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 전문가들, 정신장애인 지역 정신보건체계 구축에 나서야”
“정신보건 전문가들, 정신장애인 지역 정신보건체계 구축에 나서야”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0.03.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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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 도입 준비위원회 성명 발표
병력 아는 주치의 제도로 의료기관 방문 줄일 수 있어
한국 공공병상 10.4% vs OECD 평균 73%

코로나19를 통해 정신병원의 반인권적 실상이 드러났다며 지역 정신보건체계를 구축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국가 공공 감염전문병원 설립과 주치의 제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 같이 요구했다.

준비위원회는 “건강 취약 계층의 효율적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고가의 검사가 아니라 일차 의료에 기반을 둔 주치의 제도”라며 “자신의 병력을 알고 있는 주치의와 1차적으로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줄이므로 감염병 전파 억제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가 아닌 주치의와의 일차 진료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확진환자 3천600여 명이 발생한 대구의 경우 국가 지정 음압병상이 10개에 불과하다. 국가 지정 격리병실은 경남 4곳, 경북 3곳, 전남 4곳뿐이다. 음압병실 설치 비용은 국가 지정 병상의 경우 3억 원이고 유지 비용도 높아 평소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음압병실은 민간에서 하기 어렵고 공공병원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준비위원회는 “공공 기반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며 “유럽과 일본 등은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으로 설립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 적자가 나더라도 전문 인력을 훈련·교육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은 10.4%에 불과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수준이다. 민간의료 의존도가 그만큼 심하다는 분석이다.

준비위원회는 “의료의 시장 지향성이 가장 두드러진 미국조차도 공공병원 병상이 25.8% 수준”이라며 “OECD 국가에서 공공병원의 비율이 평균 73%다. 이 수준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20~30% 정도로는 공공의료 병상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비위원회는 정신병원의 ‘반인권적’ 실상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이 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 103명 중 101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이다.

준비위원회는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오랫동안의 감금을 통해 황폐화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점차 신체 기능을 잃게 돼 활력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신병원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 대응의 방향을 탈수용화로 분명히 정하고 지역에서 정신보건 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 큰 성찰과 개혁의 흐름이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들도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반인권적 정신병원을 더 이상 용납하지 말고 지역에서 정신보건과 일차의료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준비위원회는 또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인권 침해의 문제가 다분한 현 정신보건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개선하는 데 왜 이리 소극적인가? 정신장애인들은 어쩌면 현 보건의료 체계에서 가장 방치된 존재이지 않은가?”라며 “문제를 덮고 그 안에 안주하기보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지역 정신보건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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