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회서 ‘사법입원제’ 도입 촉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회서 ‘사법입원제’ 도입 촉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4.22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까다로운 입원절차로 제때 치료 못 받아”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능, 인력 확충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법입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 학회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책임은 정신질환자가 아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며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거주민 안인득(42)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인득은 과거 범죄를 저질러 공주감호치료소에서 편집증적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인득은 정신과 진료를 오랜 기간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찰관 사망 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며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벌어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하기 수일 전에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 체계는 경찰관이 단독으로 정신질환자의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행정입원을 신청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도 심사를 거쳐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할 수 있으나 환자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환자가 거부하면 강제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고용 안정성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주 사건 피의자의 형 안모 씨가 증상이 악화된 동생의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입원시키지 못한 것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해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은 입원을 신청할 수 없다. 피의자의 형은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도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바로 눈앞에서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권 이사장은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 가능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 진행하기 어려워 실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대개 보호의무자 포기 각서를 요구한다. 피의자의 경우 어머니와 형이 있어 행정입원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제입원 절차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강제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의 신청과 정신과 전문가 1인의 진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후 2주 안에 다른 정신의료기관의 전문의의 진단이 1차 진단과 동일할 경우 최대 3개월까지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권 이사장은 “의료기관은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강제입원을 꺼릴 수밖에 없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사법입원을 통해 강제입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