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라서 괜찮아...사회적 농업 행복농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행복
정신장애인이라서 괜찮아...사회적 농업 행복농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행복
  • 조유진 기자
  • 승인 2023.06.30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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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복지의 만남, 일본은 ‘농복연계’로 정신장애인에 근로 지원
충남 홍성군 행복농장 2014년 시작...정신장애인 돌봄과 일자리 복지 융합
병원과 시설이 아닌 농업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돌봄 실현
행복농장. (c)마인드포스트.
행복농장. (c)마인드포스트.

사회적 농업은 농업 활동을 통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치료농업은 기본적으로 자연환경에서의 농작업이 가지는 치유의 힘에 집중한다. 자연이 치료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1984년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에 의해 증명됐다. 자연풍경이 보이는 병실과 그렇지 않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 확률이 줄고 수술 이후 평균 재원 기간이 짧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농업 역시 복잡하고 수많은 메타포가 자리하고 있는 작업이다. 단순히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공장식 작업과는 다르게 복잡하다.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충분히 치료적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다.

일본에서는 2019년 ‘제2회 농복연계 등 추진회의’에서 농업과 복지의 연계와 추진 비전 등을 책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회적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부처들이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농복 연계는 장애인이 농업 분야에서 활약함으로써 농업의 발전과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장애인은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농촌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농복 연계의 핵심은 지역 네트워크 조직이다. 농업 경영체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복지 시설은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농가, 복지사업체 등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에 농업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부족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있는 농업 공동체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농업 기술에 대해 자문하는 등의 노력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농복 연계는 복지사업소 등에서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복지농장형’이 많았다. 그러나 농업 분야의 전문지식이 부족한 복지 시설에서 해당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이에 기존 농업자에게 외주를 맡기는 형태의 ‘시설 내 하청’, 농장에서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는 ‘고용형’, 지역사회에서 마켓을 열어 공동 판매하는 형식의 ‘농복연계마켓’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농복 연계에서 톡톡한 역할을 한 것은 잡(job)코치 제도다. 일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근로 지원을 위해 해당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잡코치 제도는 일종의 장애인 직업재활제도로 장애인의 직장 적응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을 실시한다. 더불어 정신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의 공정에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쉬운’ 매뉴얼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기자는 우리나라 사회적 농업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충남 홍성군 행복농장을 방문했다.

행복농장은 2013년 충남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사업을 통해 2014년 첫발을 내디뎠다. 농촌 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농업을 통해 정신장애인 돌봄과 일자리 훈련 등의 복지 정책을 꾀한 것이다.

행복농장. (c)마인드포스트.
행복농장. (c)마인드포스트.

그렇다고 처음부터 ‘사회적 농업’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농장을 만들고 농업이 가지고 있는 돌봄과 살림의 힘을 지역사회와 함께 펼쳐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농장으로 지정됐고, 5년간 지속 가능한 농장의 토대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2020년 사회적 농업 거점 농장으로 지정되며 사회적 농업의 발전과 확산을 위한 교육 및 연구, 홍보 활동까지 수행하고 있다.

행복농장에서는 바질과 와일드루꼴라, 애플민트 등 여러 가지 허브를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과 연계해 군내 학교 급식이나 전국 두레생협에 작물을 유통하기도 하고, 개인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소비자와의 직거래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질페스토, 허브티 등 허브를 활용한 가공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복농장은 만성 정신질환자를 위한 농업교육과 직업 재활 프로그램인 ‘자연구시’를 진행한다. 자연구시는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일과정부터 인턴십까지 4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정신질환 당사자는 짧게는 2박 3일부터 길게는 3개월 이상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농장 작업과 단체생활에 적응하고, 출·퇴근이나 자립생활 등 사회복귀 훈련을 진행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의 경험을 통해 고용으로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농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사회에 있는 돌봄이 필요한 이웃들과 함께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정신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설이나 병원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온 경우가 많다. 이들은 지역사회 안으로 나와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수용되는 경험, 일하는 경험, 같이 살아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농장은 지역사회 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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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아 2023-07-01 19:54:18
이런 곳들이 곳곳에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