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지원가의 정체성은 아픔에 경청하고 공감하며 당사자의 롤 모델이 되는 것”
“동료지원가의 정체성은 아픔에 경청하고 공감하며 당사자의 롤 모델이 되는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9.21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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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지원가 활성 토크 콘서트…당사자 중심의 동료지원 역할 논의
동료지원 활동해도 실질임금 오히려 깎여…“돈보고 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안 좋아”
사회복지사는 체계적 상담하는데 동료지원가는 공감과 경청이 강점
동료지원 기초교육 교과서 새로 만들고 표준화 모델도 필요
정신건강복지법에 동료지원가 법적 근거 마련해야
21일 동료지원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21일 동료지원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당사자 동료지원가의 직업적 위치가 사회복지사의 보조 역할을 넘어 전문성을 갖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몇 년을 동료지원가로 일해도 실질임금이 오히려 깎이는 상황에서 임금의 현실화와 기초교육의 표준화 모델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펼쳐졌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열린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 동료지원가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동료지원가 임금과 관련해 유정애 한마음자립생활센터 동료지원가는 “4년째 일하고 있는데 한 번도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며 “서울시에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미흡하다”고 말했다.

유선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지원가는 “동료지원 활동을 할 때 빵, 우유로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좋아하는데 지원이 없어 개인 사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이걸 사 주지 않으면 동료지원을 바꿔버려서 (임금의) 순수익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현승익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는 “올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임금 기준이 설정되다 보니 시간당 임금이 오히려 줄었다”며 “돈 보고 시작한 건 아닌데 기분은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임금보다 근로환경이 더 중요하다”며 “당사자로서 제도적으로 쉽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국립정신건강센터 동료지원가는 “처음에는 재활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경력이 쌓이다보니 (걸맞는) 임금을 원하게 됐다”며 “경력이 많이 돼 임금을 따질 때가 온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동료지원가의 역할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현승익 동료지원가는 “사회복지사와의 차이는 동료지원가의 경우 사각지대를 본다는 것”이라며 “동료지원가는 회복의 여정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동료지원가는 “사회복지사는 체계적으로 상담하는데 동료지원가는 서로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경청할 수 있다”며 “이 지점에서 사회복지사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조 동료지원가는 “사회복지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감동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당사자 강연을 하면 떨면서 하는데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노력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동료지원가 교육에서 교재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현승익 동료지원가는 “너무 두꺼운 동료지원 기초교육 교과서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표준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논의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한조 동료지원가는 “100시간 커리큘럼을 이수했을 때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교육 과정이 수준이 있고 어려운 내용도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일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21일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동료지원가의 제도적 필요성도 논의됐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에서 이들을 자체적으로 채용할 것인지, 별도의 채용 제도화를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의다.

방청객 A씨는 “이용할 센터와 기관이 없어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찾아가는 게 동료지원 활동”이라며 “전문가와 같이 일을 하면서 주체적으로 고립된 당사자를 찾아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동료지원가는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동료지원가를 지원하는 지원가 이야기에서는 동료지원가가 사회복지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어떤 관계가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신우리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팀장은 “기존에는 동료지원가가 보조 역할을 했는데 방문서비스 활동에서 동료지원 활동을 지원한다”며 “그 과정에서 처음 만나는 관계를 힘들어할 때 보조 지원으로 관계를 밀착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료지원가가 사회복지사와 동등한 관계가 되지 못하고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에 대해 김유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부장은 “기관은 외부 평가를 받고 회계 문제 등 전문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며 “정보가 미흡하고 경험이 많이 없는 동료지원가들이 보조적인 역할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전달체계에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제도적인 전달체계의 고질적 문제 때문에 동료지원가가 사회복지에서 설 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희망이음지원주택 팀원은 “같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동료지원가들이)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보니 보수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방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팀원은 동료지원가의 정체성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추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 ▲전문가와 당사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 ▲당사자의 롤모델이 되는 것 등을 꼽았다.

21일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21일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현행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동료지원가 교육 과정은 총 100시간이다. 이수 과정에서 컬리큘럼도 단순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을 이수해도 활동할 현장이 없어 이수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팀원은 “직무역량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100시간은 충분하다”며 “추후 보수 교육에 신경을 쓰고 개인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유진 부장은 “현행 100시간에서 시간을 더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경우 동료지원가 활동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100시간 보다 더 짧게 가져가되 현장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복지법에 동료상담가가 명시돼 있고 그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근거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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