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지향 서비스 구현 위해 법률 개혁과 지역사회 서비스로 예산 재배치해야”
“인권 지향 서비스 구현 위해 법률 개혁과 지역사회 서비스로 예산 재배치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1.27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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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정책 포럼…나탈리 드류 WHO 기술관 발제
탈수용화는 시급한 문제…국가는 기존의 예산 지급 방식을 변화시켜야
국가 정책 수립에 심리사회적 장애인 조직이 참여하게 해야
“법은 탈수용화를 촉진할 수 있고 인력과 예산을 지역사회로 이동시킬 수 있어”
발제하는 나탈리 드류 WHO 정책기술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발제하는 나탈리 드류 WHO 정책기술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국가 정신건강 계획에서 인권 지향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기반한 일국의 정책과 법률 개혁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서비스로 예산이 재배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4일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한 정신건강 정책 포럼에서 비대면으로 발제한 나탈리 드류 세계보건기구(WHO) 정신건강 및 물질남용분과의 법률 및 인권부서 정책기술관은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인권에 부합하면서 다 분야의 협력을 반영하는 법적·정책적 체계의 구축과 인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쪽으로 예산의 흐름을 돌리기 위한 기존의 예산 지급 방식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탈리 정책기술관은 세계보건기구의 인권 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의 세계적 적용을 위해 만든 퀄리티 라이츠 사업을 발표하며 “이 사업 목표는 국가가 정신건강 정책과 계획, 법률, 서비스를 실천하도록 지원해 양질의 치료와 인권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수용화”라며 “정신병원만이 아니라 치료와 지역 서비스에서 만연한 수용화 과정과 흡사한 서비스 문화 및 치료 전달 방식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증상 관리 목적의 약물 사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나탈리 정책기술관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서 특히 제12조의 법적 역량에 대한 권리, 제14조의 장애를 이유로 구금될 수 없는 권리, 제19조 독립적으로 지역사회에 포함될 수 있는 권리, 제25조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건강권 등을 주요 조항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CRPD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권기반 정신건강 서비스의 개발과 확장을 위해 자금을 늘려야 한다”며 “국가는 기존의 예산 지급 방식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인권에 부합하면서 여러 분야의 협력을 반영하는 법적·정책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또 사회 분야와 연동하는 포괄적이고 인권 기반의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가는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의 조직이 정책, 계획, 법률 개혁, 서비스 개발, 교육훈련의 고문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동료지원 서비스를 포함해 병원과 일차 진료 기반의 기존 서비스가 회복과 인권 지향으로 바뀌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타리 정책기술관은 “정신건강을 둘러싼 낙인은 불평등한 치료, 권리 박탈, 차별로 이어진다”며 “인종이나 난민, 이민자라는 지위 때문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촉진하는 법률 개정을 통해 이들에게 숙박 수단 등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는 모두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 조항에는 자유와 정보에 기반한 치료 동의, 의사결정 지원에 대한 접근성, 사전의료의향서, 지역사회 위기지원 서비스 들이 만들어지고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의 중요한 역할은 탈수용화를 촉진할 수 있고 예산과 인력이 입원 정신병원에서 지역사회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기선완 중지단 단장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퀄리티라이츠 등 국제적으로 인권과 당사자, 회복을 지향하는 정신보건서비스의 추구가 중시되고 있다”며 “포럼을 통해 우리나라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을 다각적으로 토론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혁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오픈다이얼로그 기법, 비강압치료, 동료지원과 지원의사결정 서비스를 한국의 문화와 의료 환경에 맞춘 종사자 훈련 도구를 개발했다”며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게 예산과 정책,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토론자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

김성수 한국오픈다이얼로그학회 공동대표는 “초기 단계부터 양질의 개입을 위해 오픈다이얼로그와 같은 인권·회복 기반 프로그램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종사자 대상의 새로운 실천 방법에 대한 공적 교육과 훈련 시스템, 거버넌스 구축과 입법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향후 인권기반 모델 실현을 위해서는 공고한 의료보장서비스, 지역사회 서비스의 보장, 정당한 편의 제공과 사회적 안전망 작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서비스뿐만 아니라 법, 제도, 재원의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덩아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경기지부회장은 “당사자의 가족을 위한 비자의입원제도 개편 등에서 국가책임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한결 송파동료지원쉼터 부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가 천명한 인권중심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선호와 의지가 반영된 정책과 서비스, 당사자의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찬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서기관은 “향후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다양한 방식들은 시범사업의 형태로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라며 “복지부 또한 당사자와 가족, 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정신건강 정책의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포럼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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