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하지 못했던 일을 쉼터가 해냈다”…동료지원쉼터는 치유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가족이 하지 못했던 일을 쉼터가 해냈다”…동료지원쉼터는 치유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2.06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토론회…“자기결정권과 필요 서비스의 지원이 쉼터 핵심”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토론회 모습. [사진=쉼터협회 제공]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토론회 모습. [사진=쉼터협회 제공]

“가족이 하지 못했던 일을 쉼터가 해냈습니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제1회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토론회’에서 동료지원쉼터 이용자의 어머니 이봉숙 씨의 말이다.

동료지원쉼터는 정신응급 및 위기 상황의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정신병원 입원 대신 지역사회 쉼터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며 회복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국가에 권고하고 있으며 쉼터 이용자의 회복이 촉진되고 사회적 비용이 낮는 등 효과성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송파동료지원쉼터와 관악동료지원쉼터 등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봉숙 씨는 “폐쇄병동에서 퇴원 날짜가 정해졌는데 집도 싫고 시설도 싫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쉼터를 이용하게 됐다”며 “희망도 없이 자포자기한 채 스트레스만 받아오던 딸이 쉼터를 이용하면서 변했다”고 전했다.

강제입원 경험이 있는 쉼터 이용자 박혜원 씨는 “정신병원 환경은 돼지우리였고 오줌 지린내와 쓰레기 같은 냄새가 나는 공간에 의료용 병원 침대만 덩그러니 있었다”며 “쉼터는 언제든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원하면 모든 활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강조한 쉼터의 긍정적 부분은 ▲자기결정권 보장 ▲선호와 의지에 따른 서비스 ▲비강압적 접근 ▲회복지향적 접근 등이다.

쉼터를 찾는 이용자는 다양했다. 수시로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의 문제, 학교 생활이 시작되면 불안해지는 상황, 환청이 비난하는 소리, 친구로부터 받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은 쉼터를 찾았고 유의미한 회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미 관악동료지원쉼터 팀장은 “이용자 23명 전원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며 정신과적 증상이 완화됐다”며 “정신건강회복척도, 자기결정 기회와 관련한 척도에서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한결 송파동료지원쉼터 부센터장은 “자살예방센터, 동주민센터, 정신의료기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쉼터 이용을 희망하는 전화를 받는다”며 “이러한 문의가 정신건강 서비스 영역에서 쉼터의 필요성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 토론회가 진행했다. 참여자들 모습. [사진=쉼터협회 제공]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정책 토론회가 진행했다. 참여자들 모습. [사진=쉼터협회 제공]

이 부센터장은 “국가가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당사자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회복지향적 접근이자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쉼터는 연간 8천800만 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정책적·재정적 구조와 쉼터 마련에 대한 난항으로 인해 쉼터가 위기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토론자들의 일치된 목소리였다.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쉼터는) 정서적 고통 등을 경험하는 분들이 최대 2주간 동료지원 등 24시간 상담서비스를 통해 회복을 촉진하는 세계보건기구의 모범 프로그램”이라며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정신질환 당사자의 지역사회 복구화 회복을 지원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