어린 소망이던 것이 삶이 되어 한껏 낮아진 그 웃음에는 슬픔을 아는 이의 평온한 숨결이 아직도 어른댑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온마음을 쏟아 살아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저물녘 그의 표정을 보고 압니다. 지상의 구름이 붉게 물드는 이유를. 세상의 뼈아픈 이유들을 빛처럼 껴안고서 젖어가는 하늘은 선홍빛일 수밖에 없음을. 그러니 그가 웃을 때, 나는 눈물겨운 것입니다.

기별을 전하듯 번져드는 마음이 고와서, 지켜가는 약속들이 어여뻐서, 손을 흔듭니다.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름다운 사람이 멀어지는 것을 봅니다. 사랑의 그 깊은 심연에 잠긴 그가 밤하늘에 잠긴 별들처럼 멀어지며 새벽 속으로 스미는 것을 봅니다

박목우 작가 제공.
박목우 작가 제공.

* 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무력한 천사의 눈이 아닌 지혜로운 어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플 때면 밤새 이마를 짚어주셨고 상처를 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저 담담히 바라보시던 표정. 곁에 계신 것만으로 힘이 되던 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다 알기 때문에 침묵하는 순간이 있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순간이, 정확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밝혀 그런 것들을 보게 합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깊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나중에 당신을 보게 될 때, 그런 눈빛을 갖고 싶었습니다. 사위는 조용하고 하늘은 드넓습니다. 세상의 모든 말은 사랑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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