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지원가 양성하고 지역사회 치료·재활로 재입원율 낮춘다
동료지원가 양성하고 지역사회 치료·재활로 재입원율 낮춘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04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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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료환경실태조사와 대책 제출
보호자 동의 없이도 외래치료명령 내릴 수 있게 돼
전문의·간호사·복지사 다학제팀 현장 투입
낮병원 기존 5%에서 12%로 끌어올릴 예정
정신건강복지센터 인건비 인상·인력 확충

퇴원한 정신장애인에게 전문의·간호사·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치료를 지원하는 다학제사례관리팀이 오는 2020년까지 꾸려져 현장에 투입된다. 또 낮병원도 기존의 2배로 확대된다.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늘려 응급 시 야간과 휴일에도 출동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복지부 의료기관 7천290개소(전체의 10.3%)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료기관 내 폭력 사건은 병원 11.8%, 의원 1.8%였다. 이중 병원 규모가 크고 정신과가 있는 기관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병원의 경우 일반상해, 진료방해 사건이 주로 발생한 반면 의원에서는 폭언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보안인력이 배치된 병원은 전체의 3분의 1수준이었고 외래진료실·입원실에는 비상벨 설치가 저조한 편이었다.

폭행 등 사건이 발생해도 처벌되지 않는 비율도 높았다. 병원의 경우 처벌은 28.6%인데 반해 미처벌은 71.4%였다. 의원은 처벌 13.5%, 미처벌 86.5%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의 치료환경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조현병이 발병하고 첫 치료에 들어가기까지의 기간은 한국은 14개월이 걸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3개월의 5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조기치료가 되지 않고 만성화된다는 의미다.

퇴원 후 치료실태도 1개월 내 외래방문율은 유럽은 81%인데 반해 한국은 62%였다. 또 재입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13%인데 반해 한국은 37.8% 수치를 보였다.

만성질환자의 지속적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등록률이 저조해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신질환자가 자타해의 위험이 있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간과 평일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이 근무하고 있어 즉시 대응이 가능하지만 야간과 휴일에는 근무 요원이 부족해 대응이 어려운 문제도 지적됐다.

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통한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 개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폭행 발생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퇴원 후 재입원율도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의료기관 준수 사항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병원 자체 보안 인력의 1차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비원 등 보안인력을 증원한다.

복지부는 정신질환 발병 초기에 치료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도 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지역사업단을 설치해 지역 내 병원에 내원한 발병 초기 환자를 지역사업단에 등록토록 하고 지속 치료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기중재지원사업을 도입한다.

초기 환자가 퇴원 후 꾸준히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 등 유인책을 검토한다. 또 주요 거점병원에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사례관리팀을 설치해 퇴원 이후에도 정기적 내원, 가정방문 등을 통해 집중 관리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진프로그램 보급을 활성화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 및 의료기관 연계도 강화한다.

시설과 인력 투입량이 많은 급성기 진료 특성을 고려해 격리실 확보와 폐쇄병동 내 간호·보호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에는 폐쇄병동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 수가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일상생활과 재활치료를 병행해 지속적 지역사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낮 시간에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낮병원을 2배로 늘린다. 2017년 기준 낮병원은 전체 병원의 5.9%였으나 2022년까지 1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할 경우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의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발견될 경우 외래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이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도 외래치료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행 외래치료명령제는 비자의입원한 퇴원 예정자를 대상으로 보호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개정될 경우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중단한 사람도 대상으로 하며 보호자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또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수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을 구성된 응급개입팀을 전국적으로 배치해 야간과 휴일에도 출동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현재 서울, 인천, 대구, 광주, 제주에만 응급개입팀이 배치돼 있는데 이 개입팀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신건강전문인력, 경찰관, 119 소방대원이 공동으로 현장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공동지침(매뉴얼)도 운용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당직 의료기관을 지정해 해당 정보를 지역의 병원과 공유하고 응급환자의 입원과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와 가족이 치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확대된다.

정신질환을 겪었지만 회복된 사람이 다른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동료지원가’를 양성한다. 또 정신질환자 가족이 새로운 정신질환자 가족에게 교육, 상담, 정보를 제공하는 ‘가족 지원가’ 제도도 양성할 계획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근무여건도 개선된다.

센터 종사자들에 인건비 인상 등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 확충을 통해 2인 1조 방문을 확대한다. 지방비 부담 등으로 정신재활시설이 부족하고 수도권에 편중된 문제도 향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생각을 바꾸면 더불어 살 수 있다’를 모토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해소 캠페인을 추진한다. 청년층이 직접 편견 해소를 주도할 수 있도록 대학생이 참여하는 ‘정신건강응원단’도 모집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대책을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보안설비·인력관리 기준은 하위법령 개정을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되도록 추진한다. 이어 외래치료지원제 등은 내년에 시행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안설비와 보안인력 배치, 가이드라인 시행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환경 안전 수준이 향상되고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와 인식을 개선해 정신질환자가 편견 없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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