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와 요양 중심 제도는 정신장애인 소외시켜...권한·책임 갖고 사회에 참여하는 게 권익옹호”
“치료와 요양 중심 제도는 정신장애인 소외시켜...권한·책임 갖고 사회에 참여하는 게 권익옹호”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7.06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개소 및 토론회 진행...아산복지재단 사업 선정돼
정신장애가 개인 문제라는 협소한 인식 너머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동료지원센터가 전문가 중심의 한계...정신장애인의 주체적 참여가 권익옹호 목적
지역 내 자조모임 역량 강화...지자체 예산 지원받는 상시활동 조직으로 성장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개소 및 토론회.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개소 및 토론회. (c)마인드포스트.

사단법인 후견신탁연구센터는 6일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개소 기념 토론회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했다.

발제를 맡은 조미정 전국권익옹호기관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 소외는 다른 유형의 장애인도 겪지만 정신장애인이 겪는 구조적 차별과 사회적 배제와는 결이 다르다”며 “기존의 정신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서는 정신장애인 옹호에 대한 고민이 특별하게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권익옹호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다.

조 활동가는 “기존 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 학대 피해자에 대해 사건을 조사하고 사법적 권리 구제 절차를 지원하는 데 머물렀다”며 “다른 보호전문기관들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고충을 듣고 그걸 바탕으로 법률 서비스, 복지 서비스, 신탁 서비스와 연계를 하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모델 개발 사업은 정신장애인의 자기 옹호와 동료 옹호에 기반한 역량 강화를 통해 정신장애인에게 고유한 권익 옹호를 실현하기 위해 시작되는 사업이다. 사업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2023년 사회복지사업 공모에 선정돼 정신장애인 및 사회적 고립 계층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았다.

기관은 이날 이룸센터 2층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최근 장애인 동료지원센터가 전국에 확대되고 있지만 주로 전문가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반면 당사자는 제한된 역할과 권한만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결국 재활실천모델의 변형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활동가는 “기존의 치료와 요양 중심의 제도는 정신장애인을 소외시키고 배제돼 사회적 참여가 제한됐다”며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권리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 권익옹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이 같은 필요성에 입각해 기획됐다.

그는 “권익옹호기관이 학대 피해자의 구제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동료옹호를 제공하고 권익옹호기관이 사회보장법 체계 내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권익옹호기관과 관련해 기존에 의제에서 소외됐던 청소년과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새로운 모델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자기옹호를 위한 당사자 자조모임의 연대 프로그램 개발, 동료옹호를 위한 지역단체 지원, 당사자 전문가 플랫폼을 통한 목소리 듣기 세션, 회복 경험의 확산 등을 사업 목표로 삼았다.

자기옹호 사업의 경우 지역 내 정신장애인을 자조모임에 연결시키고 자조모임이 지자체 내 당사자 단체로 성장해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는 상시활동 조직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당사자 대상 홍보와 자조모임과의 연계 활동, 일상적 자체 자조모임 운영 자문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사업의 참여 단체는 서울 지역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난다를 비롯해 경기도의 한동네, 수원마음사랑, 경남의 온새미로 등이다.

동료옹호 사업과 관련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료지원가가 회복 기반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한다.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또 당사자 전문가 플랫폼 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당사자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정신장애인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전문가 옹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와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연계해서 고충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의료적 지원을 비롯해 가족관계상의 지원, 취업 활동에서의 고충 처리, 지역사회 내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고충을 겪는 당사자의 지원 등이 제공된다.

조 활동가는 “의료적 지원은 일반적인 정신과 전문의와의 연계가 아니라 회복 개념과 모델, 회복 지향에 대해 잘 이해하는 전문의와 연계해서 인권친화적인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정신장애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인식돼 약을 먹고 치료받는 데 한정돼 있었다”며 “이 협소한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환원해 공동체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 개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등·고등 교육에서 ‘회복 경험’ 공유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직장인을 위한 회복 경험의 공유, 지자체와 연계한 미팅 등을 제시했다.

국제연대 사업의 일환으로 정신장애 회복 모델에 대한 국제적 경험의 공유를 통해 국내 정책 환경의 변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한 당사자 단체와의 교류 협력 사업, 미국과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독일, 호주 등의 당사자 단체와 연계하는 사업 역시 진행한다.

사업의 단장을 맡은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와 당사자가 대응한 관계에서 약물에 대해 듣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권적 절차 없이 입원이 진행되는 정신장애인들이 치료 과정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편견을 타개하는 다양한 방식의 도전이 필요하다”며 “이 사업은 전국의 정신장애인 모두에게 개방돼 있으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