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폐쇄병동 병상 수가 인상”…한정연 “구시대적 치료 시스템, 철회해야”
복지부 “폐쇄병동 병상 수가 인상”…한정연 “구시대적 치료 시스템, 철회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0.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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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건보심의위서 의결...폐쇄병동 집중관리료 등 입원 위주 정책 유지
당사자단체 “지역사회 중심 치료와 개방병상 운영 도입해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첫 공식 사망자는 2020년 2월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이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첫 공식 사망자는 2020년 2월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이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연합뉴스.

정부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돕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병상 수가를 인상하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폐쇄병동 병상 수가’에 집중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은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등 수가를 인상 받고 병원·의원급 폐쇄병동은 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신설하게 됐다.

한정연은 최근 성명에서 폐쇄병동 수가 인상에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작당’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폐쇄병동 수가 인상은 “당사자를 억압했던 구시대적 시스템의 강화”라며 “장기간 폐쇄병동에 머물게 해 사회와 분리시키는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정연 등 당사자단체들은 그간 지역사회 중심 치료와 자유로운 개방병상의 운영을 요청해왔다.

한정연은 이번 의결이 우리 정부가 가입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조항들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협약 3조는 선택의 자유를 포함한 자율과 자립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한정연은 이 외에도 협약 제5조 평등과 차별금지, 제9조 접근성, 제10조 생명권, 제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 제16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제17조 개인의 존엄성 등의 이념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정신의료기관 병상수의 79.5%가 폐쇄병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에서 폐쇄병동 수가 인상은 시대 상황에 역행한다는 의견이다.

한정연은 “폭력적인 정신건강 시스템에서 포용적 정신건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폐쇄병동에 가두고 격리하며 강박을 실시하는 것은 비인권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건강보험통계연보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정신의료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료는 4조9881억 원이었다. 같은 해 의료급여는 1조7604억 원이 사용됐다.

한정연은 수가 인상을 철회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소비자 위원으로 당사자 단체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어 폐쇄병동 및 격리실의 폐쇄,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예산 투입, 정신건강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요구했다.

단체는 “폐쇄병동에 구금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에 국민 세금을 쓸 수 없다”며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세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폐쇄병동 자체를 완전 폐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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