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심리방역, 광주의 요한빌리지는 어떻게 하나
코로나19의 심리방역, 광주의 요한빌리지는 어떻게 하나
  • 허은태
  • 승인 2020.04.17 2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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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단톡방 운영으로 심리방역 소통
개별 카톡은 절대 금지...정해진 시간만 이용
비속어 대신 존칭 사용...존중은 대화의 전제 조건
주변 산책하고 적절한 운동도 정신건강에 도움

2005년 개소한 요한빌리지는 광주 지역의 정신재활시설(클럽하우스)로 정신장애인 등록회원 40여 명이 함께 생활훈련과 직업훈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기고는 요한빌리지 회원 허은태 씨의 글이다.

코로나19 유행이라는 거친 폭풍을 만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열린 클럽하우스를 지향하고 있는 ‘요한빌리지 호(號)’. 요한빌리지는 어떻게 이 시국을 보내고 있을까요?

감염을 예방하고 정부의 방역 방침을 준수하면서 일과 중심의 재활, 클럽하우스 형태를 유지하려면 소통은 당연히 있어야겠죠? 그래서 우리가 택한 소통 방식은 ‘카카오톡 단톡방’입니다!

카카오톡은 일명 국민 SNS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는 그런 메신저죠. 모두가 잘 활용하고 있고 게다가 쓰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요한빌리지 내에서 지켜야할 규칙이 있는 것처럼 단톡방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단톡방 운영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카카오톡의 특성상 어느 시간에 있더라도 채팅을 할 수 있지만, 각자 개인의 시간 보장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 이렇게 소통의 시간을 정해놓았습니다. 부서 회의는 보통 더 말씀들이 없으시면 오전 10시까지, 약 30분 간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개인정보 존중을 위해 단체 채팅방 회원 정보로 하는 개별적 카톡은 절대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스토커(Stalker!)이므로 개인적인 카톡은 절대로 주의하도록 회원님들에게 알렸습니다.

세 번째, 단체 채팅방은 회의 및 업무 진행을 위해 개설된 방으로 글·사진·동영상 올리는 것과 사적인 대화는 금지하는 것입니다. 단체 채팅방은 공적인 공간입니다. 아침 부서 회의시간에 전날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을 때 이외에는 너도나도 개인적인 내용을 올리는 것은 ‘SNS공해(公害)’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거나 멋지다고 생각되는 글·사진·동영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글은 참았다가 다음날 아침에 모두가 잘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 번에 너무나 긴 글을 올리시는 분이 있어서 그분에게도 주의를 드렸습니다.

네 번째, 부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사전에 미리 이유를 직원분들, 직원 선생님들께 알리도록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복약 관계로 인해, 한 번 부서 회의를 참여를 못한다고 말씀드리고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우 외에는 늦게라도 출석 톡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존칭(尊稱)은 필수로 사용해주시고 비속어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모든 대화의 전제 조건입니다. 또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비속어라 할지라도 공적인 공간에서는 쓰지 말아달라고 고지해 드렸습니다.

오전 9시30분이 되어 두 개의 부서로 나뉜 단톡방에서 직원분들의 아침인사로 아침 부서회의가 시작됩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전날 무엇을 했는지, 오늘 특이사항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날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부서 업무는 내용만 달라졌을 뿐 서로 할 일을 나누고 진행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또 매일 코로나19 정부 지원 정책과 뉴스에 대해서 찾아보고 정리해서 카카오 톡이나 밴드 게시물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용 주방 정리와 위생 관련 업무 대신 가사노동을 합니다. 요한빌리지에서는 한 사람이 그 일을 맡으면 다른 사람은 해당 업무를 맡지 못했지만, 설거지와 청소하기, 빨래 등을 돕는 것은 각자의 집안일을 하는 것이기에 같은 일을 함께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숨겨진 장점입니다. 인증은 전·후 사진을 찍어서 올려서 마무리합니다.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하루의 일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적당한 운동은 코로나 블루에도 도움이 됩니다. 약 6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야외에서 찍은 인증샷을 올립니다.

멘토링 등의 동료지원가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전 부서회의가 끝날 때까지 출석 못하신 분들에게는 요한빌리지에 출근하신 회원분들이 요한빌리지 기관폰으로 연락을 돌립니다.

모두 맡은 업무가 정해지면, 부서 구호를 외치면서 일과를 시작합니다. 제가 있는 운영교육부의 경우에는 “고민보다 고(go)”라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을 부서 구호로 합니다.

“고민보다 고(go)!”를 외치고 모두 채팅에서 손을 놓고 각자의 일과로 눈을 돌립니다.

오전 11시에는 직원분이 유튜브 동영상을 카카오톡을 통해서 공유하고 각자의 집에서 스스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스트레칭을 하신 분들은 서로 소감을 나눕니다.

콩나물은 물을 주고 4~5일을 키우면 먹을 만큼 쑥쑥 자랍니다. 우울감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는 이것만한 것도 없기에 신청하시는 분에게 콩나물 키우기 패키지를 드립니다.

또 이외에도 혼자 사시거나 증상이 심한 분들에게 직원분들이 직접 구호물품(간편 식품, 마스크 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직접 건물을 이용하지는 못해도 항상 열려있는 클럽하우스 모델로 열심히 회원들과 소통하고 활동 중에 있습니다.

이 시국이 얼마나 더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개의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항상 요한빌리지는 지금의 방식대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클럽하우스 요한빌리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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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20-04-18 15:48:57
코로나 생활 방역의 모범사례를 보여주신 것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