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인아메리카]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10대 소녀들의 희귀 정신질환
[매드인아메리카]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10대 소녀들의 희귀 정신질환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4.0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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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비정상적인 정신과적 문제가 갑자기 대규모로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 신심 전염"의 패턴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10대 소녀들의 희귀 정신질환 [photo=mad in america]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10대 소녀들의 희귀 정신질환 [photo=mad in america]

통합정신의학회지(Comprehensive Psychiatr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틱톡(TikTok)의 '아픈 역할 하위문화(서브컬처)'로 인해 아이들이 희귀한 정신과적 증상을 보인다는 게 밝혀졌다. 어린이, 특히 10대 소녀들이 자칭 뚜렛증후군, 섭식장애, 자폐, 해리성 정체성 장애(DID)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광경은 이전에 확인된 방식과 다르게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희귀질환을 동일시하고 미화하는 것은 10대 소녀들이 극도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낙인을 찍는 대신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고 심지어 자신이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 신심 전염(psychosomatic social contagion)"이라고 정의했다.

연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자본을 얻기 위해 자기 편을 찾거나 관심을 끄는 동시에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을 감출 수 있는 비전통적인 정신과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구논문의 저자들은 토론토 대학교와 캐나다 중독 및 정신건강 센터의 아동 및 청소년 정신의학과 존 D. 할티건, 캘거리 대학교의 뚜렛 및 소아 운동 장애 클리닉 프로그램 책임자인 타마라 M. 프링스하임, 웨스턴 대학교의 가야티리 라즈쿠마르다.

이들은 2010년대 초 섭식장애, 자해, 자살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텀블러(Tumblr)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짧은 형식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틱톡은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제 틱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됐다. 

CNN의 한 기사(링크 클릭)는 소셜 미디어의 '정신질환'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말해준다. 

"[14세 소녀]는 크리에이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에 따르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이하 ADHD), 우울증, 자폐증, 불결 공포증(흙과 세균에 대한 극도의 공포), 광장공포증(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함)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콜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그녀는 또 다른 진단을 받곤 했다"며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모습에 대한 힌트를 발견하면 자신도 그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티건, 프링스하임, 라즈쿠마르에 따르면, 어린 소녀들은 이러한 '병'을 앓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이러한 동영상은 주로 일상활동 중에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증상이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에서 어떻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자신을 독특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다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설명한 대로 아이들이 갑자기 외형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연구진에 따르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시청한 후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틱 장애를 "기능성 틱 유사 행동(이하 FTLB)"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뚜렛증후군의 경우, 틱은 보통 유아기에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한 후 10대에 호전되며, 복잡한 제스처와 언어화(예컨대 욕설)는 드물게 나타나게 된다. 작은 경련과 같은 움직임과 목에서 나는 소리는 훨씬 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FTLB가 유아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10대에 갑자기 발병한다며, 훨씬 더 크고 눈에 띄는 복잡한 움직임을 특징으로 하고, 거의 항상 불쾌한 표현을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해리성 인격장애는 특히 청소년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정신과적 진단이다. 이전에 '다중인격 장애'로 알려진 이 질환은 나이나 성별이 다른 자신의 '분신'으로 알려진 다양한 인격이 존재하며, 일부 분신은 다른 분신이 통제하고 있을 때 취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특히 어린이에게는 매우 드물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진단을 미화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복수형'이라는 그룹을 포함한 해리성 인격장애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생활에서 해리성 인격장애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는 트라우마와 관련되지만, 소셜 미디어 세계의  해리성 인격장애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의 유일무이성을 주장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실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한 후 자가 진단을 내린 사람은 온라인에서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그 '질병'을 표현할 수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을 그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낭만화하는 커뮤니티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고전적인 정신질환 증상과 진단이 전문가의 관심이 필요한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라 개인을 주변인보다 더 선명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소비자 정체성 또는 성격 특성으로 간주하는 광범위한 온라인 '신경분화' 생태계가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제로 '질병'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의 일부로 '질병'을 포함시키고 이를 표현한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가 진단을 내리지 않아도 정신과적 진단이 통합되고 확산된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점점 더 알고리즘화되고 시청각적으로 몰입도가 높아지는 소셜 미디어 환경은 다양한 '신경발산적' 또는 병적인 역할 정체성이나 페르소나를 선험적 생물학적 근거나 경험적 현실과의 연계 없이도 언제든지 마음대로 주장할 수 있는 광범위한 매체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긍정적인 사회적, 정서적 강화와 공명(예컨대 해시태그 사용, 사용자 간 콘텐츠 공유 및 증폭)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적 공명은 페르소나와의 동일시를 증폭시키고 강화할 수 있으며, 심지어 훗날 페르소나와 일치하는 행동을 예측할 수도 있다."

이는 '정신질환'이 '낙인'이라는 점, 우리가 이러한 낙인을 지우기 위해 '인식을 제고'하고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어떤 균열을 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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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tigan, J. D., Pringsheim, T. M., & Rajkumar, G. (2023). Social media as an incubator of personality and behavioral psychopathology: Symptom and disorder authenticity or psychosomatic social contagion? Comprehensive Psychiatry, 121, 152362.  논문출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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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기고(번역)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진

Peter Simons
Peter Simons

피터 사이먼스는 심리학을 전공한 학술 연구자였다. 지금은 과학 저술가로서 일반인에게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의학 연구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드 인 아메리카'의 블로그 및 개인 스토리 편집자인 그는 정신과 시스템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며 생물의학적 모델의 대안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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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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