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정책 공약 시리즈 1. 17개 시도 정신질환 미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지원센터 설치
[이관형 기자의 변론] 정책 공약 시리즈 1. 17개 시도 정신질환 미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지원센터 설치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4.03.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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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여의도에 위치한 이룸 센터에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중심 아젠다 형성을 위한 정책제도 제안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 일부 참가자들이 서 있어야 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열의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간담회는 당사자와 가족, 종사자는 물론 정책과 관련된 정당 관계자들까지 참여하여 한 목소리를 외치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과 관련된 5가지 정책과 인권 기반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과 관련된 5가지 정책까지 총 10가지 정책을 요구했다. 그리고 각 정당의 관계자들은 10가지 정책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는 당의 입장을 밝혔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은 당사자와 가족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좋은 기회다. 좀 더 많은 정치인들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야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서 10가지 정책이 모두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본 기자는 10가지 정책을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시각으로 하나씩 다루어 보고자 한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동료지원가 이용당사자 모집(2022.7.11-8.12)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동료지원가 이용당사자 모집(2022.7.11-8.12)

마인드포스트는 서울시 위탁을 받아 현재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마포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 안에는 마포구, 용산구, 종로구 등 서울의 서북 지역을 담당하는 마포센터 외에도 강서구, 관악구, 동작구 등 서남 지역을 담당하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한정자),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등 동남 지역을 담당하는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이하 송파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대문구, 강북구, 성북구 등 서울의 동북지역을 담당하는 동료지원센터는 아직 미미한 단계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이런 정신장애 동료지원센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국가와 지역, 문화와 교육, 소득과 상관없이 어느 지역에서나 존재한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전역에 수많은 당사자와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동료지원센터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동료지원센터는 평균 정신의료기관 재원기간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회복된 동료 당사자를 통해 다른 당사자의 사회적응과 생활 훈련을 도울 수 있다. 또한 당사자들을 위한 서비스와 인권증진활동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마포센터의 경우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교육과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당사자 개인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증상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인드 스튜디오를 통해 창업과 취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직업 재활과 취업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왔다. 또한 팟캐스트 소모임과 문예창작 소모임, 웹툰 소모임을 진행하며 당사자들의 창작 욕구를 실현시켰다. 자조모임 당사자 풋살 모임을 통해서는 신체적 건강과 자신감을 향상시켰으며, 옴브즈만 센터에 적극 참여시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

제2회 한정자 버스킹 성료. [사진=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2회 한정자 버스킹 성료. [사진=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정자도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상담과 기술훈련, 물품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역사와 참여를 자랑하는 문학회 모임 ‘천둥과 번개’를 비롯, 걷기 모임 ‘단비’, 합창모임 ‘우당당합창단’, 연주모임 ‘니나내나 밴드’ 그리고 당사자 스스로에 대해 공부하는 당사자 연구모임까지 다양한 성격과 프로그램이 이루어져 왔다. 대외적으로는 뷰티풀 마인드 페스티벌, 당사자 포럼,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 한정자 버스킹 등. 사회의 인식과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마음이 지치고 힘든 당사자들을 위한 쉼터도 제공하고 있다.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3일 위기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c)마인드포스트.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3일 위기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c)마인드포스트.

송파센터도 마찬가지로 당사자들의 회복을 위한 동료지원쉼터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개인별 자립과 권익옹호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 동료지원가를 적극 채용하여 일자리 제공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인적 자원을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또한, 다른 두 센터와 마찬가지로 문학예술자조모임을 꾸준히 진행함으로서, 당사자들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나타내며 승화시킬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투표참여 독려 캠페인과 인식개선 서포터즈 양성등 다양한 인식개선 행사도 진행해왔다.

이처럼 동료지원센터는 기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 의료기관에서 하는 주 업무와 다른 활동을 해왔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중증정신질환자의 관리사업, 위기개입,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정신재활시설이 당사자의 사회적응을 위한 훈련과 생활지도에 중점을 두었다면, 동료지원센터는 당사자 동료에 의한 당사자에게 실질적으로 삶에서 필요한 일들을 담당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부 정치권에서는 동료지원센터의 예산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센터 예산을 50% 가까이 삭감하려 했었다. 이에 정신장애인연합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일부 센터 직원은 삭발까지 감행하였다. 결국 예산삭감을 막을 수 있었지만,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외치며 지켜온 동료지원센터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동료지원센터는 당사자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모임을 제공한다. 음악을 통해, 문학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동료지원센터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기지 역할을 한다. 더 이상 숨지 않고 세상에 나와 우리들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료지원센터는 지치고 아플 때 찾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쉼터를 통해 따듯하고 안정적인 마음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회복된 동료가 아픈 동료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인권과 권익을 주장하는 곳이다.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 배제와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유일하게 우리를 따듯하게 받아주는 곳이 동료지원 센터다.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을 범죄자처럼 마녀사냥 할 거라면, 차라리 10만 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남쪽 나라 섬 두 개만 주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이다. 사실, 어쩌면 당사자들은 이미 섬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취업이 되지 않는 사회가,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가, 사랑하며 살 자격을 주지 않는 사회가 이미 우리를 섬으로 내 몰아간 건 아닐까. 셀 수 없이 많은 당사자들이 그나마 육지처럼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공간인 동료지원센터를 늘려가는 것이 부당한 일일까.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정신건강복지 분야 10대 정책 제안 [이미지=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이제는 총선을 앞두고 있고,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선택하는 국민들 중에는 수많은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며, 이 세금은 국민에 해당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해 쓰이는 게 당연하다. 또한,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해야 했던 우리의 손에 한 표의 선거권이 주어져 있다. 이 한 표, 한 표가 모이면 정치인들도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가질 수 있다. 사회의 낙인과 편견에 의해 병을 감추고 살아가던 당사자와 가족들이 한 표의 힘으로 정치를 바꿀 것이고, 정책과 제도에 변화를 이끌 것이다. 총선은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나타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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