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치매 환자 신고 건수 년 1만여 건...실종 사망도 100여 명
실종 치매 환자 신고 건수 년 1만여 건...실종 사망도 100여 명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1.19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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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급여에 '배회감지가' 구입비 지원...이용자 소수
고령에 길거리 방황하다 사망하기까지 하루 안 걸려
치매노인들 길거리 노숙인으로 전락... 대책 시급

“순간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요. 여느 때와 똑같이 텃밭에서 일을 하다 핸드폰으로 통화하던 중 아버지가 없어져 버린 겁니다. 항상 제 옆에서 일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보시던 분이셨는데요. 치매가 있어서 인식표를 드렸는데 그걸 내팽겨둔채 어디론가 없어지신 거예요. 다행히 경찰에 신고해 1시간 만에 동네 개천가에서 찾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그때 찾지 못했더라면 저는 불효자가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시에서 치매 아버지를 둔 김성갑(53) 씨의 이야기다. 치매 있는 부모들은 자식들이 지근거리에서 보호해야 한다. 아차하는 순간에 실종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치매환자 실종신고가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서고 100명 이상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찰이 국회 김승희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실종신고는 2013년 7천983건에서 2015년 9천46건, 2017년 1만308건으로 매년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 선을 넘어섰다.

실종자 대부분은 몇 시간 안에 가족 품에 돌아갔지만 작년 한 해 동안만 총 104명이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집밖을 헤매다가 숨졌다. 변사하거나 자살한 이가 101명이고 교통사고로 숨진 이가 3명이었다.

보건당국은 치매환자 실종을 막기 위해 ‘배회감지기’ 구입비를 노인장기요양보험급여 항목에 넣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 중인 사람은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 3천671명이었다. 장기요양보험에 가입된 치매환자(24만5951명)중 1.5%에 불과했다.

치매노인 실종신고가 잇따르는 곳은 꼭 인적드문 농어촌뿐이 아니었다. 실종에서 사망까지 하루가 채 안 걸린 경우도 있었다. 체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외투도 제대로 갖춰입지 않은 채 헤매다 탈진할 경우 외지 도로에서 차에 치인 사망한 경우도 있다.

지난 1일에는 경기 부천시 한 도로에서 76세 치매 할아버지가 차에 치어 사망했다. 할아버지가 ‘운동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 시각이 오후 2시, 교통사고가 난 시각은 밤 11시였다. 9시간 동안 헤맨 것이다.

안양의 한 요양원에서는 치매기가 심한 75세 노인이 보호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에 문밖을 몰래 빠져나가 동네 여기 저기 배회하다 모 약수터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요양원은 “직원들이 비상근무 서 있더라도 순간적인 지능으로 하는 행동에는 우리가 막을 수가 없다. 이때도 다 잠자는 시간에 모르게 일어나 탈출한 사건으로 우리에게 책임이 있지만 치매 어르신들의 예측 불허 행동은 우리를 난감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사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실종기간이 길어져 본인과 가족이 고생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실종된 노인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최도자 의원이 수도권 지자체에 치매노인 실종 사례를 들어 종합해보니 2013년~2017년 사이 서울 경기 지역 노숙인 보호시설에 들어온 치매환자가 66명에 달했다. 서울이 43명, 경기도가 23명이었다.

노숙인 보호시설 관계자는 “경찰들이나 공무원들이 지하철역이나 공원에서 배회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종종 데리고 온다. 환자복을 입고있을 경우 우리가 관계 요양원에 연락해 돌려보내나 그냥 일반 옷을 입고 있을 경우 우리가 보호자와 연락될 때까지 모시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행려병자 전문시설이나 국립요양원에 연락해 모셔가게 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65세이상 고령자 인구는 지난해 711만900명에서 2019년 1천799만 명으로 앞으로 한세대안에 2.5배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치매환자가 함께 늘어나는 것은 피할수 없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만 65세 이상이 되면 나이가 5세씩 많아질 때다. 치매에 걸릴 확률은 2배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는 국내 치매환자 수가 올해 76만4천 명에서 6년 뒤인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60년엔 29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65세 이상 전체 고령자 중 치매 환자 비율도 지난해 10%에서 2060년 17%로 껑충 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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