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절차보조사업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의 자기옹호 지원이 될 수 있게끔 진행돼야
[칼럼] 절차보조사업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의 자기옹호 지원이 될 수 있게끔 진행돼야
  • 제철웅 교수
  • 승인 2019.01.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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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의 삶을 돌아 되보아 보면 힘들고 거칠었다. 용케 잘 버티고 지냈다 싶을 정도다. 대 여섯 번 정도의 삶의 전환점, 다시 말하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들을 겪었다. 대부분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이었다. 필자가 설정하였건, 주위 사람들이 설정하였건, 사회적 관습에 의해 설정되었건, 모두 어떤 기대와 현실의 필자 사이의 큰 간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그 때 필자는 "나는 5천만 명 중의 1인이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곤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어떤 강력한 종교적인 목소리에 이끌렸다. 그 시점마다 필자는 새로운 삶의 계획을 수립했고 또 그것을 실천했다.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다. '나'라는 인격이 만들어져 온 과정에는 주변의 권고, 제안, 충고, 모범사례 등 여러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내”가 결정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라는 인격이 초라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건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어서 “정신질환”이라 불리는 병명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나'는 어느새 없어지고, 의사, 부모, 영향력 있는 어떤 사람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비자의입원, 강제치료, 강제관리,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나'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되거나 선택의 여지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그것이 의료든 복지든 그 사람의 삶을 억압하는 것이다.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나'의 삶을 다시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권익옹호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나'의 편을 제공해서, 자기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는 절차보조사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곧 “회복(recovery)”이다. 사람의 삶이 다양해야 하기에 회복의 길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가 자신만의 회복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개념은 특히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고, 실천하기 힘든 과업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의 삶이 다양하고, 또 다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다양성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욕구가 획일적이고, 사회적 가치도 획일적이다. 5천 만 개의 삶과 가치관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0개 미만의 정형화된 삶과 가치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억압이 많다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정신건강서비스를 되돌아보면, 당사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국가의 정책은 언제나 서비스제공자인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제공된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이용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그것을 받아 들이거나 거부하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의 다양한 여정을 지원하는 것”이 절차보조사업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이해하기도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앞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비당사자 전문가들이 지식만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기술을 익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들이야말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으며, 어쩌면 그런 실천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일 수 있다. 막다른 골목에 선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되기 때문이다. 절차보조사업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로 하여금 그런 용기를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 다시 말해 자기옹호를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진정한 권익옹호다.

이런 활동은 동시에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기 목소리를 서비스제공자와 정부에 표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울 수 있고, 또 이용자들의 단결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개혁적이며 혁신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이런 방향으로 절차보조사업이 제공된다면, 폐쇄병동의 폐쇄, 강제치료, 강제관리의 폐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더불어 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의 예방, 조기개입, 조기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어 지내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정신건강서비스 영역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절차보조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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