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조기 진단 가능성 열리나…조현병 전 단계에서 초기 뇌조직 변화 감지
조현병, 조기 진단 가능성 열리나…조현병 전 단계에서 초기 뇌조직 변화 감지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3.10.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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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서울대병원 연구팀, 조기 조현병 환자의 뇌조직 분석 결과 발표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왼쪽)와 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 교수.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왼쪽)와 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 교수.

국내 연구진이 조현병 전 단계 및 초기 조현병 환자의 미세한 뇌조직의 변화를 질감 분석으로 포착했다. 조현병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주목된다.

27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 교수 연구팀은 뇌자기공명(MRI) 질감 분석을 조기 조현병 환자들에게 최초로 적용해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발 정신증군(조현병 초기 단계, 101명) ▲정신증 고위험군(조현병 전단계, 85명) ▲대조군(147명)의 MRI 영상을 바탕으로 조현병과 관련된 뇌 영역에 대한 질감을 분석했다.

질감 분석이란 MRI 영상을 구성하는 작은 3차원 단위(복셀) 중 인접한 단위들의 상호관계를 조사해 질감 특성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뇌 조직의 부피 변화나 신호 강도에 기반한 분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초발 정신증군은 대조군에 비해 전두엽을 비롯한 뇌 부위에서 회색질 부피 및 두께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증 고위험군에서는 회색질 부피 및 두께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전두엽 부위에서 회색질의 복잡성 및 상호의존 정도을 반영하는 ‘IMC1 질감지표’가 대조군 및 초발 정신증군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C1 지표는 뇌조직의 국소영역 복잡성이 크고 영역 간 상호의존 정도가 적을수록 그 값이 증가한다.

특히 정신증 고위험군에서 전두엽 IMC1 지표는 양성 증상의 심각도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전두엽 회색질 국소영역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양성 증상의 정도가 덜했던 것이다. 이는 정신증 고위험군 단계에서 신경가소성의 일종인 ‘피질재구성’ 현상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환경·상황에 따라 스스로 신경구조와 회로를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정신증 고위험군에서 회색질의 부피와 두께의 변화가 없더라도 높은 민감도를 가진 ‘질감분석’을 통해 조현병 증상에 관련된 미세한 회색질 변화를 포착해 조기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병은 발병과 함께 회백질 감소 등 뇌 조직의 변화가 발견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져 조기 발견과 발병 직후 4~5년간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현병 전 단계에서 초기에 일어나는 뇌 변화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권준수 교수는 “정신증 고위험군을 비롯한 조기 정신증에서 일어나는 초기의 뇌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면 초기 진단 및 치료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질감 분석은 특히 정신증 고위험군이 정신병으로 전환을 조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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