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정신질환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노인 정신질환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8.17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 우울증, 관계망상, 조현병 관심 사회적으로 낮아
우울증 앓는 노인들 자살률 높아
‘위험군’ 관리해야
인간적인 위로 한마디도 질환 낫게 하는 요인
치매국가책임제 시행됐지만 노인 복지 갈 길 멀어

노인들의 정신질환 위험도가 예전같지 않다. 노인성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중치매는 사회관심도가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소하다 모든 사람을 잊고 육체적 고통을 얻는다. 초기, 중기, 말기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 또한 깊다.

그러나 노인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부족하다. 노인들의 우울증, 관계망상, 조울증, 등 정신질환은 사회의 관심에서 항상 밀린다. 조현병 당사자들의 처우 개선책도 젊은층과 장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노인들의 지역건강센터 방문도 원활하지 못하다.

“센터에 가면 청년들과 40~50대 장년층만 있습니다. 노인들을 볼 수 없죠. 있다고 해도 2~3명 정도. 이미 조현병도 만성기에 접어들어 여러 처우 개선책도 필요하지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 교육은 입맛에 맞지 않아요.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각종 처우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현병 당사자 주현미(여·70) 씨는 노인들의 조현병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노인성 우울증은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우울해하면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저러다 그만두시겠지’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작 노인 본인은 지옥 같은 시간들을 보내다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노인들의 자살은 성공률이 매우 높아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노인들의 우울증은 고통을 확실히 표현하지 않는다.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무릎이야. 오늘도 비가 오려나?’ 이런 넋두리로 자신들의 고통을 표현한다.

노인성 우울증은 그들의 희망을 갉아먹으면서 조금씩 진행 속도가 이뤄진다. 수십 년의 세월을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살아온 연륜이 있다. 그것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황혼의 세월을 넋없이 쳐다볼 때가 가장 위험하다.

“자식들 다 키우고 독립시켜서 나름대로의 자리 잡은 것을 보면 감동이 되지만 나의 작은 인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것이 미안한감이 생긴다. 칠십 평생 고생만 한 것 같아 가슴 아프고 날 여기까지 오게 한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이제 생을 정리하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조현병 당사자 김기태(70) 씨는 심한 자괴감에 빠진 채 이런 넋두리만 하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가족들의 정성과 사랑이 함께해야 한다. 약만 먹고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그들의 자존감을 최대한 높여줘야 하는 것이다.

지역건강센터의 관심도 청장년층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노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그들이 바라고 원하는 사항을 체크해 교육방향을 잡으면 많은 노인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박진영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은 뇌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인데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증 등을 포함한다"며 "노년기에 생기는 정신질환이라고만 생각하다보니까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노인성 정신질환은 젊은 연령층의 그것에 비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 전문가 교육,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인성 정신질환에 치매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동기가 큰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그 영역을 함께 넓혀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인성 정신질환, 우울증, 관계망상, 조울증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세 시대 평균 연령이 늘어난 오늘날 노인들의 몸 상태를 정부가 범국가 차원에서 나서 의료시스템을 적용·발전시키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성 정신질환자들은 동년배들끼리 조용히 만나 그들의 아픔을 나눈다. 의사들과 대화도 잘 하려하지 않는다.

"주치의들과의 상담은 시간이 짧아 우리 사정을 다 말하지 못한다. 그냥 의사가 병 처우에 대해 그러냐고 하면 그렇다고 답할 뿐이다. 병원까지 가기 싫어 손자나 자식들을 보내 약만 받아온다. 그것도 용한 것이다."

다수의 노인충 당사자들은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 약 처방을 받는다.

그리고 '잠만 잘 자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위안하며 본질적인 병 처우 개선책도 모른 채 대충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지역센터 측의 노인층 당사자에 관심을 가져 집을 방문해 여러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는 형식적인 처우개선책을 내놓는 것 보다는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길 원합니다. 무릎이 아프다 해도 거기에 포함된 노인들의 넋두리를 알아주어서 우리의 외로움을 덮어줄 수 있는 인간적인 한마디 '힘내세요 어르신 우리와 함께 해요'하는 소리가 우리들에겐 최고의 약입니다." 조현병 당사자 김우진(65) 씨의 소망이다.

최근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도로 치매에 걸린 당사자나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범 국가차원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노인 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전 세대를 열심히 살아낸 이들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