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바로알기③] “심리상담 자격증 없어도 돈만 있으면 상담센터 개소…상담사·내담자 모두에 피해”
[상담 바로알기③] “심리상담 자격증 없어도 돈만 있으면 상담센터 개소…상담사·내담자 모두에 피해”
  • 이채하
  • 승인 2024.01.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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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하 가톨릭여성상담소장·다솜힐링심리상담센터장 기고
최저시급도 안 되는 상담사 급여…고학력·저소득자의 표본 같아 ‘씁쓸’
상담 관련 박사학위 취득해도 타 분야 비해 사회경제적 위치 열악
외국은 국가가 상담 자격 관리…한국은 정체불명 사설기관이 발급
상담 기본법 없어 급여 기준 없고 일용직 정신노동자 역할
전문상담사법 제정에 한 목소리 내야…헌신만으로는 해결 안 돼

우리 사회에는 수천 가지의 상담자격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졸속으로 상담자격증을 받는 등 무자격에 가까운 이들이 상담의 영역을 훼손하고 있다. ‘엉터리’ 상담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인드포스트>는 상담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4차례 기획 특집으로 싣는다. 특히 상담사 법률이 제정돼 마음 아픈 이들이 자격을 갖춘 권위 있는 상담사들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는 사회적 선순환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면서...

이채하 박사.
이채하 박사

벌써 센터를 운영해 온 지도 9년차가 되어간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이 또한 옛말이라 했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가는 시대라고 한다. 센터를 운영해 온 지 10년이 다가오는 동안, 전문상담사로서의 나는, 상담심리 분야는, 이것을 대하는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곱씹어 본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거치며, 나의 상처들을 깨닫고 수련 과정에서 정신없이 나를 돌보고 내담자들을 돌보는 법을 배우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곤 취득한 민간 학회 자격증 2급…. 하지만 기대와 희망을 갖고 상처받은 이들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현실에 부딪히고 말았다.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급여는 이 사회의 취약계층이 되기에 충분했다. 고학력 저소득자의 표본인 것 같았다. 그래도 원래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그간 배우고 닦았던 상담사의 태도인 내담자에 대한 헌신과 존중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조금 더 잘 돕기 위해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사례 지도에 적지 않은 금액을 사용했다. 이렇게 상담전문가로서의 나의 한계를 넘어보고자 박사과정에 도전했고, 1급 국가자격증도 취득했지만 내가 마주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전히 내가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때와 별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자격증을 가지고 활동하고자 해도 취업의 기회는 매우 적었고, 설령 취업이 됐다 하더라도 최저시급 수준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대부분이었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상담사 자격증을 갖추었더라도 타 분야에 비해 사회·경제적 위치가 열악했다.

지난 2021년 8월에 전문 상담사법 제정의 필요성과 관련해 국회에서 처음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 상담심리사 자격증이 발급돼 온 지 50여 년만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외국에 비해, 법적 근거 없이 주로 민간학회 및 불분명한 사설기관 등에서 발급돼 왔고, 자금만 된다면 자격증 없어도 사설 심리상담센터를 개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전문 상담사 및 상담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내담자), 양쪽 모두에게 부작용이 발생돼 온 것에 대해 우려의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은 자격증 남발은 상담사와 내담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우선은 상담사 관련 기본법이 없다보니, 상담사 급여지급 기준이랄 게 없고 각 기관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책정되기 십상이다. 그냥 일용직 정신노동자일 뿐이다. 전문 상담사가 되기 위해 많은 금전과 시간과 고도의 수련을 요구받고 있지만, 막상 사회에서는 그 모든 과정을 무색하게 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상담사는 이런 모든 상황을 견뎌야 하는, 정신 승리를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지. 픽사베이.
“심리상담 자격증 없어도 돈만 있으면 상담센터 개소…상담사·내담자 모두에 피해”

이러한 현실은 상담사의 윤리적 딜레마를 겪게 하기도 한다. 상담사라는 전문성만을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보니 일부 상담사들은 윤리적 의무에 위배되는 활동이나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한 개인이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전문 심리검사 도구를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실시하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내담자들에게 결과지만 나눠준 사실을 우리 센터 내담자가 제보해서 알게 됐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하고 있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중대한 윤리적 문제다. 그러나 누가 이러한 상담사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또 한 가지 경우는 바로 지난 달에 겪은 일이었다. 상담을 받은 한 내담자가 자신의 상담사가 해결책을 말해주지 않는다며 상담비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센터장으로서 상담사를 보호하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경찰의 힘을 빌려야 했다.

센터를 운영해 오면서 이러한 상황은 꽤 여러 번 겪은 일이기도 하다. 때론 내담자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근거가 되는 법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 분야의 현실이다. 전문 상담사로서 갖춰야 할 윤리적·전문적 태도는 매우 중요하고 많은 시간들 안에서 꾸준히 개발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간 수많은 전문 상담사들이 내담자 복지를 위해 헌신과 존중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상담심리 분야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지금의 우리를 위해, 앞으로의 후배들을 위해 전문상담사법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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