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도 정부 예산이 필요하답니다…작은 빛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고] 우리도 정부 예산이 필요하답니다…작은 빛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 이지원
  • 승인 2023.12.03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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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이지원 씨 기고
일자리는 소속감과 성취감, 자존감 높이는 긍정적 측면 커
나의 회복 과정은 현실을 사는 것…사람 속에서 지내려 노력
동료지원가, 누군가의 회복을 도울 때 나 역시 회복돼
정부가 우리의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힘 실어줬으면
이지원 作.
이지원 作.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마음에 뜨거움이 있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평화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크게 사회운동을 한 적도 없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그리고 뉴스도 잘 안 보며 정치는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아픔을 가진 당사자이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 등록을 안 했다. 내게 기회를 주어 본다고 생각해보면…,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 일자리를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동료 지원 교육을 받고 동료지원가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운이 좋게 단기 일자리를 구해서 다니고 있다. 나만의 작은 도전이고,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려고 버티고 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는 삶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여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일하고 저녁에 돌아와 쉬는 시간이 되는 늦은 시간. 친구 묘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묘현은 내 생각이 났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묘현은 요즘 복지관이 속한 지역구에서 예산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 20시간에 1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일하는 시간을 14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을 복지관에서 권유하였다고 한다. 14시간을 일하면 월급은 5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어떻게 잘 되어서 묘현은 그대로 20시간 일자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료 중에는 일하는 시간이 축소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화재단에서 사람들이 인터뷰를 왔다고 한다. 그래서 자리가 마련돼 친구 묘현은 소신껏 이야기를 했다. 예산이 축소돼 사업이 어려워지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묘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애인 문화 일자리나, 동료지원가 일자리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회복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작은 빛에 희망을 걸고 한 걸음씩 나아가며 산다. 그러한 것에서 우리는 점차 회복을 하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간다. 일자리는 우리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며 지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일의 성취감은 자존감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잠시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나의 경우 회복 과정에서 중요했던 점이, 현실을 사는 것, 현실감각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며 지내려고 노력해 왔다.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고, 조직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에서 요즘 느끼는 것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이지원 作.
이지원 作.

일자리가 주는 중요한 긍정적인 영향은 나의 삶의 질을 다르게 했고, 행복감,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고, 현실을 살게 했다는 점이다. 무언가에 몰두할 것이 생기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것이 회복에 굉장한 도움이 되기도 했고, 이젠 자립이나 독립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다.

묘현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와 희망차게 다른 삶과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한 사업들(장애인 일자리나, 동료지원이 일자리)이 TO(정원)가 없거나 예산 때문에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동료지원가로 첫 직장을 시작할 때, 누군가의 회복을 돕는다. 나 역시 더더욱 회복한다. 이 일을 하며 이타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그런 일을 하며 보람을 찾고 얼마간의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들…. 그리고 일하며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힘내게 했고, 희망하고 꿈을 꾸게 했었다. 함께 나아가며, 밝은 세상을 꿈꾸게 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우리들의 희망이 됐던 일자리들을 활성화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정부가 우리에게도 예산을 주고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사람들은 정신병을 가진 당사자를 어떻게 대해줄 지 잘 몰라 한다.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그것보다도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과 지지 ‘잘 하고 있다’는 한 마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무엇이라도 회복을 위해 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희망을 보며 힘을 내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사람들을 믿어주시고, 지지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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