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 있게 편견을 양산하는 기사 작성을 멈춰달라”
“우리가 우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 있게 편견을 양산하는 기사 작성을 멈춰달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9.19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미디어 옴부즈맨센터, ‘정신질환과 범죄 연관짓는 언론 보도 대책’ 토론회
언론이 정신질환자는 위험 프레임…당사자 취업 시장서 배제
신입 기자에 혐오·차별의 대체 표현 교육해야…언론의 정신질환 교육 부족해
정신장애인 기초수급비율 70%…전체 등록장애인 22.2%의 3배
입퇴원 반복하다 극단 선택…퇴원 한 달 내 자살률 일반인의 66배
편파적 혐오 보도는 격리로 이어져…당사자 재활 의지 꺾고 음지로 숨게 만들어
토론회 전체 사진. (c)마인드포스트.
토론회 전체 사진. (c)마인드포스트.

심리사회적장애인 언론미디어 옴부즈맨센터는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 관련 대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난달 초 발생한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분석하고 차별적 기사 쓰기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이 논의됐다.

이 센터 활동가 문선 씨는 “(정신질환은) 단지 아픈 거다. 감기 걸리듯이 우연히 걸린 것뿐인데 이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제 자신이 어떨 땐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옴부즈맨 활동과 관련해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비용을 버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옴부즈맨 활동을 하면서 모두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바로잡고 싶었다”고 전했다.

같은 활동을 하는 이준 씨는 “정신질환자를 위험한 사람으로 프레임 씌우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겠는가”라며 “법적 제도의 도움을 받는 소수의 등록 정신장애인조차도 취업 시장에서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질환 범죄를 연관짓는 뉴스가 계속 보도되면 사회는 정신질환 자체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정신질환을 맞닥뜨린 사람이 과연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런 언론 보도가 계속되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계속해서 해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당하다”며 “우리가 우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 있게 편견을 양산하는 기사 작성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진보적 장애언론 <더인디고> 조성민 발행인은 “범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었더라도 언론은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 또는 추론을 유발하는 기사를 작성한다”며 “이런 보도 내용을 시청자들은 (정신질환이) 범죄의 직접적 원인처럼 각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의 범행을 추적 보도하면서 정씨가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내보냈다.

이후 편견을 조장했다며 장애인 단체가 사과를 요구하자 SBS 측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조 발행인은 “장애인 단체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요구에 불과했다”며 “사과 등 공식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선 언론중재위 제소와 그 결과가 있어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언론중재법은 보도 과정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 권한을 부여하 고있다.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토론자들. (c)마인드포스트.

조 발행인은 “지난 5년간 시정권고소위원회에서 장애 차별적 표현으로 시정 권고받은 사안은 한 건도 없었다”며 “장애 차별적 표현을 모니터링한 건수는 0.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진흥재단이 신입 기자에 교육을 통해 혐오 및 차별적 표현과 대체 표현을 알려줘야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국내외 언론인 연수를 진행함에도 (정신질환 교육) 관련 노력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은 “언론에서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통계를 편집해 마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높아진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명백한 통계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정신질환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는 586건(16%) 줄었다. 세부적으로 상해는 6%, 심각한 폭력은 91% 각각 감소했다.

반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삶의 지수는 열악했다.

이 센터장은 “기초생활수급 비율은 2022년 10명 중 7명으로 70%”라며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 수급비율이 22.2%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명 중 3.4명(34.8%)는 강제적인 방식으로 병원에 끌려가고 한번 들어가면 평균 6개월 이상 입원된다”며 “대부분이 폐쇄병동(75.9%)이기 때문에 통신의 자유, 외출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치료를 이유로 제한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퇴원 이후에도 삶이 바뀌지 않고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자살할 확률이 일반인구의 66.8배”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진실을 추구할 것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할 것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것 ▲공정하게 보도할 것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할 것 등을 요청했다.

토론회 모습. (c)마인드포스트.
토론회 모습. (c)마인드포스트.

그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최빈곤층에 내몰린 정신질환 당사자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분의 펜으로 인해 사망하고 스스로를 두려워하게 되는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인권 침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득 마음사랑 자조모임 대표는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이 네거티브한 방향으로 갈수록 정신질환자들은 치료와 재활에서 어려워지는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한 사회가 한 집단 구성원을 소외시키는 너무도 쉬운 구조”라며 “소외계층이 되기는 쉬워도 다시 딛고 올라오기 어려운 분위기로 이끌고 가는 언론 보도 행태는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전문가 입장을 곁들여 보도하거나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혐오 보도는 한 계층을 싸잡아서 격리해야만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며 “당사자가 애써 재활하려는 의지를 꺽이게 하고 음지로 숨어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옴부즈맨센터를 이끌어온 조유진 <마인드포스트> 기자는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규탄 성명문을 낭독했다.

2019년 기준 정신질환자 311만6000명 대비 정신장애 범죄자는 7천763명으로 전체의 0.2% 수준이다. 같은 해 총인구수 대비 전체 범죄자 비율인 3.1%보다 낮은 수치다.

조유진 기자가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조유진 기자가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조 기자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 없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수의 기성 언론은 정신질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며 사법입원제를 이야기한다”며 “중요한 건 빠르고 쉬운 입원이 아니다. 입·퇴원 이후에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 기반과 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정한 조기 개입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켜 누구나 위기 상황을 경험할 때 쉽게 의사를, 사회복지사를, 동료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한 해 85%의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는다”며 “치료의 기피나 지연은 증상을 악화시켜 외래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입원 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신질환자는 지역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소외된다”며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력범죄가 반드시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님에도 현재 보도되는 사건들은 가해자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지면 마치 사건의 모든 인관관계가 밝혀진 것처럼 여긴다”고 전했다.

이어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 환경의 선행적인 변화를 통해 정신질환의 편견과 낙인이 줄어들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신질환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를 중단하라”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양산하는 콘텐츠 제작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