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정사태규탄전국시민연대 “경기도와 경기의료원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탄압을 중단하라”
새경정사태규탄전국시민연대 “경기도와 경기의료원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탄압을 중단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1.20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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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정 사태 긴급토론회 개최…“시민단체, 인권 치료 ‘좌초’ 막아야”
새경정은 기존 폭력적 입원 과정을 인권친화적으로 전환시킨 첫 사례
2020년 6월 개원, “환자 가려 입원시킨다”는 등 음해성 투서 등에 시달려
경기도의원들 행정감사에서 “새경정만 인권 치료냐” 따지고 들어
인권단체들 새경정지지 기자회견하자 경기도의회 “생경정 예산 삭감”
새경정 조리원 입사 정신장애인, 집단따돌림에 퇴직…경기도의료원은 ‘채용비리’로 왜곡
경기도의료원, “새경정 원장과 진료부장 채용 비리 혐의로 중징계 회부”
가족단체 “새경정 사태의 본질은 인권 치료에 대한 탄압”

인권 기반 치료 이념을 내세우며 지난 2020년 6월 개원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새경정)이 험난한 파고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개원 당시 이름도 생소한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와 비강압치료 등 주로 북유럽의 선진적 정신 의료 체계를 ‘벤치마킹’해 한국에 정착시키려 했던 노력들이 이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기도의회 등 상급기관들에 뭇매를 맞으며 좌초 위기에 빠진 것이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열린 대화’로 번역이 되는데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정신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그의 가족과 친구, 경찰,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 관계된 이들이 당사자(환자)가 있는 집이나 병원에 모여 치료와 관련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이때는 참여 주체들이 의견을 이야기할 뿐, 치료와 관련된 어떤 형식의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논의가 끝나면 병원 입원이나 쉼터, 혹은 가정에서 지낼지는 당사자가 결정을 하게 된다. 자기결정권의 보장인 셈이다.

한국은 정신장애인의 정신응급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묵살되고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폭력적 입원으로 결론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깊은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모든 정신 응급 관련 입원은 이 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그만큼 트라우마에 노출된 당사자들을 집단적으로 만들어왔다는 의미다.

새경정은 이 같은 폭력적 치료 시스템을 인권친화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권적 이념만으로는 넘어야 할 기득권들의 산(山)은 높았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새경정이 탄생한 지난 2020년 6월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새경정 구성원들인 전문의와 간호사 들은 새로운 치료 철학을 구현하는 데 들떠있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쳐다보지 않던 서구의 진보적 치료 시스템의 도입을 향한 열정은 뜨거웠다.

새경정 김성수 원장 역시 그런 심정이었다. 그는 우선 새경정 내에 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퀄리티 라이츠(QR·Quality Rights)를 치료에 적용한다. QR은 WHO가 만든 정신장애 인권치료를 위한 국제적 지침이다. 김 원장은 QR본부도 만들었다.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새경정에 대한 음해성 투서가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 등으로 접수되기 시작한다. 새경정이 자기 마음대로 환자를 가려서 받는다는 투서였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에서 “외상과 육체적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QR본부장은 초기 병원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 외 수당도 없이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출근 세팅이 안 돼 있어 남들이 보기에 아침에 일부러 늦게 나오는 것으로 오해될 수밖에 없었다.

새경정이 개원한 그해 11월 경기 지역 방송에서 나온 기사를 보면 경기도의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당시 경기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회 A 의원은 “QR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인권이라는 목표 하에 응급환자들에 대한 진료 거부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기도를 질책했다.

A 의원은 또 “도립정신병원(새경정)에서는 인권 치료를 하고 다른 수많은 도내 정신병원은 인권치료를 안 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B 의원도 QR본부장을 지목해 “QR본부장의 근태를 살펴보면 출·퇴근이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다”며 “경기도 보건건강국이 지속적으로 지도와 감독을 하라”고 요구했다.

2021년 2월, QR본부장이 퇴직하고 QR본부 역시 해체됐다. 도의회가 다른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직원을 새경정 행정직 직원으로 채용한 것은 채용 비리라며 원장과 본부장에 대해 징계를 압박한 이유였다. 하지만 채용된 행정직 직원은 기존 병원에서도 행정직 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채용 비리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중앙노동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권리 분쟁에서 조정과 판정 역할을 한다.

도의회는 새경정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도의회 C 의원은 “새경정 인권 교육 때려치우고 일반적인 응급의료만 하라”며 “왜 말을 안 듣나. 예산 못 주겠다”고 호통을 쳤다.

그해 실제 예산은 삭감됐고 새경정은 인권 교육과 간호사 수련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경기도와 도의회의 새경정 탄압이 노골화되자 정신장애 인권 단체들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도의회는 보복성 조치로 다른 예산도 삭감해 버렸다. 그리고 새경정의 상급기관인 경기도의료원에서 직접 행정부장을 파견해 감독체계를 강화하게 했다. 이 행정부장은 새경정 원장의 권한 아래 있지 않고 경기도의료원의 직속 자리다. 그만큼 새경정이 주도적으로 인권 치료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2021년 6월, 경기도의회는 ‘새경정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새경정의 24시간 응급입원 치료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할 경우 원장을 해임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는 경기도 가족단체들이 의사의 임상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 조례 개정이라며 도의회에 직접 항의했다. 개정은 무산됐다.

그해 8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장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응급의료실장이 새경정을 방문한다. 이들은 이 병원 의료모델이 전국적 모범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그해 국정감사에서 새경정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모델로 생각한다”고 한 발언한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2021년 8월에 불거진다. 회복된 정신장애인 K씨(30대 여성)가 새경정 급식실에 조리원으로 채용된다. 당시 심사위원회에는 도의원, 가족대표,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등 새경정에 소속되지 않은 위원들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였다. 새경정 관계자가 누군가에게 채용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애초에 아니었다.

K씨는 요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고 무난히 합격했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그는 퇴사하게 된다. 조리실 내 집단따돌림과 일종의 ‘태움’ 문화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퇴직을 결심하기 전에 K씨는 김 원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조언을 구했다. 김 원장은 병원 내 ‘고충처리심사위원회’가 있으니 거기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권했다.

하지만 행정부장이 이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새경정 내 행정부장의 입김은 김 원장보다 강했다. 상급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이 직접 파견한 직원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은 할 수 있는 대안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K씨는 퇴사했다.

노동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의지는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집단적으로 차별하거나 따돌려 어쩔 수 없이 퇴사하게 된 이들은 트라우마와 함께 깊은 좌절감을 가진다. K씨는 퇴사 후에도 트라우마로 인해 새경정 이야기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등 심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해 12월, 경기도의료원은 정신장애인을 채용한 부분에 대해 새경정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설운영 경기도 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대표는 “경기도의료원은 정신장애인이 (조리실에서) 인권을 침해당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해야지 오히려 채용 비리라며 생경정 원장과 진료부장을 채용 비리 공범으로 몰아 중징계에 회부했다”고 분노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고고한 척’ 인권 치료를 표방한 새경정을 어떻게든 통제하겠다는 경기도의료원과 경기도, 경기도의회의 카르텔이 작동했던 셈이다.

2021년 12월, 경기도의회는 새경정 인권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 새경정은 사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선택지는 김 원장과 진료부장에게 내려진 징계가 부당하다는 이의신청 뿐이었다. 만약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들은 바로 퇴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건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이었다. 지난해 12월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새경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징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새경정 평의사 일동이 경기도의료원 등 상급기관들의 부당한 간섭과 징계를 항의하는 입장문을 냈다.

투쟁은 지속됐다. 올해 1월 6일, 새경정사태규탄전국시민연대가 발족하고 뜻을 같이 하는 조직들이 참여해 공동투쟁 본부를 꾸렸다. 시민연대는 1월 4일과 10일 경기도의료원에 새경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에 항의하는 진정서를, 이후 10일에는 경기도에 같은 의견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새경정은 인권 치료 이념에 동의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만들어낸 한국사회에 전례 없는 정신 치료 기관이다. 비강압적 대화와 설득에 의한 입원 절차는 의료진조차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환자는 입원 당시의 폭력적 기억에 의해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선택하게 된다. 인간의 자율적 결정권이 타의에 의해 폭력적으로 수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인 것이다.

새경정 출범 1년 7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하는 비율은 6.6%로 나타났다. 다른 민간 정신병원의 37.9%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입원이 왜 필요한지를 통계로 보여주는 수치다.

20일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새경정) 사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가 서울역 인근 스페이스모아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새경정 사태의 경과를 보고한 설운영 대표는 “새경정은 인권 기반의 치료와 정신건강 위기대응의 국제적 표준,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정신치료의 지평을 열었다”며 “당사자와 가족 입장에서 그동안 입원과 재발, 재입원이라는 고통스러운 쳇바퀴에서 벗어나서 인간다운 치료를 원했던 치료 방식을 우리는 옹호하고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경정 사태의 본질은 정신질환자 인권 치료에 대한 탄압과 취업을 통해 자립하려는 정신장애인을 직장 내 따돌림으로 추방하려 했던 두 가지 사태”라며 “정신질환의 올바른 치료와 자립을 방해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 “효율성 있는 의료체계를 지원해야 할 공적 행정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은 새경정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며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학대와 차별, 올바르지 않음에 동조하고 묵인하는 현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을 관리돼야 할 사물로 바라보는 시각,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사회는 인간애는 실종되고 서로를 억압하고 상처를 주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경정사태규탄전국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신 의료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인권 회복 지향의 선진 의술을 방해하는 세력들에 저항할 것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은 새경정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 ▲경기도는 인권침해 따돌림에 공모한 이들을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번 긴급토론회는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유튜브 채널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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