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국클럽하우스 인권토론회 진행…“함께 살아가는 내일을 꿈꾸며”
부산 송국클럽하우스 인권토론회 진행…“함께 살아가는 내일을 꿈꾸며”
  • 이상석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 승인 2023.12.08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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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들 현장 스케치
신문사 논설위원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인생 재설계한 김찬석 씨
정신질환을 딛고 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 활동하는 안경아 씨
TBN부산교통방송 MC 노주원 씨가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TBN부산교통방송 MC 노주원 씨가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지난 11월 15일 송국클럽하우스는 KT&G부산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인권토론회를 개최했다. 유관기관, 당사자, 가족 등 부산시민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신건강을 둘러싼 주거, 인권, 당사자,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인권 토론회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자녀를 둔 가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정신장애인의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딱딱하고 격식을 갖춘 토론회의 방식을 벗어나 하나의 공연을 준비했다.

언론인이자 사회복지 공무원이었던 김찬석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언론인이자 사회복지 공무원이었던 김찬석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1. 도움 받는 사람에서 도움 주는 사람으로

김찬석 씨는 신문사의 논설위원이었다. 은퇴 후에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실천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우여곡절 끝에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었다. 연사로 참여한 찬석 씨는 송국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회원(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지역 언론이 다룬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언론에 노출된 대부분이 일회성 후원이나 행사, 사건에 집중되어 있거나 정부 정책 중 장애 정책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갖고 선플을 달거나 호응하는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의 끝에 김찬석 씨는 송국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회원과 가족들이 뉴스의 객체에서 주체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도움을 받는 이에서 주는 이로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해 나가기를 당부했다.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안경아 씨가 당사자가 바라본 지역사회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안경아 씨가 당사자가 바라본 지역사회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2. 희망에 숨을 불어넣는 당사자 활동

안경아 씨는 이름만 들어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회사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희망을 앗아갔다고 말하며 말문을 열었다. 연사로 참여한 경아 씨는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동료지원가로 활동한다. 한 복지관의 정신장애인 프로그램에 참여 중 송국클럽하우스(송국)에서 활동하는 동료지원가의 발표가 계기가 되었다. 곧장 송국에 등록해서 활동했다. 송국은 책임감과 권리를 가진 회원으로 주체적인 삶을 되찾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동료지원가 교육의 기회가 생겼고, 끝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재가정신장애인들을 찾아가 다양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듣고, 돕고 있다. 자신도 당사자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돕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경아 씨는 그럼에도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따로 관련 자료를 공부한다고 했다. 끝으로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노력했으면 좋겠고, 지역에서도 우리의 삶과 일에 주목하고 희망에 숨을 불어넣는 지원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용민 센터장이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박용민 센터장이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3. 인권, 인권, 다시 인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인권 숙제들이 남아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되거나 일상에서 불편하지만 지나쳐온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될 수 있다.”

박용민 부산광역시인권센터장은 유럽 사회가 보통선거권을 쟁취하기까지 과정을 예로 들며 강연을 시작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젠더 이슈, 동물권 등 사회가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일상에서 나아지지 않은 인권 이슈들에게 갈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은 불편하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지역사회에서 행동으로 목소리를 냈을 때 비로소 법과 제도가 바뀌고 시민들의 사회적 통념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참여한 시민들에게도 자신이 겪고 있는 인권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변의 정치인, 권익 활동가들에게도 꾸준하게 정신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적 제도와 환경을 이야기해서 당사자에게는 개인의 변화를 도모하고 지역사회에서는 변화의 초석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줄 것을 응원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 [사진=송국클럽하우스]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 [사진=송국클럽하우스]

#4. 살아갈 곳도 변화가 필요해

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은 박용민 센터장의 앞선 강의를 이어받아 정신장애인의 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서울·경기에는 이미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당사자와 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임대계약을 맺는 지원주택이 76호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수요에 비해 전무한 실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앞전에 부산지역 정신장애인을 자녀로 둔 가족들의 모임 ‘가디언스클럽’ 좌담회에서 백숙기 회장의 고민을 전해 들었다고 첨언했다. 서 의원도 가족들의 어려움을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디언스클럽 덕분에 서울과 경기, 지방에서 진행되는 지원주택 조례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의정활동에서 부산형 지원주택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가족과 당사자들이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지역사회와 정치활동에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클로징

연사들의 강연을 끝으로 가수 윤혜린의 공연이 이어졌다. 객석의 참여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음악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송국클럽하우스의 청년 회원이자 청년 밴드 보컬로 활약 중인 김인철 씨가 객원 보컬로 참여해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는 기획과 구성에 더해 행사장 곳곳에서 참여자들에게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접수와 안내를 맡아준 송국클럽하우스의 동료지원가들 덕분에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청정밴드 보컬 김인철 씨와 밴드기린 윤혜린 대표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청정밴드 보컬 김인철 씨와 밴드기린 윤혜린 대표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송국클럽하우스]

여전히 정신건강에 대한 인권은 입원, 거주, 재활, 편견 개선 등 이번에 다룬 주제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이번 인권 토론회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건강한 기회로, 가디언스클럽 가족들에게는 서로간의 연대를 발판 삼아 활동할 불씨로, 시민들에게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들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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