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 만들어지나…윤 대통령 “정신건강 국가가 나설 때”
마침내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 만들어지나…윤 대통령 “정신건강 국가가 나설 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2.05 21: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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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발표…5일 청와대서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 진행
정신과 수가 인상, 동료지원가, 동료지원쉼터 등 주요 의제 테이블에 올라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정신장애계 “보호의무자제 폐지 담지 않아 아쉬워”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가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가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정부가 정신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당사자와 가족, 관계부처 장관, 의료계, 사회복지계 등이 위원으로 구성된다. 혁신위원회 설치는 정신장애계가 내년 총선에서 후보들에게 일차적으로 요청할 정책안이다.

또 정신요양시설을 필요 시 노인요양·장애인시설로 재배치해 장기적으로 최소 규모만 남기고 정신재활시설로 전환하는 방안도 담았다. 급성기 정신과 수가의 인상, 동료지원가의 활동 지원 및 동료지원쉼터의 확대와 복지서비스 확충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정신장애 인권 치료 체계도 담아냈다.

5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정책과, 보험급여과, 장애인자립기반과를 비롯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체계화돼 마련됐다.

우선 정부는 정신응급 대응을 강화한다. 24시간 전국 어디서든 정신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17개 시·도별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의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센터의 위기개입팀을 확충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인력 확충 및 처우를 개선한다.

외상 등 신체치료가 필요가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통해 내외과·정신과적 평가를 함께 진행하도록 했다. 또 응급입원을 위한 공공병상을 확충하고 가용 병상의 정보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입원제도도 개선된다. 정부는 정신건강 의료서비스 질 제고의 일환으로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 수가를 인상하고 다양한 치료수가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 급성기 정신질환자 치료에 따른 수가를 보상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그간 의료급여 환자가 대다수인 정신장애인의 치료 수가가 건강보험의 67% 수준에 불과해 정신의료계와 정신장애 운동계가 수가의 인상을 요구해 왔다. 수가의 불균형으로 인해 병원 정신과병동이 줄어들고 정신병원 역시 문을 닫고 있는 실정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풀이된다.

비자의입원제도(강제입원) 역시 손을 본다. 특히 환자의 강제입원을 법관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를 공론화해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입원 연장은 국립정신병원들에 설치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결정하고 있지만 이를 법원이 역할을 전담하도록 했다. 권리 보호를 위해 입원 연장을 기존 서면심사 대신 대면 진술권을 보장해 절차조력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게 했다.

비자의입원 신청권자도 확대돼 기존 보호의무자와 시·군·구청장이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정신건강복지센터장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입원 시 제출서류 및 절차도 간소화해 보호의무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퇴원 이후의 지원도 확대된다. 퇴원 후 병원기반 퇴원 계획을 수립 시 지역 자원 연계관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낮병동 관리료와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수가를 확대 적용하고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본인 부담 역시 완화할 계획이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이 주사제 약값의 5%를 지불하지만 이마저도 의료급여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는 정신장애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외래치료지원제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제64조는 지자체장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외래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활성화되지 않아 사문화돼 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자·타해 이력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경우 의료기관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이를 통고하고 사례관리를 강화한다. 환자가 불응 시 평가를 통해 입원 조치토록 했다.

이번 방안에는 역대 최초로 ‘정신질환자 및 가족 실태조사’를 내년 3월까지 실시해 이를 근거로 가족의 돌봄 부담, 생활실태, 서비스 욕구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신요양시설은 비자의입원을 폐지하고 입소 절차에서 요양시설장에 부여됐던 입원 권한을 지자체장으로 이관하도록 했다. 현재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8000여 명에 대해 실태조사 후 필요시 노인요양·장애인시설로 재배치하고 시설 기준을 노인시설 수준으로 개선토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최소 규모만 남기로 정신재활시설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가 진행됐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c)마인드포스트.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가 진행됐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c)마인드포스트.

정신재활시설은 전국 351개소가 운영 중이나 102개 시·군·구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초지자체 당 1개소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검토 중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회복된 정신장애인이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를 돕는 동료지원가 활동의 확대, 정신응급 상황에서 안전한 공간에서 회복을 돕는 동료지원쉼터 등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도 강화된다.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관 서비스 이용을 막았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면서 복지관과 직업재활시설에 정신장애인의 참여를 확보하고 정신장애인 대상의 프로그램 개발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신체장애 중심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평가 기준을 정신장애인 특성이 반영되도록 수정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을 돕는 주거 지원도 강화하고 보험 가입이 거부됐던 차별적 부분도 개선해 정신질환자의 권리 보호도 강화했다.

정부는 보험 가입의 장벽을 완화해 위반 사례를 수시 점검하고 정신질환자를 위한 보험상품도 개발 활성화하는 방안도 연구하기로 했다. 또 정신질환자의 자격취득이 제한되거나 거부되는 28개 법률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확대할 예정이다.

정신건강사전의향지시서 역시 도입해 정신장애인이 정신응급 상황에서 치료와 관련해 자신의 의사를 미리 표현해 둘 수 있게 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정신장애 운동진영이 꾸준히 요구해왔던 사안으로 정부가 이번 방안에서 적극적으로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혁신위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혁신위 산하에는 기획위원회, 캠페인위원회, 전문위원회 등이 운영된다. 정부는 혁신위 발족을 내년 3월까지 매듭지을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 참여해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국가가 나설 때”라며 “정신건강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국가 아젠더로 삼고 적극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임기 내 정신건강 정책의 틀을 완성해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민·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회에 참여했던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대통령께 전할 편지를 직접 전달하지 못했는데 (참여한)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전달했다”며 “한 장관님도 대통령께 직접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혁신방안에서 보호의무자제도의 폐지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중국 정도만 제외하고 다른 주요 국가에는 없는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정신건강 복지의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이 시급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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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칠수 2023-12-06 08:30:20
정신병원의 약물 치료 중심의 시스템부터 바꿔야 하겠습니다. 수용과 약 치료 중심에서 탈피하여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활 시설을 병동과 별도로 운영하게 하고, 초기에 집중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집중하여 초기 단계에서 정신 장애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격리 수용이 아닌 함께 치료하고자 하는 공감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조기 집중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 의료기관(병원)에 급만성 성인 정신 장애인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소아 청소년 전용 병동(병상)과 집중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것은 조기 집중 치료를 얼마나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