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노인 아증후 우울증, 방치하면 더 큰 정신적 질환 불러와
가벼운 노인 아증후 우울증, 방치하면 더 큰 정신적 질환 불러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1.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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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우울장애·경우울장애와 다른 독립적 질환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연구팀, 아증후 우울증 역학 특성 밝혀내
여성, 수면의 질,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아증후 우울증 높아져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노인 아증후 우울증의 역학적 특성을 제시하고 주요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 구분되는 독립적 질환임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23일 밝혔다.

아증후 우울증은 주요우울장애의 엄격한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이다. 하지만 심한 우울증에 못지않게 노인의 신체 건강과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기능, 인지 기능, 기대수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질병이다. 환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아증후 우울증은 국내 60 이상 노인 10명 중 한 명꼴로 앓고 있을 정도록 흔하게 나타나며 이는 주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 같은 심한 우울증의 2.4배에 달한다. 또 매년 16만 명 이상의 아증후 우울증 노인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심한 우울증의 발생 환자 수보다 5배 가량 많은 수치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 의료진 역시 아증후 우울증에 익숙하지 않아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년 동안 직접 진단기준을 아증후 우울증을 진단한 후 유병률과 발병률, 위험인자 등 역학적 특성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주요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의 객관적 차이를 최초로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는 국내 60세 이상 노인 664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2010~2012년 기저 평가를 시작으로 2년(2012~2014년과 2014~2016년) 단위로 2번의 추적 평가가 이뤄졌다.

연구 결과 주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는 70세 이상의 고령과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게 많은 반면, 아증후 우울증은 여성이나 수면의 질, 사회경제적 수준, 사회적지지 수준 등이 낮은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아증후 우울증이 주요우울장애, 경우울장애와 구분되는 독립적 질환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앞으로 아증후 우울증이 치매, 사망률, 건강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후속 연구를 통해 독립질환으로서의 아증후 우울증 실체를 정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연간 16만 명에 달하는 신규 아증후 우울증 환자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한 질병 예방법과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불면증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은 노인들의 경우 수면 조절만을 목적으로 한 단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아증후 우울증에 대한 통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증가하는 아증후 우울증 환자를 위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사회적 가족’ 등 다양한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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