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들었다 놨다해’ 조현병? 정신질환에 대한 작은 오해들
‘마음이 들었다 놨다해’ 조현병? 정신질환에 대한 작은 오해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7.25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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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는 쉬운 질환
조현병 예비 치매 증세로 두려워하지 말아야
정신과는 모두가 찾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
정신장애는 주위에서 이해하고 공감해줘야

조현병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조현병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인구는 12만70명이었다.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하다 보니 가정,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성 질환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한테는 감기처럼 그냥 지나가지만 마음이 소심하고 예민한 사람들,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병이 되고 환경에 따라 조현병으로까지 발전한다.

회사원 김광모 씨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단체생활이 어렵다. 나만의 계획은 무시당하고 모두 공동체 사회라며 운명 운운한다”며 “아무리 회사가 공동체 사회라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 공간 해소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단체를 위한 희생 강요는 회사 단위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 희생 프레임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얻게 되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1.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대학생 유오성씨는 “조금만 마음에 생채기만 생기면 금방 상처 입는다. 과 발표에서 별것 아닌 지적인데 저에겐 가슴이 출렁거리는 순간”이라며 “그 친구들이 공산당보다 더 나쁘게 보이고 우울증 때문에 학교생활이 어렵다. 모든 것이 밉고 죽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우울증은 심정의 작은 충격과 변화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밉기만 하다. 이런 감정에 빠진 이들에게만 우울증이 찾아오는 게 아니다. 사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국민의 4명 중 한 명은 감기처럼 앓는 흔한 병이다.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거나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나만의 대비책을 세우면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링컨과 처칠 같은 위인도 인생의 어느 시기에 우울증을 경험했다.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은 무서운 병이 아니라 치료되는 질환이라는 것을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 조현병은 치매의 전초전이다?

조현병 당사자 중에 치매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울증, 관계망상, 조울증 등으로 건망증이 자주 찾아오고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자꾸 강박증세가 생기고 아까 봤던 신문기사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자식들에게 간단한 것을 지시 내리는데 자꾸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조현병에 걸리면 가까운 미래에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상가 건물 경비를 맡고 있는 조장혁 씨는 “요즘 제가 자꾸 깜박한다. 상사의 지시에 예하고 답하고 나서 10분 후에 생각이 안 나 다시 물어보면 상사의 눈총이 따갑게 느껴진다”며 “집에서 가스불을 잠그고 나왔는데 자꾸 몇 번이고 들락날락하고. 이건 조현병이 아니라 치매의 전조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자식들에게 간단한 것을 지시내렸는데 5분 후에는 ‘내가 왜 이런 일을 했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치매검사를 하려고 한다. 자꾸 불안해서 미치겠다”고 아픔을 토로했다.

이럴 때 당사자의 복장은 터진다. 이러다가 요양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 아닌 걱정이 생긴다. 이럴 때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마음의 정리를 한 다음,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대개가 건망증으로 판정나지만 정신과를 방문해 기억력과 일상생활 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십중팔구 ‘정상’이라고 판정이 내려지지만 실사 치매 진단을 받더라도 5~10% 정도는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치매)의 경우 인지기능 개선제 등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3.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다?

“정신과는 무서워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돌았잖아요. 정상이 아니고 눈만 봐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아요. 눈에서 광채가 나오는데 날 잡아 먹을 것 같아요. 나는 조현병 초기인데 정상인과 똑같아요. 날 일반병동으로 보내줘요. 저는 돈 게 아니에요."

조현병 초기 환자인 김영호 씨는 늘 입만 열었다 하면 이런 소리다. 자기가 사람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다른 조현병 환자에게 두들겨 맞지 않을까 지레 걱정한다.

정신과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진료하는 곳이 맞다. 하지만 요즘 같은 스피드 멀티미디어 시대에 정상인들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정신과를 자주 찾아와 상담치료를 받는다. 그중에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사회 저명 인사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사보다 정신과 의사를 더 자주 찾는다. 다시 말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감정과 사고, 인식, 수면, 식욕문제 등 뇌의 고등 정신기능과 인간의 내면적 심리문제를 다루는 의학 분야다.

불면증과 폭식, 거식증, 불안증, 우울증,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찾기 위해 많이 찾는 것이다.

단지 정신병 때문에 정신과에 내원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극히 일부분이다. 시대는 초스피드로 바뀐다. 그에 따라 사람도 변한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자신의 주체성을 찾지 못하면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개방하면 또 다른 자신감이 생겨 이 질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국가 정책으로 동네 정신과 상담 비용이 낮아줬다. 정신과 상담이 그만큼 문턱을 낮춘 것이다.

조현병은 전체 인구의 약 1%나 될 정도로 생각보다 환자가 많은 편이다. 증상도 다양해 대처하기 쉽지 않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증상을 억제ㆍ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담도 그 치료의 한 부분이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언뜻 보기에 인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은 아주 섬세하고 마음속으로 괴롭고 답답한 점이 많다”며 “주변 사람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애정으로 대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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