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은 손님만 장애인으로 바꾼 일회성 농촌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돼선 안 돼”
“사회적 농업은 손님만 장애인으로 바꾼 일회성 농촌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돼선 안 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7.0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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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농업 제도화 정책 토론회 열려...사회적 농업이 정신장애인 노동복지권 대안 될까
정신장애인 경제활동 6%에 불과...전체 장애유형은 31% 대비해 열악한 수준
일본 농복 연계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취업과 치유 도모...사회적 농업과 결 같이해
사회적 농장이 이용시설은 아냐...농민과 장애인이 이웃관계로 설정돼야
토론회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한국적 사회적 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간 칸막이에 의한 다층적 법 적용이 아니라 관할 지자체가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직업재활에서의 성공 요인은 동료지원의 유무에 달려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사회적 농업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정주 경기도 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은 “한국에서 케어팜을 해보려고 하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에 대한 허가, 장애인이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허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허가가 (부처마다) 다 다르다”라며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복지시설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한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너무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회적 농업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그는 “작게 해 놓고서 시늉만 하는 것은 가능하다. 크게 하려고 하면 굉장히 법들이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케어팜의 천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사회적 농업으로서의 케어팜을 만들려고 할 경우 관할 지자체가 작업 공간, 생활 공간, 토지에 대해 일괄적으로 보조하고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은 고용노동부와 복지부 등으로 분산돼 접근하기 때문에 케어팜의 전국적 확산이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 성공의 요인 1순위는 동료지원”이라며 “받는 급여가 높은 것보다 동료로부터 지지받느냐가 실제 직업을 성공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선호도가 높은 직종이 동료지원이다. 이는 심리적·직업적 지원이 정신장애인의 재활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로 전체 장애인 31.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장애유형 중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신적 어려움으로 직장에 어렵게 들어가도 인간관계와 직업적 능력의 제한 등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정신장애인들이어서 이들에 적합한 치유와 일자리가 통합된 시스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대안으로 사회적 농업(혹은 케어팜)이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고용, 복지, 농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실천으로 정신건강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정신장애인을 위한 이 농업은 소수의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노동권과 복지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회적 농업의 제도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진행됐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센터장은 일본의 농업과 복지를 연계한 ‘농복 연계’ 제도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그는 “농복 연계 도입 취지는 농업 분야에서 장애인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 농업 경영의 발전과 장애인의 사회적 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라며 “사회적 취약 계층의 취업과 치유,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데 농업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농업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농업 종사자들이 고령화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했는데 장애인이 농업에 참여함으로써 농어촌 지역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제도의 도입을 위해 법무성,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 등 다층적 부처들이 참여하고 농업을 담당하는 농림수산업과 복지를 담당하는 후생노동성이 핵심 부처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센터장이 발제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배 부센터장은 “농복 경제사업의 핵심인 네트워크 운영에는 보건복지부 등 행정부가 하나의 주체로, 또 농업 영역의 사업 주체들, 복지 영역의 사업 주체들 등 3자간 네트워크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역사회 활동주체인 복지사업소가 농업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농업 종사자들에게 자문을 지원받고 있고 또 다른 주체인 농업경영체는 복지사업소의 직원이나 잡코치가 파견돼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공동연계를 지속하는 상호 보조하고 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농업을 크게 보면 돌봄지원 기능과 고용 일자리 기능이라는 두 가지 사업이 큰 틀”이라며 “(시골의) 심각한 인력 문제와 결부될 필요가 있고 앞으로도 고용 일자리 문제와 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회적 농업의 주체의 범주에서 복지사업자가 현행 규정에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며 “사회적 농업이 복지 체계와 결부되지 않으면 사회적 농장 이용자들을 오히려 소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사업자를 사회적 농장에서 배제하지 않고 농장의 재원 조달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 정부 부처간 역할 분담이라는 기초 위에서 사회적 농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근로소득과 안정된 근로 환경이 삶의 질을 증가시킨다”며 “복지사업자는 시설사업자가 낮 동안 이들을 케어해줌으로써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직접 장애인들이 이후 여기에 취업함으로써 효과적 실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사회적 농업에 참여하는 장애등록자 수가 일정 인원이 이상이 되면 노동부가 근로지원인을 파견할 수 있게 하고 농장에서도 사회복지사 한 명이 지원되는 시스템이 된다면 사회저 농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농업은 손님만 장애인으로 바꾼 일회성 농촌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사회적 농업 활동을 보다 정규화되고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농복 경제와 관련해 “일본의 농복 연계 제도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최우선 목표”라며 “농업경영체 중에 장애인을 고용할 능력이 있는 돈을 많이 버는 경영 단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농업생산 단위가 100만 농가인데 이중  1년 소득은 평균 1천만 원 내외다. 100만 가구 중 40%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고 있다. 농업에서 장애인들의 고용이 안 이뤄지는 이유는 농업생산 단위들인 농업경영체들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사회적 농장이 이용시설이 돼서는 안 된다”며 “농민들은 농장에 찾아오는 장애인이 같은 농사를 짓는 이웃 관계여야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 고객으로 관계가 설정되면 사회적 농업이 실천적으로 진보해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오승애 천사베리농장 대표는 사회적 농업을 통한 치유와 회복으로 “교육과 동물치료, 원예치료, 음악 힐링 치료가 있다”며 “사회적 농업을 통해 치유와 취업이 모델이 되는 농장으로 육성해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가족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은 수원행복한우리동네의원 원장은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의 병실 위치가 나무가 보이는 데 있느냐, 벽이 보이는 데 있느냐에 따라 치료 예후가 달라졌다는 의학 리뷰가 있다”며 “나무가 보이는 데 있는 사람이 강한 진통제를 쓸 확률도 줄고 간호사에게 불평을 할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자연이 주는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안 원장은 “정신병원에는 예전에 다 농장이 있었지만 노동력 착취 때문에 다 사라졌다. 수용소였다”라며 “(새로운 형식의) 농장 개념이 다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농업인 행복농장 대표이기도 한 그는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가치를 같이 공유한다는 매개체가 행복농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농촌 자체가 나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회 민주주의와복지국가연구회, 행복농장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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