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병분류(ICD)서 ‘성격장애’ 진단 기준 30년만에 바뀐다
국제질병분류(ICD)서 ‘성격장애’ 진단 기준 30년만에 바뀐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2.12 19: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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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청소년에서만 초발진단…노년층까지 확대
인간 성격 형태를 5가지로 구분…심각도 도입
전 세계 성격장애 유병률 7% 이상
‘심각’ 수준의 진단 받으면 타인 안전 조치 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제11판(ICD-11)에서 ‘성격장애’ 진단 기준을 바꾼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WHO는 오는 5월 열리는 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 11판의 성격장애 진단기준 변경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2022년 1월부터 WHO 소속 194개 회원국에서 발표된다. 이는 1990년 10판(ICD-10) 개정 승인 이래 30여 년 만이다.

지금까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만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부터 중장년과 노년층까지도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또 인간 성격 형태를 부정적 정동, 강박, 고립, 반사회성, 탈억제 등 5가지로 분류하고 모든 성격 체계에서 심각도를 도입했다.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성격 문제인 경우 ‘성격곤란’이라는 하위증후군을 새롭게 포함했다.

아시아권 대표자로 성격장애 진단 개정에 참여한 김율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은 그간의 성격심리학의 일관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성격장애가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단일 차원으로 구성되며 모든 성격의 가장 고차원의 특질을 장애의 심각도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성격장애는 밀접한 대인관계가 특징인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성이 부각되는 정신질환이다. 2010년도 WHO 조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성격장애 유병률은 7% 이상으로 나타났다.

평소 괜찮다가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성격이 괴팍해지는 경우에서부터 악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잔인한 범죄까지 그 심각성이 광범위하다.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정서적으로 크게 동요되는 사람, 자신 및 상대방에게 지나친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 등도 성격장애일 수 있따.

김 교수는 “국제질병분류는 지구 곳곳에서 정신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들도 사용이 용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WHO의 개정 목적”이라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류를 제공하고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분야의 실무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누군가 ‘심각’ 수준의 성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면 이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이어진다”며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서도 성격장애 진단기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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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13 02:48:35
참 좋은 선생님 참좋은 일 했네. 나도 인격장애인데 정식 질병 분류로 들어간다고 하니 희소식이다. 이참에 발달장애 뇌기능장애 뇌병변장애들도 정신과와 같이 통합 치료 받는 기회가 되었으면 바래본다.
은토리, 분노조절, 공황장애, 다중적 인격장애가 치료될 수 있다면 좋겠다.
증상 관리 약물이 있으면 이제 치유는 시간 문제이다. 문제는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다.
작금 사태로 보아 의사는 환자를 시덥지 않게 여기고 환자는 의사를 의식하게 되는 현장이다. 특히 윤일규악법이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착한 의사들이 많아져서 아프고 힘든 환자와 당사자들을 보듬고 설득하고 소통하며 약물, 심리, 인지, 작업, 역량강화, 영성치료까지 잘 적용해 가면 좋겠다.
약만 파는 돌팔이 의사들은 율리교수에게 가 다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